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신은주ㆍ최진호 기자] 현대약품의 영국산 낙태약 정식 허가를 눈앞에 두고 도입 절차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고 올해 1월 1일 낙태죄는 효력을 상실했다.

문제는 낙태죄 폐지 이후 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세부적인 입법의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해지지 않은 낙태의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두고 여럿 이해 단체 및 협회에서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3월, 현대약품이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낙태약 '미프지미소'의 국내 판권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약품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정식 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다.

국내 최초 낙태약 도입을 두고 관련 단체와 정부기관 그리고 전문가 사이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뉴스락>은 낙태약 도입을 둘러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집중 조명해봤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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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약품이 국내 도입하려는 영국산 낙태약은 

미프지미소미페프리스톤 1정과 미소프로스톨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이다.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단일제인 반면, 현대약품에서 독점 공급을 계약한 낙태약은 미페프리스톤에 미소프로스톨이 함께 구성됐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초기 자궁 내막의 발달을 돕는 포르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해 자궁 내막을 파괴하고 태아를 자궁에서 떨어지게 하는 약물이다. 미페프리스톤은 현재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이다.

미소프로스톨은 자궁을 수축시켜 분리된 수정체를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미소프로스톨은 위장약으로 허가를 받은 약물이다. 미소프리스톨이 산부인과에서 투약되는 경우는 유산 시 약물이나 물질이 덜 나왔을 경우이며 산부인과 약물로써는 아직 허가받지 못해 특이 사례의 경우에만 의사의 처방 하에 사용되고 있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세계보건기구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은 △불완전한 낙태와 유산의 관리 △옥시토신을 사용할 수 없거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는 산후 출혈의 예방 및 치료의 경우 사용되며 '적절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것'이라고 기재돼 있다.

또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은 '국가법에 의해 허용된 경우 및 문화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사용 가능하며 '철저한 의료감독이 필요하다'고 나와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된 미프진의 부작용으로는 △가벼운 구역질 △발열 △오한 △구토 △두통 △설사 △현기증 △자궁출혈 △빈혈 △아나필락시스 △혈관부종 △두드러기 등의 알레르기 반응 △불안증세 △심박수 증가 △저혈압 △실신 △의식상실 △자궁파열 등이 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 배경에 대해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낙태약은 예전부터 불법 유통됐었다. 불법 유통에 따른 부작용과 짝퉁 등의 문제점이 많이 발생했던 것으로 안다"며 "낙태약을 정식으로 들여와서 여성들이 제대로 처방받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낙태약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필수의약품으로 정하고 있다. [뉴스락]
◆ 낙태약 도입 전 반드시 짚고가야할 문제 '셋'

# 문제 1. 가교임상 진행 여부

'가교임상'이란 해외에서 사용하던 약물을 국내로 도입할 때 한국인에게도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이다.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을 진행하려면 적어도 30명의 낙태를 원하는 임산부가 필요하며 대략 1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낙태약이 국내에서 정식 유통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공식 절차에 따르면 가교임상을 진행해야한다.

그러나 줄곧 낙태죄 폐지를 외쳐왔던 여성 중심 시민단체 등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낙태죄 폐지가 30년이나 늦었거니와 안전성을 이유로 무려 1년이 소요되는 가교임상을 진행해야한다는 것이 납득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9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식약처에 미프지미소의 가교임상을 생략하고 신속 허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모낙폐가 성명서를 통해 발표한 입장은 다음과 같다. △민족적 특성을 이유로 가교임상을 진행하는 것인데 동양인이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가교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필수의약품의 경우 국내에서도 가교임상을 진행하지 않는다. 낙태약도 필수의약품에 해당함으로 신속 허가해야한다

미프지미소의 두가지 성분 중 미소프로스톨은 이미 위장약으로 허가받은 약품이며 미페프리스톤은 중국, 베트남, 몽골, 북한과 같은 민족적으로 유사한 국가에서 낙태를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교임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모낙폐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세계보건기구가 이미 20년 전부터 낙태약 가이드라인에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다 쓰라고 공시했고, 해외에서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콤비팩을 쓰지 않는 것은 회사 전략에 따라 다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그래도 절차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낙태 관련된 법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약을 빨리 허가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낙태약이 뭐가 급하다고 원칙도 가교임상을 생략해야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원칙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가교임상은 진행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모낙폐와 의료계는 현재 불법 유통되고 있는 낙태약 관련 문제에서도 이견을 보인다.

모낙폐는 낙태약 도입 지연이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와 자기결정권 행사를 제약한다고 말한다. 낙태약 도입 지연이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제약한다는 것은 이미 인터넷 상에서 성행하고 있는 '낙태약 불법유통'에 관한 것이다.

