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 ‘수출 세계 6위·수입 세계 9위’, ‘2020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1497달러로 경제규모 세계 10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년 연속 참여’ 등.

10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전쟁과 외환위기를 뚫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이뤄낸 지표와 순위다.

국가의 명운이 달렸던 위기에도 범국민적 합심으로 번번이 이를 극복해왔던 대한민국의 저력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또 한 번 빛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대한민국은 주력 분야인 IT, 조선, 자동차뿐만 아니라 뷰티·영화·음악·게임을 포함한 문화 콘텐츠 산업과 유통(푸드), 제약 등 모든 산업에 걸쳐 세계 속에 깃발을 꽂으며 ‘K-OO’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뉴스락>은 전(全) 산업을 아우르는 ‘K-산업’의 관점에서, 최초를 넘어 인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우리 기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세 번째 이야기는 <게임빌>이다.

바탕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뉴스락 편집]
바탕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뉴스락 편집]

토종 모바일게임 전문 회사, 탄탄한 글로벌 입지 다져

게임빌은 모바일게임 시장이 태동기였던 2000년, 송병준 창업자(현 게임빌-컴투스 의장)가 자바(JAVA) 게임 개발사 ‘피츠넷’을 설립한 뒤 이듬해 게임빌로 사명을 바꾸면서 현재까지 모바일게임 전문 회사로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피처폰 시절부터 ‘놈’, ‘물가에돌튕기기’ 등 흥행 게임을 통해 존재감을 알려오다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 2006년, 국내 게임업체 중에선 최초로 미국 현지법인 게임빌USA를 설립했다.

2009년 국내 모바일게임 전문회사 중에서 두 번째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게임빌재팬(2011년), 게임빌차이나(2013년), 게임빌SEA(2014년), 게임빌유럽(2015년)을 순차적으로 설립하면서 글로벌 게임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제노니아’, ‘에어펭귄’, ‘서머너즈 워(컴투스)’, ‘별이되어라!’, ‘크리티카’ 시리즈 등 스테디셀러 게임을 꾸준히 내놓으며 국내외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일찌감치 세계로 진출한 덕에 글로벌 시장의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에는 토종 모바일게임사로 게임빌의 경쟁사였던 컴투스를 인수하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당시 송병준 의장은 ‘경쟁사 제거’가 아닌 ‘글로벌 모바일게임 No.1’을 향한 과정이라는 이유를 밝혔는데, 현재까지도 양사의 특성과 사내 문화 등은 그대로 유지해온다는 점에서 방증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모바일게임 전문회사로 20여년간 한 길을 걸어온 게임빌은, 최근 대대적인 변화의 닻을 올렸다.

사진 게임빌-컴투스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사진 게임빌-컴투스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플랫폼 도약…빠른 체질 전환 나서

게임빌은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모바일 게임 전문 회사에서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대대적인 체질 변화에 나선 것.

게임빌은 이달 30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상호를 ‘컴투스홀딩스’로 변경할 예정이다. 주요 자회사 및 해외지사 역시 ‘컴투스플랫폼’, ‘컴투스플러스’, ‘컴투스USA’ 등으로 변경된다.

최근 게임빌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게임 및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소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투자를 단행해 2대 주주로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게임빌의 자회사 컴투스는 미국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인 ‘미씨컬 게임즈’에 투자했다. 미씨컬 게임즈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NFT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 디지털 자산으로, 이론상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며 고유성과 희소성을 갖고 있다. 이는 최근 게임업계 내 기존 P2W(pay-to-win, 돈을 써서 승리) 흐름을 P2E(play-to-earn, 돈을 벌기 위해 플레이)로 바꿔가는 데 중요한 화폐 역할을 한다.

위메이드의 MMORPG ‘미르4’가 대표적인 예다. 모든 이용자는 게임 내 ‘흑철’을 채광할 수 있는데, 이를 일정 수량 모아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하거나 토큰 등을 통해 게임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는 구조다.

언뜻 보면 기존 게임화폐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거래소를 통해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과, 플랫폼에 등록된 모든 게임 또는 콘텐츠에서 토큰 등을 얻어 게임간·콘텐츠간 호환(구매 또는 판매행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구조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보안성을 가진다.

게임빌은 자사 대표 게임 ‘서머너즈 워(컴투스)’ 시리즈 신작과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P2E 시장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내년에만 캐주얼, 스포츠 등 총 3개의 게임이 P2E 형태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게임은 연간 1억 이용자를 보유한 게임빌·컴투스 게임 전문 플랫폼 ‘하이브’ 속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할 예정이다. 최근 자체 토큰 ‘C2X(가칭)’을 발행하기 위해 테라폼랩스코리아와 손잡기도 했다.

