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보험업계는 사상 초유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놓였다.

성장성과 수익성 등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디지털화의 급진전, ESG와 같은 사회적 요구 확대 등으로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는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이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면서 보험사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를 보험사들이 어떻게 이겨냈는지 <뉴스락>이 살펴봤다.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

코로나와 K-ICS에 대응해 자구책 마련 안간힘

보험업계 주요 손익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제공 [뉴스락]
보험업계 주요 손익 현황. 자료 금융감독원 제공 [뉴스락]

코로나19 장기화로 보험사는 보험영업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금융시장 속에서 자산운용에 영향을 받았다.

대면영업이 힘들어지면서 보험료 매출에 타격을 받았고, 변동성 증가로 인한 자본 감소와 신규 투자에 대한 수익률 하락을 통해 수익성 및 건전성이 악화됐다.

김세중·김유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2021년 보험회사 CEO 설문조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전염병 확산으로 경제 충격을 경험하면서 보험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 등에서 변동성에 노출됐다”며 “향후 코로나19의 진행 방향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새 보험계약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지급여력(RBC) 비율을 높이는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많은 보험사들이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자본 확충에 나섰다.

롯데손해보험은 본사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각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3월 남창동 본사 사옥을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캡스톤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롯데손보는 224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세일 앤 리스백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던 자산을 매각하고 다시 리스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자산을 계속 사용하면서 목돈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보험 환경과 회계기준 변화의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 사옥 매각과 장기 임차를 결정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지급여력(RBC) 비율 상승과 재무건전성 제고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롯데렌탈 기업공개(IPO) 당시에는 롯데손보가 가지고 있던 지분 4.9%를 처분하며 330억원의 차익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나손해보험이 서울 종로구 사옥을 계열사인 하나자산신탁에 리츠(부동산투자회사)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공시된 신청내용에 따르면 하나트러스트제8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하나손해보험빌딩을 매입해 임대 운영 후 매각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하나트러스트제8호는 약 640억원의 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고 현재 진행 중”이라며 “이 외에도 K-ICS 시스템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MG손해보험은 지난 10월 20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앞서 MG손보는 계속되는 재무건전성 악화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았는데, 이번 자본 확충을 통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차 경영개선계획이 금감원 경영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때문에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경영개선계획이 최종 승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MG손보 관계자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RBC 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았었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기 때문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매력 잃은 한국 시장....외국계 보험사, 脫한국 릴레이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하며 자구의 노력을 펼치는가 하면, 아예 보험업을 접고 업계를 떠나는 보험사도 있다. 특히 외국계 보험사의 ‘탈한국’ 행렬이 눈에 띈다.

국내 보험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3저(저출산·저금리·저성장) 현상으로 보험사들의 성장성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외국계 보험사들이 떠나는 표면적 이유는 한국 보험 시장이 레드오션화 됐기 때문”이라며 “큰 보험사들이 일정 점유율을 차지하고 나면 중소형 보험사 간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또 다른 원인으로 불투명한 규제를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는 "외국계 보험사들은 그간 금융당국의 상품 규제 등 제도의 불투명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 왔다"며 "국내 규제의 불투명성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 최근에는 ‘알짜’ 생명보험사로 꼽히는 라이나생명의 본사 미국 시그나 그룹이 한국 시장을 떠나기로 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시그나 그룹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부와 터키 합작 회사 등을 총 57억50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에 처브그룹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라이나생명의 매각가는 텔레마케팅(TM) 경쟁력에 힘입어 4조원 전후로 매겨졌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계 생명보험사다.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보장성 보험으로 이뤄져 있어 자산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순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시그나 그룹은 건강관리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라이나생명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부를 처브 그룹에 블록딜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그나 그룹은 지난해 7월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내정하기도 했다.

라이나생명은 줄곧 매각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결국 시그나 그룹이 라이나생명을 팔고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됐다.

프랑스 BNP파리바그룹도 신한금융그룹에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매각한다.

BNP파리바그룹은 지난 1일 신한금융그룹과 BNP파리바카디프손보 지분 94.54%를 400억원대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연이은 적자가 원인으로 보인다. BNP파리바카디프손보는 7년째 적자를 내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적자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BNP파리바카디프손보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시기상 신한금융그룹의 제안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며 “기존의 사업은 유지한 채로 신한금융그룹과 파트너십 베이스로 비즈니스를 영위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사업으로 '위드 코로나' 맞이한다..."디지털화·헬스케어"

표 보험연구원 제공 [뉴스락]
표 보험연구원 제공 [뉴스락]

코로나19 이후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한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신사업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보험업계는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트렌드, 건강에 대한 관심 확대 등으로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이에 많은 보험사들이 디지털화를 무기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보험회사 CEO 설문조사’에서 보험업계 대표들은 각 사의 디지털화 목표 수준을 묻는 질문에 ‘보험업 내 새로운 사업모형으로 전환(41.0%)’을 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전통적인 사업영역 안에서는 건강보장을 확대하는 생존전략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 설문조사에서 보험사 대표들은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신사업영역을 묻는 질문에 ‘건강관리 서비스(38.6%)’와 ‘간병·요양 서비스(20.9%)’ 등 건강과 관련된 사업영역에 관심을 보였다.

김세중·김유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건강 관련 영역이 신사업 영역으로 많이 선택된 것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건강보장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고, 건강 분야가 신사업분야인 예방 및 관리서비스와 밀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삼성화재는 지난달 27일 새로운 브랜드 ‘삼성화재 다이렉트 착’을 선보였다.

신규 브랜드를 디지털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고 삼성화재 다이렉트를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삼성화재 다이렉트는 AI 기술 및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개인별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초개인화된 상품을 제공할 방침이다.

김규형 삼성화재 디지털본부장은 "언택트가 일상화되면서 향후 보험사의 온라인 사이트는 단순히 보험을 가입하는 곳이 아닌 보험을 매개로 한 서비스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삼성화재 다이렉트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과의 협업으로 보장 영역 확대와 연관 서비스 고도화 등 이용 편의를 제고하기도 한다.

KB헬스케어는 지난 15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레이포지티브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분야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공동 기획 및 개발 △의료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가공에 필요한 기술 지원 및 업무 공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사용자 경험 데이터 분석 기술 공유 △기업 특화 건강관리서비스 사업 공동 개발 추진 △건강관리 콘텐츠 공동 개발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

최낙천 KB헬스케어 대표는 "휴레이포지티브의 건강관리 서비스 및 콘텐츠 개발 노하우가 KB헬스케어의 인프라와 잘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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