약물 낙태를 하려면 국내 식약처에서 허가 받은 약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정식 허가 받은 낙태약이 전무하다.

문제는 낙태죄가 폐지되기 전부터 이미 낙태약 불법유통이 성행해 다수의 국내 여성들이 이미 미프진을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계는 안전성을 이유로 낙태약 가교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수많은 생명을 불법 투약과 불법 시술로 몰아가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불법유통되는 낙태약은 그야말로 불법이기 때문에 적발해야하는 것이고 불법유통이 많기 때문에 가교임상을 생략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달 중으로 현대약품의 미프지미소 사전 검토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했지만 가교임상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짓지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7월 초 현대약품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함에 따라 그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으로 가교임상 관련 사항에 대해 현재 답변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 문제 2: 미성년자에게도 열려있는 낙태약 불법유통 시장

||사진1은 영국산 낙태약 불법 판매 사이트. 사진2는 영국산 낙태약을 광고하는 게시물. 사진3은 미프진 불법 판매 사이트의 24시간 채팅 상담한 내용이다. [뉴스락] 
사진1은 영국산 낙태약 불법 판매 사이트. 사진2는 영국산 낙태약을 광고하는 게시물. 사진3은 미프진 불법 판매 사이트의 24시간 채팅 상담한 내용이다. [뉴스락]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낙태 수술 추정규모 49764건 중 합법적 낙태수술은 4113건으로, 낙태수술의 90%가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불법유통으로 낙태약을 판매하는 사이트는 임산부와 여성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뉴스락>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미프진 구매 방법'을 검색해보니 미프진 불법유통 사이트와 광고 게시물이 무더기로 나온다. 

불법유통 사이트의 24시간 채팅 상담자는 낙태약을 구매하겠다고 하니 채팅을 통해 8개의 질문을 보내왔다. 질문의 내용은 나이, 마지막 생리 날짜, 타 질병의 유무, 낙태 경험 등이다. 8개의 답변을 통해 상담원은 낙태약 복용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을 마쳤다.

임산부의 낙태약 복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는데에 걸린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보호자의 동의 없이 낙태약 구매가 가능했다.

불법유통을 통한 낙태약 복용은 진단을 받지 않고 복용한다는 점, 미성년자도 쉽게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특히 낙태약이 정품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 등 위험 요소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산 불법 낙태약을 미프진으로 속여 국내에 불법 유통한 혐의로 4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정품 판매도 금지된 마당에 짝퉁 미프진을 판매한 것이다.

김동석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미프진은 부작용이 많은 약물이고 불법유통되는 미프진 중에는 가짜가 많다. 실제로 불법유통된 낙태약을 복용하고 심한 하혈과 불완전 유산 등의 부작용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문제 3: 조제권 두고 의사와 약사 간 갈등

미프지미소의 조제권을 두고서도 의사와 약사 간 엇갈리고 있다. 당장 미프지미소가 허가되더라도 실제 유통되기까지의 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의약분업은 의사는 처방을 하고 약사는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투약하는 제도이다.

의약분업의 목적은 의사와 약사가 역할을 분담해 처방과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함으로써 약의 오남용을 예방하는 것이다.

기존 의약분업에 따르면 낙태약을 의사가 처방하고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약사는 투약하는 시스템인데 의료계는 낙태약이 여기서 예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이 주장의 근거로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얘기한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의사가 처방전을 쓰면 환자는 약국을 가야하고 공단에도 낙태 관련된 내용이 전달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의약분업의 예외로 두는 의약품으로는 정신과 약물이 있다. 정신과 약물의 경우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약사에게 약을 받는 과정에서 정신과 치료 사실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기록에 남기 때문에 환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의약분업의 예외로 정해졌다.

따라서 정신과 의약품은 의사가 처방하고 투약까지 완료한다.

낙태 또한 환자의 입장에서는 공개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 낙태약 또한 의약분업의 예외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낙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병원은 의약분업을 하던 안하던 이익이 없다. 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현재 의약분업의 예외로 두고 있는 정신과 약처럼 낙태약 또한 의약분업을 예외로 둬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약사계는 의료계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의약분업은 의사와 약사가 약을 잘못 처방하지 않도록 서로 견제하는 장치인데 낙태약을 예외로 두면 낙태약에 대해서는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현재 의약분업의 예외에 해당되는 약물은 조사제와 정신과 약물이다. 이 경우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약분업을 적용하지 않지만 낙태약은 이 경우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주장이 납득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낙태약 도입,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쟁점 '넷'
사진 모낙폐, 바른인권여성연합 제공 [뉴스락]
사진 모낙폐, 바른인권여성연합 제공 [뉴스락]

# 쟁점 1. 여성의 자기결정권 vs 태아의 생명권

낙태죄가 폐지되고 낙태약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낙태를 둘러싼 윤리적 공방은 여전하다.