나아가 게임빌은 NFT를 콘텐츠 시장으로까지 확대해 자회사 뮤직스튜디오부터 K-POP, 그밖의 K-콘텐츠와 접목할 수 있는 NFT 종합거래소를 구상 중이다.

아울러 오는 12월 중 메타버스 계획도시 ‘컴투버스’를 출시하고, 일과 생활뿐만 아니라 놀이(게임), 경제까지 결합한 ‘미러월드 메타노믹스(메타버스+가상경제)’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게임빌 영업수익 요약 그래프. 사진 게임빌 제공 [뉴스락]
게임빌 연결기준 영업수익 요약 그래프. 사진 게임빌 제공 [뉴스락]

게임업계 미래 먹거리 ‘NFT’, 게임빌 선제적 대응에 시장 “긍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 시장은 ‘미래형 화폐’로 불리며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 3분기 NFT 거래 규모는 106억7000만 달러(약 12조5000억원)로, 지난 1,2분기 합산 12억 달러(약 1조4149억원)를 10배가량 뛰어넘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3만8060% 증가했다.

미술작품, 희소성 높은 사진 등 경매에 국한됐던 시장이 가상화폐, 메타버스 등과 맞물리면서 게임업계를 통해 그 수요를 폭증시킨 것이다.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의 NFT 거래 플랫폼 ‘클립드롭스’에서도 지난 7월부터 약 3~4개월 사이 480만 클레이(암호화폐 단위, 지난 9일 기준 약 90억6000만원) 규모의 거래가 발생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게임업계도 너나할 것 없이 NFT를 활용한 P2E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대형게임사 ‘3N’ 역시 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방법을 꾀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게임빌은 오래 전부터 선제적으로, 또 전사적인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곧 있을 사명 변경이 대표적 예다.

시장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5일 종가 8만5600원을 기록했던 게임빌의 주가는 일주일 뒤인 지난 12일 14만7500원까지 상승해 72.3% 급등했다.

이는 업계 최고 상승폭으로, 컴투스 역시 같은 기간 39.1% 증가했다. 셋째주인 15일부터는 게임빌이 15만원선을, 컴투스는 17만원선 안팎을 웃돌고 있다.

게임업체 대부분이 NFT 등을 언급하며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선언했지만, 선제적으로 계획을 구체화·현실화한 데 따른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호실적 또한 변화의 적기라는 분석이다. 게임빌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59억원, 영업이익 216억원, 당기순이익 172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각각 34%, 290%, 244% 상승했다.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 MLB 퍼펙트 이닝 시리즈 등 야구게임의 지속적인 호조와 함께, 코인원 실적 호조, 관계기업 투자이익 증가, 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P2E 모델은 이미 미르4 등을 통해 시장성이 입증됐고, 향후 게임업체들의 주요 사업 모델이 될 전망”이라며 “이 중 게임빌이 새로운 변화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 사업 모델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게임빌을 포함한 국내 게임사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2018년부터 사행성과 환금성 등을 이유로 블록체인 관련 게임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글로벌 시장 매니아층 역시 두터운 게임빌로서는 국내 게임사 대비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수익 창구를 확보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 거점을 두고 있고 국내 게임시장이 세계 톱(Top) 수준의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게임사 모두 같은 고민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게임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NFT를 문화 등 콘텐츠 산업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론 자사 플랫폼 ‘하이브’의 중추 거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단위로 NFT 시장이 커져나간다면 P2E의 장점에 대한 부분도 국내에서 논의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에선 국내 게임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 시리즈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게임빌의 NFT 관련 사업 흥행 여부를 결정할 연결고리는 결국 ‘게임’이기 때문에 리니지, 오딘 등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내년 출시될 신작 등이 대중들에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송병준 게임빌ㆍ컴투스 의장은...

1976년 대구 출생의 송병준 의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2000년 1월 전기공학부·기계항공공학부 학부생들과 함께 피츠넷(현 게임빌)을 설립했다.

2013년 박지영 당시 컴투스 대표에게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게임빌이 컴투스를 인수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득해 당시 지분 21.37%를 700억원에 인수, ‘형제기업’이 됐다.

이후 박지영 대표가 사임하면서 송 의장이 대표직을 맡았고, 이듬해인 2014년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국내외에서 흥행하면서 성공한 M&A 사례로 평가받았다.

지난 9월 기준, 송 의장-게임빌-컴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송 의장이 게임빌 지분 33.21% 보유로 최대주주, 게임빌이 컴투스 지분 29.38% 보유로 최대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립 20여년째 모바일게임 개발에 매진하며 아직까지도 모바일게임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노출을 자주 하지는 않는 성격이나, 컴투스 M&A 등 사례로 볼 때 사업가적 기질과 추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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