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항 선적장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 현대차 제공 [뉴스락]
현대자동차 울산항 선적장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사진 현대차 제공 [뉴스락]

[뉴스락]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 이번엔 알미늄 합금 생산에 필수 원료인 마그네슘 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마그네슘의 85~90%를 공급하는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마그네슘 가격은 지난 7월 중순 톤당 1만9000위안(약 350만원)에서 지난달 말 6만3000위안(약 1162만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중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함께 호주→중국으로의 석탄공급까지 중단되면서 극심한 전력대란(大亂)이 발생한 여파다.

올해를 탄소중립 실현의 원년으로 정한 중국 중앙정부는 각 성 정부에 에너지 사용 감축 목표를 지정해 하달했다. 여기에 정치적 분쟁 등을 겪고 있는 호주가 중국으로의 석탄 수출을 중단하면서 전력난 해소를 위한 에너지 사용 감축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

특히 마그네슘은 1톤 생산에 35~40㎿의 전력이 필요할 정도로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에 중국 중앙정부는 중국산 마그네슘 잉곳(금속덩어리)의 54%를 생산하는 산시(陝西)성 내 마그네슘 제련 기업 50여곳 가운데 연말까지 35곳의 가동을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나머지 기업도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명령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중국 전체 마그네슘 잉곳 공장 가동률은 전달(8월)보다 11.2%p 하락한 50.4%로 떨어졌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20%p나 떨어진 가동률이다.

이는 글로벌 마그네슘 쇼크로 이어질 전망이다. 마그네슘은 가볍고도 단단한 성질을 갖고 있어 조선, 건설, 항공,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원료로 쓰인다.

알미늄 합금 등 금속은 3개월 후부터 산화가 시작돼 저장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만약 마그네슘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물량 조절 등 대처가 어려워 당장 올해 말부터 전 세계가 마그네슘 위기에 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독일 비철금속무역단체 ‘WV메탈’은 최근 정부에 “중국과 대화에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유러피언알루미늄 역시 다음달 마그네슘 재고가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각국 정부가 중국에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초비상이다. 자동차는 시트 프레임, 연료 탱크 커버, 차량용 기어박스 등에 사용되는 알미늄 합금 생산에 마그네슘이 필수 원료다. 자동차 산업이 전체 마그네슘 수요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아울러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장 중단 및 감산을 반복하고, 이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산감소가 770만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에 따른 매출 손실액은 2100억 달러(약 247조422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실적 하향 조정이 잇따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조8074억원에서 최근 1조7587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아도 1조3301억원에서 1조2906억원으로 내려잡았다.

빨라야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 수급난 해소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마그네슘 쇼크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산업 내 부품 및 원료 이슈는 내년까지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아모스 플래처 애널리스트는 “알미늄 시트나 빌릿 생산에는 마그네슘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마그네슘 공급이 중단되면 자동차 산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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