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유통 대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규모는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주요 업체 3개 회사를 중심으로 거래 규모만 7~1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전체 중고 거래를 합치면 2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언급량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포털 '소비자24'에 따르면 국내 Z세대를 중심으로 지난 3년간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언급량(인스타그램 등)은 2018년 1183건에서 지난해 2946건까지 늘었다.

특히 중고거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굴지 유통 대기업들도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일부를 인수했고, 신세계이마트는 이베이 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옥션 등에서의 중고거래 마켓을 확보했다. GS리테일은 중고거래 업체와 협업에 나서고 있다.

<뉴스락>은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중고 시장에서 뛰어든 속내를 들여다봤다.

[뉴스락 편집]
◆ 중고거래 시장·플랫폼 더 커진다...중고 거부감↓·공간활용↑·리셀 재테크 O

국내 중고거래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규모가 지난해 기준 20조 규모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망도 썩 나쁘지 않다.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등 가입자수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유니콘 등극을 앞두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당근마켓도 중고거래 관련 플랫폼이다. 중고거래가 일상화 되면서 시장이 커졌고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들도 덩달아 급성장 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고거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중고거래 플랫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중고거래에 대한 거부감 감소', '공간 활용 가능성', '리셀(재판매) 재테크' 등 크게 3가지다.

△ 우선 상품에 대한 전반적 기술 수준이 올라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쓰던 제품을 통해서도 충분히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됐다. 필요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면서도 제품으로서의 기능엔 문제가 없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된 셈이다.

△ 공간 활용도 주목 받고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대형 제품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될 때, 폐기물 스티커 등 돈을 내고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단 몇 번의 클릭과 사진촬영으로 판매가 가능해졌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중고거래 플랫폼 사용은 필수인 시대가 됐다.

△ 여기에 재테크와 절약적인 부분도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코로나19로 인해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으면서 주식 등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마찬가지로 집콕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출 낭비를 회복하는 수단으로 중고거래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리셀시장에서는 스니커즈, 레고 등 한정판 제품이 최초 구매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희소성 있는 제품들을 되파는 식으로 재테크를 하는 MZ세대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중고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자체만으로도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은 사실상 담보돼 있는 셈이다.

결국 중고거래 시장과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들로서는 새로운 시장 진출이라는 포부 아래에 M&A를 모색하고 지분을 투자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들 유통 대기업들이 그저 단순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 이익 도모만을 위해 투자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 유통 대기업들, 중고시장 눈독 들이는 이유...'집객' 이점에 이커머스 등 신규사업 확대 유리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인 롯데그룹이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한다. 여기에 신세계 이마트, GS리테일 등도 중고거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신규 시장 진출 목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수익성을 생각하기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유통 대기업들이 중고거래에 관심을 키우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재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집객)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 △쿠팡·네이버 등에 의해 과점된 이커머스로의 우회 진출, 확장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롯데쇼핑(대표 강희태) 지난 3월 중고나라 지분 95% 가량을 인수 했다.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 기관투자형 사모펀드들과 함께 1150억 원 가량을 투자했다. 롯데쇼핑은 이 중 2~3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인수 당시 일본의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와 비교 하면서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가 주목 받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메루카리의 시가총액(5일 기준)은 9조 48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롯데쇼핑의 자회사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다가오는 10월 자사 온라인몰에 중고거래 관련 섹션 '하트마켓'을 새로 만들겠다는 개정안을 홈페이지에 공개 했다. 중고나라와의 협업을 염두해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노트북 등 전자기기 리퍼 제품을 중고나라에 입점하는 식으로의 연계가 가능하다.

이러한 협업은 롯데온 등 이커머스 사업의 부진 극복 방법으로써 이용될 수도 있다. 당장 쿠팡 등 이커머스 충성고객 등을 흡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고나라 애용 사용자를 대상으로 롯데온을 홍보하고 유입 시킬 수 있는 것이다.

