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 ‘수출 세계 6위·수입 세계 9위’, ‘2020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1497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10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등…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전쟁과 외환위기를 뚫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이뤄낸 지표와 순위다.

국가의 명운이 달렸던 위기에도 범국민적 합심으로 번번이 이를 극복해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빛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대한민국은 주력 분야인 IT, 조선, 자동차뿐만 아니라 뷰티·영화·음악을 포함한 문화 산업과 유통(푸드), 제약 등 모든 산업에 걸쳐 세계 속에 깃발을 꽂으며 ‘K-OO’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뉴스락>은 전(全) 산업을 아우르는 ‘K-산업’의 관점에서, 최초를 넘어 인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 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바탕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뉴스락 편집]
바탕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뉴스락 편집]

CMO 시장 선도, 창사 10년 만에 2년 연속 매출 1조원 돌파 눈앞

삼성바이오로직스(사장 존림)는 2011년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와 미국 신약개발 전문업체 퀸타일즈트랜스내셔널(Quintiles Transnational Corp)사가 합작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설립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이다.

지난 6월 기준 삼성물산이 지분 43.44%로 최대주주이며, 삼성전자가 31.49%로 2대주주에 있다. 자체 생산 역량이 부족하거나 전략적으로 생산만을 아웃소싱하는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두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을 하는 데 특화돼 있다.

송도 소재의 CMO 생산능력(CAPA)은 1공장 3만리터, 2공장 15만4000리터, 3공장 18만리터 등 총 36만4000리터로 세계 1위 규모다. 현재 4공장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25만6000리터로 지어지고 있다.

4공장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은 글로벌 CMO 시장의 3분의 1에 도달하게 된다. 삼성은 향후 5,6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괄목한 만한 성장세로 설립 5년 만인 2016년 코스피에 상장해 곧 ‘제약·바이오 대장주’로 거듭났다. 지난해 매출 1조1648억원, 영업이익 2928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9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실적 비결은 단연 주력 사업인 CMO 부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포함해 2조원에 달하는 수주 실적을 올려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으며, 올해는 美 엔졸리틱스와 코로나19 단일항체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생산뿐만 아니라 개발 및 상용화 등에 참여)까지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엔졸리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단일항체치료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단일항체치료제에 대해 세포주 개발부터 임상 물질 생산, 임상시험계획신청(IND) 지원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CDMO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엔졸리틱스가 개발 중인 다른 항체치료제에 대한 계약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모더나와 맺은 코로나19 백신(mRNA-1273)에 대해 완제(DP, Drug Product) CMO 계약에 따라 8월 시생산 후 최근 본생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규모 및 생산물량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업계에선 모더나 백신 가격 15달러 중 충전·포장을 담당하는 CMO 몫이 1달러가량 됨에 따라 5000만 도즈를 위탁생산할 경우 500억원이 수익으로 발생하는 구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존재감 역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오리지널 라이센스 만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

지난 8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서 바이우비즈(성분명 라니비주맙)의 판매 허가를 승인받은 데 이어 지난달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안과 질환 치료제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SB2, SB4, SB5), 항암제(SB3, SB8) 등 총 10종의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파이프라인(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CMO 넘어 CDO·바이오시밀러 ‘순항’, 글로벌 제약사 관심 모여

CDMO 사업은 세포·바이오 관련 시장의 높은 성장성에 따라 잠재력을 갖고 있다. 노인 인구 증가로 퇴행성 질환을 유전자로 치료하는 시도가 늘고 있으며, 항암치료제 시장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와 같은 새로운 세포치료제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 관련 시장이 지난해 기준 133억 달러(약 17조899억원)에서 2025년 253억 달러(약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반영한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26년까지 매년 9% 성장해 5050억 달러(약 59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의 사업 영역을 세포치료제, 백신 등으로 확장하고, CDO(위탁개발) 플랫폼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주목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8월, 세포 증식력과 생존력을 대폭 향상한 자체 세포주 ‘S-CHOice(에스초이스)’를 론칭한 이래 이를 채택한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있으며, 같은 해 10월 美 샌프란시스코 CDO R&D 센터를 개소해 현지 수주 경쟁력을 높였다. 향후 보스턴, 유럽, 중국 등 순차적 진출을 계획 중이다.

또, 지난 9월 위탁개발 서비스의 전 영역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문성, 혁신 기술을 집대성해 표준화한 CDO 플랫폼 ‘S-Cellerate’를 발표했다.

S-Cellerate는 초기 세포주 개발부터 생산공정·분석법 개발, 비임상 및 임상 물질 생산 등을 거쳐 IND(임상시험계획 신청)까지 빠르면 9개월에 가능한 서비스와, 후기개발단계에서 공정 특성확인 및 공정 성능 적격성 평가를 거쳐 최종 판매 승인 신청(BLA)까지 이르는 서비스 등 두 가지로 구분돼 진행되는 ‘원스톱 서비스’ 플랫폼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력 사업인 CMO와 함께 2018년 CDO 사업에 진출한지 3년 만에 올해 2분기 기준 81건의 계약을 따내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며 “이러한 행보를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망 또한 고무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4067억원, 영업이익은 130% 증가한 1302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측이 틀리지 않을 경우 3분기 만에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해 창사 첫 1조원 매출이었던 지난해 기록을 조기 달성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바이오 분야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해 5,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의 역할을 확보하고, CDMO 강화, 바이오시밀러 등의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뉴스락]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 전경. [뉴스락]

최종 목표 ‘신약 개발’, 벤처투자가 묘안 될까

CDMO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에서 시기상조이긴 하나,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궁극적인 과제는 자체 바이오 신약 개발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CMO와 CDO 시장 규모가 크고 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수익원이 안정적일 수 있지만,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바이오산업에서 궁극적으론 신약 개발이 필수”라며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보완이 중요한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직전, 삼성그룹 신사업팀장이었던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크게 3단계로 나눠 ▲CMO 사업 등에 필요한 제조시설을 갖추고,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준비하고, ▲1단계 생산과 2단계 제품개발 능력을 갖춰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새로 취임한 존림 사장 역시 올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CMO, CDO,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챔피언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축적된 혁신 기술 및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 사업도 검토해 삼성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CMO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로 신약 개발에 뛰어들기엔 ‘양날의 검’이 존재한다.

글로벌 제약사가 CMO 회사에 대한 신뢰를 보내는 데에는 기술력, 설비능력과 더불어 자사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성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CMO 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장 직접 개발에 나설 경우 고객사들로부터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또는 새로운 회사를 발굴하는 등의 형태로 다소 신중히 신약 개발에 접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벤처투자 펀드 조성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대주주 삼성물산과 함께 지난 7월 ‘라이프사이언스 펀드’에 각각 495억원, 990억원을 출자해 총 15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유망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혁신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이 펀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사업은 물론, 나아가 차세대 바이오 치료제·신약 개발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출자로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바이오 신약에 대한 사업권과 생산권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삼성벤처투자를 통한 오픈이노베이션 추진으로 성장한계로 느껴졌던 CMO 중심 사업모델의 영역이 확대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끄는 존림 사장은...

1961년생의 존림(사진) 사장은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화학공학 석사와 미국 노스웨스턴 MBA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 로슈, 제넨텍 등에서 생산, 영업, 개발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했다.

2018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부사장으로 합류해 3공장 운영을 총괄해오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김태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사장으로 임명됐다.

코로나19 전 세계 유행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수주를 확보하고 조기 안정화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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