여성들은 자기결정권을 제한하지 말라며 수술 없이 약물로 낙태가 가능한 미프지미소의 신속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생명존중을 이유로 낙태를 반대하던 입장에서는 낙태약 도입이 생명을 더 쉽게 희생하게끔 하는 계기가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한국법철학회에서 발표한 '낙태죄 헌법소원과 여성의 목소리'에 따르면 32명의 20~50세 연령의 여성을 상대로 낙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명(52.9%)이 낙태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낙태가 금지되면 원치 않는 출산을 감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출산한다'는 답변은 15.4%, '출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84.6% 였다. 또한 '낙태를 법으로 허용하면 더 쉽게 낙태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24.1%, '아니다'는 78.6%였다.

다수의 여성들은 생명보다는 양육을 중심으로 출산 여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남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아이가 생기는 것인데 낙태를 제한한다면 여성의 입장에서는 같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홀로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생명존중을 이유로 낙태약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은 '생명권은 인간 존엄에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고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오직 인간의 생명을 전제로 할 때만이 인정되기 때문에 생명권이 전제가 되어야한다'라고 말한다.

연취현 바른인권여성연합 전문위원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약물로 낙태를 하면 보이지 않은 채로 낙태가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뱃속의 아기는 생명이 아니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자신의 뱃속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여성들에게는 생명경시 풍조를 만연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쟁점 2. 여성의 건강과 자율성 vs 심각한 고령화 사회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고령화 사회 진입을 시작으로 지난해 고령인구비율이 15.7%에 도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고령인구비율은 20.3%에 도달해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출산장려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낙태죄를 폐지하고 낙태약을 도입하는 정부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출산율과 고령화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이에 따른 대책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1961년 우리나라 정부는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 억제정책을 펼쳤다. 지난 2010년에는 '제1차 저출산 대응 전략 회의'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을 감소시키는 정책적 방안이 거론되면서 '불법인공임신중절 시술기관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프로라이프의사회에서 '2010 태아 살리기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정책을 펼쳤다.

여성계는 이 과정에서 여성의 건강과 자율성 권리가 당연한 듯 무시됐다고 말한다. 한국의 낙태정책이 국가의 출산조절의 수단으로만 이용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결혼도 늦어지는 상황에서 여성이 낙태하게되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가 어렵다"며 "안전한 낙태가 안전한 아이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신중지를 출산율 저하의 단기적 관점이 아닌 사회적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쟁점 3. "쉬운 낙태는 없어" vs "낙태약 도입하면 생명 경시풍조 우려돼"

통계청에 따르면 미혼남녀(20~44세) 2464명의 비혼주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15년 9.6%였던 비혼주의 비율이 2018년에는 20.9%가 되면서 3년 사이 2배 이상이 증가했다.

또한 한부모 가족은 2006년 143만 명, 2009년 155만 명, 2014년 175만 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혼주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결혼은 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형태 또한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낙태약 도입으로 인해 낙태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 쉽게 아이를 갖고 쉽게 낙태하는 생명경시 풍조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더욱이 우리나라는 비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않다는 것 또한 우려를 가중시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 탓에 낙태약을 도입하더라도 타의로 관계를 맺어 (강제)임신한 경우와 자의로 관계를 맺어 임신한 경우를 분리해 낙태약 투약을 달리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관련 전문가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낙태약 도입을 두고 다양한 계층이 머리를 맞대고 법적, 절차적, 제도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계는 낙태약을 도입한다고 해서 낙태를 쉽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유라고 반박한다.

지난 2018년 한국법철학회에서 발표한 '낙태죄 헌법소원과 여성의 목소리' 연구에서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 18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본 연구에서 낙태를 경험한 당사자들은 낙태를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된 전형적 의견으로 '태아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법철학회는 본 연구에서 "여성들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함으로써 행위성을 체험했다기보다는 태아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고통받아 온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여성주의 교육심리학자인 길리건은 "많은 여성들이 자신과 태아를 서로 연결된 존재로서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태아를 지워야 했던 도덕적 딜레마를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 쟁점 4. 성교육 시스템 강화가 먼저 vs 성범죄 처벌 강화가 먼저

