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한빛 원전 부실시공 이슈와 어닝쇼크 등 잇단 악재 속 현대건설의 수장 바톤을 이어받은 윤영준 사장은 올 초 취임 후 줄곧 악재 진화에 여념이 없다. 

3년째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끄는 김창학 사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부실시공, 건설 현장 근로자 사고, 노조 갈등 등 각종 악재가 발발하면서 수습에 고군분투 중이다.

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등판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윤영준 사장과 현대건설, 그리고 IPO 상장이라는 큰 산을 앞둔 김창학 사장과 현대엔지니어링의 2021년을 <뉴스락>이 돌아봤다.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현대건설

◇ 현대건설과 함께 성장한 윤영준 사장

현대건설은 한빛원전 부실시공 논란과 관련해 정부 기관과 국민, 주주들에게 맹비난을 받았다.

앞서 현대건설이 십여년 전 시공한 한빛원전 3호기에서 125개의 공극과 4호기 원자로 격납 건물에서 벽 두께에 11㎝ 모자란 157㎝ 깊이의 수평 공극(구멍) 등 수백 개의 공극이 발견됐다.

한빛원전은 공극 외에도 공사 기간 단축으로 인한 부실시공 의혹을 받았다.

예정 기간보다 8개월 늦게 공사를 시작했음에도 2개월 일찍 마무리돼 무려 10개월이 단축됐고, 설계를 담당했던 한국전력기술이 보강재를 빼면 원전 벽을 막는 내부철판의 용접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현대건설은 콘크리트 보강 작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은 2019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 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한빛 3·4호기 관련 질의를 받았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송진섭 당시 현대건설 전무(부사장)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거세졌다.

현대건설은 1996년 준공 이후 5년간 하자보수 기간을 거쳐 법적 의무를 다했으며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공사 보수비용 부담은 건설사로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또 다른 악재에 발목이 잡힌 현대건설은 '재무통'으로 불리던 박동욱 사장의 존재가 무색하게도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직전년도 동기 대비 41.5% 급감한 139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 감소한 4조 424억원이다. 현대건설 영업이익은 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722억원보다 19% 낮아 어닝쇼크로 구분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돼 기업들은 어느 정도 실적 부진을 예상했지만, 특히 현대건설은 주력 사업으로 밀어온 해외 현장들에서 안전상의 문제로 공정이 중단되자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렇듯 안팎으로 곤경에 빠진 현대건설을 올해 초 윤영준 당시 주택사업본부 본부장이 떠안게 된다.

현대건설에서 사업관리실장,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 본부장 등 현장 고관리업무를 두루 맡아온 정통 현대맨 윤영준 본부장이 사장 자리에 오르자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

업계의 기대에 부응하듯 윤영준 사장의 취임 이후 현대건설은 활기를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대 및 장기화 등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건설은 실적 개선과 재무구조 개선, 수주까지 이뤄내며 체질 개선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현대건설은 3분기 매출 4조 3520억원, 영업이익 22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7%, 영업이익은 57.6% 증가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대형 현장 공정을 본격화했고 신규 해외 공사를 시작했다. 사우디 마잔 가스 처리 공사, 카타르 루사일 프라자 타워 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과 현대케미칼 HPC Project Package-1현장 등 플랜트 공사가 실적 견인을 도왔다.

더불어 창원 마산회원 2구역 재개발, 오산 갈곶동 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 제주 한림 해상풍력발전 투자 개발 사업 등 국내 사업 수주와 싱가폴 Shaw Tower 공사, 페루 친체로 신공항 터미널 PKG2공사, 사우디 하일-알 주프 380㎸ 송전선 공사 등 해외 공사를 통해 23조 6371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뉴스락 편집]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뉴스락 편집]

◇ 윤형준 사장은 人材, 현대건설은 人災

 

35년 동안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건설 전문가이자 정통 현대맨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윤영준 사장은 단숨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다만 윤 사장의 경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산재 사고가 이어지며 구설도 끊이지 않았다.

앞서 1월 경기도 고양 힐스테이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1명이 추락해 숨졌고, 3월 충남 서산 HPC 프로젝트 현장에서 근로자가 전도된 빔에 끼어 숨졌다.

또한 5월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200㎏ 돌아 맞아 숨졌다. 사망한 근로자는 폐자재를 청소하는 중 굴착기가 떨어뜨린 돌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2020년 연속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현대건설은 상반기 3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받게 됐다.

고용부는 지난 6월 현대건설 본사 및 전국 68개 현장 감독을 진행해 301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 과태료 3억 9140만원을 부과했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의 안전 불감증은 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안전관리 개선 권고를 받은 지 사흘 만에 또 현대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 8월 현대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굴착기 버킷에 깔려 숨졌고, 10월 외국인 근로자가 1t 콘크리트에 깔려 사망했다.