GS리테일(대표 허연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의 제휴 등 협업을 통해 중고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7월 자사가 운영중인 편의점 브랜드 GS25를 통해 당근마켓과 '마감할인판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형 편의점과 온라인 중고거래의 협업에 첫 포문을 열었다.

GS리테일이 선보인 마감할인판매 서비스는 GS25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통기한 마감에 임박한 제품들에 대해 지역 기반 앱인 당근마켓을 통해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다. 

특히 오프라인 편의점, 슈퍼마켓의 한계점을 당근마켓을 통해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천명하기도 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과의 제휴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당초 GS리테일은 당근마켓의 시리즈D 투자 회사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현재까지는 제휴 협력만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당근마켓에 대한 직접 투자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진석 GS리테일 전략부문 부사장은 "당근마켓과 제휴를 통해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점포들이 소매 기능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등 사회 기능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GS리테일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ESG 경영 확대까지 도모해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세계 이마트(대표 강희석)가 지난 6월 이베이 코리아를 전격 인수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으로의 확장이 가능해졌다.

이마트는 이베이 코리아를 약 3조 4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온라인과 디지털 유통으로의 전환을 알렸다.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쓱닷컴 등과 이베이 코리아의 협업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베이 코리아가 운영중인 옥션 등은 과거 중고나라에 이어 온라인 중고거래를 가장 빨리 시작했던 플랫폼 중 하나다.

현재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 밀려 시장에서 주목 받지 못하고 있으나 이마트 또한 중고거래 확장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미 이마트에서 편의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이마트24는 지난 2월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업체 '파라바라'와의 협업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마트24는 현재 여의도 매장 등 18곳에 파라바라 중고거래 머신을 도입해 비대면 형태의 중고거래를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대면 중고거래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검증된 제품을 매장에 등록하면 불특정 다수가 해당 머신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마트24가 도입한 파라바라의 경우 카드결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구매 상품이 실물과 다르거나 하자가 있을 경우 파라바라로부터 직접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 여타 중고거래 플랫폼들과의 차별점이다.

이마트의 경우 사실상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 트랙으로 중고거래 관련 시장에서의 사업 전개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아직 이마트가 이베이 코리아 인수를 위한 결합심사에 있다"라며 "인수가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현재까지는 이마트와 옥션의 중고거래 등 구체적인 사업 방향 등에 대해서 논의중인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 전문가 입모아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중고거래 플랫폼 주목받는 이유"

이 외에도 현대백화점은 번개장터와 협업을 통해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 BGZT랩을 입점 시켰고, 네이버는 지난 2월 스페인 중고거래 업체 왈라팝에 약 155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투자에 나선 왈라팝은 스페인의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으로 현재 스페인 내 점유율이 6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의 관심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의 중고거래 시장 진입을 통한 신규 비즈니스 확보 과정 자체는 당장 긍정적인 요소로 보이나 중조거래의 고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개인간 거래 한계점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사용자들이 수수료 적용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접하게 됐을 때 거부감을 느끼고 이탈할 가능성 등이다. 개인간 거래에서의 범죄 등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중고거래 앱 사용자들의 경우 어떤 앱들보다 가장 활발하게 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라며 "대기업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지분 인수, 협업 등에 나선 것은 사용자 확보, 즉 집객을 고려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의 경우 수익성 등에서 분명히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수료 형태는 이탈자를 만들수 있다고 본다"라며 "기업들 입장에선 광고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은 불황에 따른 실용적 소비와 초고가 리셀 시장의 확대, 그리고 취향·지역기반의 커뮤니티로 진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고거래 플랫폼은 소위 IT업계 국룰인 '많은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라는 말처럼 중고 플랫폼에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많은 사람이 모이게 되면서 대기업들도 플랫폼을 잡아야 넥스트 리더로서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에 SKT가 11번가를 샀을때 오픈마켓 중개수수료 우려 등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무리해서 샀었다"라며 "더구나 C2C의 경우 수수료가 제로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뛰어 들었다는 건 당시 SKT의 시야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시선에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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