이외에도 높아지는 낙태율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전한 낙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제도 마련도 중요하지만 높아지는 낙태율에 대한 대책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관계 경험률은 2017년 5.2%, 2018년 5.7%, 2019년 5.9%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경우 올바른 성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태약이 도입되면 쉽게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될 수 있어 위험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태연 강원도 청소년 성문화센터 센터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청소년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낙태약이 허용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현재 사회적으로도 청소년들의 성 개념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낙태약을 허용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청소년들에게 낙태약을 허용하려면 성에 대한 가치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교육과 함께 성범죄 처벌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성범죄로 인한 낙태에 한정한 내용이다.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 성범죄로 인한 임신과 낙태율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강간 발생 건수는 2017년 5223건, 2018년 5293건, 2019년 5310건으로 성범죄 발생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또한 통계청의 ‘성범죄 처벌 수위 인식’에 따르면 1701명의 남성과 1740명의 여성에게 국내 성범죄 처벌 수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처벌이 강하다’라고 답한 남성은 9.1%, 여성은 8.4%였으며 ‘처벌이 약하다’라고 답한 남성은 91.6%, 여성은 91.5%에 달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성폭력 처벌 강화보다는 포괄적 성교육과 피임접근권을 향상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낙태죄 개정, 어디까지 왔나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형법 제 269조 1항과 제 270조 1항이 삭제됐다.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제공 [뉴스락 편집]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형법 제 269조 1항, 제270조 1항이 삭제됐다. 이로써 낙태해도 부녀와 담당 의사는 처벌받지 않게 됐다. 문제는 ‘낙태를 해도 된다’라는 것 외에 법적으로 공시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채로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4월 15일, 이정미 의원 등 총 10인의 국회의원이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의 규정을 시설하는 개정안 발의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임신 14주 이내의 경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및 수술이 가능하도록 한다 △14주부터 22주까지 기간의 인공임신중절의 경우 현행법상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 사유를 삭제하고 '태아가 건강상태에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거나 입을 염려가 뚜렷한 경우'로 대체한다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한다 △임신 22주를 초과한 경우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한정'한다

그러나 위 개정안은 제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됨으로 자동 폐기됐다.

2020년 10월 12일, 권인숙 의원 등 총 11인의 국회의원이 위에서 언급한 개정안의 의결을 전제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행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단'으로 변경 △약물에 의한 방법으로 인공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한다 △모자보건사업에 재생산건강 관리, 임신출산, 인공임신중단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다 △임산부가 충분한 상담을 토대로 인공임신중단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임산부가 인공임신중단을 결정할 경우 의사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산부의 요청에 따라 인공임신중단을 하도록 한다 △국가는 임산부의 경제적인 능력을 고려해 의료비를 지원한다 △현행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및 형법 적용배제 규정을 삭제한다 

2020년 11월 13일, 조해진 의원 등 총 16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한다 △모자보건기구에서 임신ㆍ출산과 관련하여 모성 및 영유아 건강에 대한 교육과 홍보, 임신의 유지ㆍ종결에 대한 상담을 담당하도록 기능을 추가한다 △임신의 유지ㆍ종결에 관한 상담원의 자격을 의료인으로 한정한다 △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대한 내용(모자보건법 제14조)를 삭제한다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의사의 설명의무 및 서면동의를 명시화한다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미성년자의 경우 아동보호기관 장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 △인공임신중절시술을 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아 이를 지정함으로써 정보를 제공한다

한편, 정부 또한 지난 2020년 11월 18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공임신중절의 방법 확대 △종합상담기관의 설치 △임신,출산 지원기관의 설치,운영 △생식건강 증진 사업의 실시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 내용 삭제 및 인공임신중절 시 서면 동의 등 절차 마련 △의료진의 인공임신중절 요청에 대한 거부

2021년 1월 14일, 남인순 의원 등 총 10인은 지난 2017년 9월에 약물 투여에 의한 인공임신중단 허용과 관련돼 청와대 국민청원에 23만 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2019년 기준 75개국에서 사용중이며 세계보건기구는 임신 9주 이내 안전하고 효과적인 임신중단 방법으로 약물투여를 권고하고 있다며 모자보건법 상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단'으로 변경해 약물에 의한 인공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할 것을 발의했다. 또한 개정안에는 인공임신중단에 대한 보험급여를 실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포함돼있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낙태와 관련돼 발의된 개정안은 총 8개며 이 중 6개의 개정안이 소관위 심사중에 있다.

권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사실 올해 안에 통과할 수 있을지는 여러 입장이 있고 국회의 토론이 필요하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는 어쨌든 이미 헌법 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보고 낙태죄가 폐지가 됐기 때문에 하루빨리 후속입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보고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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