'사망사고 다발 기업'이라는 불명예에도 현대건설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 업계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재해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내년 1월 예고된 가운데, 현대건설은 현장 안전 관리 부문에서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안전을 강조했기 때문에 윤 사장의 부담은 증폭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

◇ 김창학 사장과 함께 성장한 현대엔지니어링

 

김창학 사장은 가히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4월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을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연임이 결정돼 2023년까지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할 김창학 사장은 30여 년을 현대엔지니어링 화공부문에서 일해 온 화공플랜트 전문가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서 화공코스트P&M 실장, 화공수행사업부장, 화공플랜트 사업본부장을 지낸 뒤 대표이사에 취임한 김창학 사장은 취임 직후 두 달 연속 해외 수주를 따냈다.

취임한 달 러시아에서 1200만달러(한화 약 141억원) 규모의 메탄올 플랜트 기본 설계를 수주했다. 그다음 달에는 폴란드에서 9억 9280만유로(약 1조 2900억원) 규모의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EPC를 수주했다.

김창학 사장의 첫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전년 대비 8.3% 증가한 매출 6조 8010억원을 기록했다.

취임 당시 김창학 사장은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며 "모든 임직원의 동참을 독려하며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도전을 장려하며 도전 속에 실패가 용인되는 기업문화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취임사처럼 현대엔지니어링의 국내외 다방면 도전을 시도했고, 양호한 수주 실적을 만들어내며 경영 능력을 입증받았다.

다만 김창학 사장에 대한 평가는 미지근했다. 매출은 8.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현대엔지니어링 영업이익은 40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한 수치다.

업계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 내림세 이유를 종속기업인 해외 법인의 실적 부진을 꼽았다.

앞서 2018년 현대엔지니어링은 화공·전력·인프라 등 플랜트사업에서만 3조 37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해외 플랜트사업 매출은 2조 8659억원이었다.

그러나 현대엔지니어링 해외법인 종속기업 17개 중 6곳의 자본과 당기손익이 적자를 보였다. 필리핀 현지법인은 전년 대비 246%, 인도 현지법인은 74% 매출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1501억원에 이르는 미청구공사 금액까지 발생해 전체 매출의 약 50%가 해외 플랜트 사업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듬해인 2020년 김창학 사장은 영업이익 개선에 나섰지만 전 세계를 경제 공황에 빠뜨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플랜트 사업이 중단되고 연기되는 경우가 다발했다.

김 사장은 코로나19로 해외 사업이 불가능한 실정에 다다르자 도시정비사업에 만전을 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인천 송림 1, 2구역과 울산 중구 B-05구역, 수원 권선 1구역 재건축 등으로 꾸준한 수주를 이뤄내며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김창학 사장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은 7조 1884억원으로 상승한 반면 영업이익은 2587억원으로 코로나19 여파를 절실히 보여줬다.

김창학 사장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극복하기 위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남양주덕소5A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수주를 통해 도시정비사업 진출 5년 만인 올해 이미 연간 수주액 2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021년 리모델링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해당 부문에서만 6047억원의 일감을 확보하는 등 성공적인 사업 확장을 이뤄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뉴스락 편집]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뉴스락 편집]

◇ 현대엔지니어링은 高飛, 김창학 사장은 苦悲

 

내년 초 예정된 기업 공개를 위해 현재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IPO 대어라고 불릴 정도로 업계의 기대가 집중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6위에 자리했으며, 재무 건전성과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있다.

상반기 현대엔지니어링의 유동비율과 부채 비율은 각각 230.4%와  57.1%이며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조 3073억원이다.

업계가 예상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은 8조~10조원이다.

9일 기준 장외시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11만 5000원, 기업 가치는 8조 7346억원으로 상장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이 10조원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높은 기업 평가에도 김창학 사장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순탄한 상장까지 기업 내외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

현대엔지니어링을 둘러싼 부실시공, 근로자 사망사고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에 시공한 힐스테이트미사역그랑파사쥬 주상복합단지는 콘크리트 외벽 균열이 심했고, 벽지가 들떠 있는 등 마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해당 아파트 입주민과 긴 마찰을 빚었다.

이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 시공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8월 중순 현대테라타워 지식산업센터 현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 작업 도중 추락사했다. 이에 경찰은 안전관리 책임자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10월 같은 현장에서 다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달 한 근로자는 시공 현장 10m 높이에서 작업하다가 낙하하는 중량물에 맞아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뿐만 아니라 노사 마찰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져 '갈등 기업'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한국거래소에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예비심사 심의 부결 처리를 요청했다. 사측이 상장과 관련해 노조에 일언반구 설명조차 없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일방적인 상장 진행은 회사와 경영진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피력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악재에 일각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노사 간 문제, 계류 소송 등 상정 적격성 심사 진행 과정 중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부분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평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좋지만 무탈한 상장을 위해 경영 외적인 부분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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