“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뉴스락] 유통공룡 신세계(부회장 정용진)가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오래전부터 신성장 동력원으로 삼은 중국 시장과 면세점 사업은 사드 보복 사태를 맞으며 이마트의 중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는 등 미래 성장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뿐만 아니라 골목상권 침해 벽에 가로 막혀 더 이상의 신규 출점도 어렵거니와 베이커리 사업 등 새로 론칭한 사업마다 중소상공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철수를 해야 만했다.

최근 정용진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간담회 자리에서 대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사회 기여에 대한 애로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규제와 중소상공인들의 등살에 못 이겨 신규 출점은커녕 새로운 사업 시도조차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정 부회장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 정부가 이중적 태도로 일자리 정책 등을 펼치고 있으니 대기업들만 닦달 한다고 해서 잘 될 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 계정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세계가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고 올렸다.

정부 정책에 다소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사회적 기업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 신세계, 아이스크림․생수․소주․화장품 시장 진출....“일자리 창출에도 한몫”

최근 신세계는 아이스크림 사업을 비롯 소주와 생수 시장에 진출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스파필드 고양에 자체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의 아이스크림 전문점 ‘피코크 젤라또’를 이달 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피코크 젤라또는 이탈리아 ‘이트 베터(EAT BETTER)사에서 직접 들여온 프리미엄급 제품을 판매한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는 7000억대 생수 시장에도 뛰어든다. 신세계푸드는 경기도 가평군의 천연광천수로 만든 ‘올반 가평수’를 이달부터 전국 이마트에 선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말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자회사로 인수해 생산시설, 제조설비, 품질기준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해왔다.

신세계 측은 “웰빙 트렌드 확산, 소규모 가구 증가의 영향으로 생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올반 가평수를 출시했다”며 “통합 식품 브랜드 올반의 인지도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쳐 3년내 국내 생수시장 5% 점유를 목표로 키워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는 ‘푸른밤’이라는 소주 브랜드로 국내 소주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말 제주소주를 인수한 이마트는 설비 확충 등 총 250억원을 투자해 제품 출시를 위한 본격적인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휴식·순수함 등 제주도가 지닌 감성적 이미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브랜드명을 ‘푸른밤’으로 정했다”며 “빠르면 9월부터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다양한 시장 진출에 대해 고무적이다. 저성장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 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은 시장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신세계는 지난 2012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말에도 이탈리아 화장품업체인 인터코스와 함께 합작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를 설립하고 올 2월부터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국내외 불안한 정세 속에서 신세계의 지속적인 투자는 다른 기업들의 귀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 개혁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유통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시민단체 등 일각, “중소상공인 밥그릇 빼앗는 꼼수...시장 과열화만”

하지만 신세계의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신세계는 기존 이마트, 백화점 등 사업이 중국 사드 보복 장기화와 신규 출점 제한 등에도 불구 올 2분기 매출이 증가했다.

이마트는 2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3조7581억원, 영업이익은 635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35.2% 증가한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연결기준) 매출 9305억원, 영업이익 7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6%, 영업이익은 64.5% 늘어난 수치다.

면세점도 지난해까지 적자를 내다가 2분기에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중소상공인 반발, 규제 탓을 하며 울상을 지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 시장 확대와 생수, 소주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은 문어발 확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마트는 기업형슈퍼마켓인 위드미를 최근 ‘이마트24’로 변경해 브랜드 인식 제고와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그동안 중소상공인들이나 시민단체에서 수차례 문제 제기를 해왔음에도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시장 과열화를 초래하는 꼼수다”라고 말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회장 강갑봉) 등에 따르면 정부의 SSM 규제에도 불구하고 25년간 동네 슈퍼마켓은 11만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2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와 중소기업인 간담회’ 자리에서 강갑봉 회장은 “유통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지난 1993년 기준 약 15만개였던 슈퍼마켓이 지난해 4만개로 급격히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회장은 “이마트 노브랜드의 물티슈, 갑자 칩 등은 모두 동네 슈퍼마켓의 주력 품목”이라며 “노브랜드의 저렴한 가격에 밀리면 동네 상권은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 만큼 유통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것은 좋지만 상생 측면과 시장 과열화에 대한 우려는 다시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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