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 기관, 기업 그리고 소비자까지 힘을 합쳐 ‘한국형 선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자동차연구소,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 한국이륜차운전자협회의 장을 맡아온 그는, 미래생활의 핵심이 될 전기차 시장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한국전기차협회, 한국전기자동차기술인협회의 장까지 도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약 246조1222억원인 전기차 시장의 규모는 2030년 약 1127조5535억원으로, 9년 만에 4배 이상 빠르게 커질 전망(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퓨처 보고서)이다.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현대사회에서 전기차는 미래생활의 열쇠가 될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의 외형, 스펙(기술력)과 달리, 이와 동반성장해야 할 충전, 정책 등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필수 교수는 말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도 못 한다고. <뉴스락>은 전기차 인프라에 초점을 맞춰 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사진 본인 제공 [뉴스락]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 사진 본인 제공 [뉴스락]

Q.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전기차 충전기 문제, 왜 해결이 어려운지.

대한민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있는데다 공동주택이 많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사업 모델이다. 초기 양적 성장에 초점을 맞췄음에도 아직도 선진국 대비 충전기가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분별한 양적 성장으로 인해 실제로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곳에도 충전기가 설치돼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형 질적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필요한 곳에 적재적소에 충전기를 배치하고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체류기간이 짧은 관광지나 휴게소에는 급속충전기가 집중 설치돼야 함을 고려하는 것 등이 기본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Q. ‘한국형’ 충전 인프라 해결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국내 시장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국토 자체가 좁아 주차장이 한정됐고, 차고지증명제도 없어 고유의 독자적인 충전기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구 70% 이상이 도심지에서 아파트, 빌라 등 형태로 집단거주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대부분 집 근처에서 한다. 급속충전기의 경우 비용 문제 및 배터리 수명에 대한 우려가 아직 상존하기 때문에, 주거근접의 ‘심야형 완속충전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일차적인 해답을 내놓을 수 있다.

또, 아파트 충전 문제 해결방법 중 하나로 ‘과금형 콘센트’가 있다. 전기차 충전 전용 콘센트를 통해 사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것으로, 공간적인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다.

올해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으로 기존 아파트는 충전기를 주차장의 2% 범위로 확보, 새 아파트는 5% 범위로 확보하도록 했는데, 공간의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게 쉽지만은 않다. 소비자들은 차가 공용주차장과 지하주차장 어디에 있든 충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벽에 콘센트를 많이 설치해 콘센트로 충전한다면 공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전선은 무게 문제나 수납 문제, 안전 문제까지 동반하고 있어 콘센트 자체를 ‘스마트그리드화’ 할 필요가 있다. 일정 비율은 전선으로 충전을 해결하고, 또 일정 비율은 콘센트마다 댐 역할을 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탑재해 잉여전력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실 한국은 이러한 인프라를 갖추는 데 정말 어려운 사업 모델 중 하나다. 하지만 하나둘씩 선제적으로 대비해 한국에서 충전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 세계 어디든 다 해결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전기차 과금형 콘센트 예시. 사진 차지인,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뉴스락]
전기차 과금형 콘센트 예시. 사진 차지인,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뉴스락]

Q. 전기차가 늘수록 전력사용량이 늘텐데, 전력수급에 대한 대책도 동반돼야 하지 않나.

맞다. 현재의 공동주택 수전설비 등으로는 전기차 보급대수가 200~300만대가 넘어갈 경우, 잉여전력 보유에도 한계가 발생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현재 상황에서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충당할지 등 전력망 구축에 대해 지금부터 생각해야 할 때다.

탈원전, 탈석탄 등도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다. 하지만 앞으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필요처가 비단 전기차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이다.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어 전기차로 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전기에너지를 만들 때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으로 해야 하는, 즉 웰투휠(Well-to-wheel)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려면, 정부가 친환경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산업과의 적극적인 조율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해 소비자 또는 국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Q. 보조금 등 정부 지원책이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은 높은 전기차 가격과 내연기관차의 가격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 당초 환경부에서 보조금 지급 기간을 5년 정도로 보고 있었는데, 6~7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 세계 공통 예상치다.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배터리가 차지하는데, 코로나19 장기화, 국제 무역분쟁 등으로 인해 니켈 등 소재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통상 현재 기준으로 배터리 가격을 30% 이상 낮춰야 전기차 가격도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는데 지금 상황으론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조금 지급과 동시에, 탄소 감축에 따른 세제혜택, 전기차 충전비용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 비중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나온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전기차 문턱을 낮춰주는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아울러, 차량 전체 등록대수 2600만대 중 친환경차가 100만대에 불과하고 나머지 2500만대는 내연기관차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당장 제재·규제만 하자는 것이 아니라, 내연기관차 역시 점진적인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소비자가 거부감없이 자연스레 친환경차로 전환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Q. 이러한 정부 정책들이 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방향은.

궁극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결국 ‘관(官)’이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정부 주도하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B2C 형태로 충전사업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것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민간사업자가 아파트에 충전기를 설치하면서 한전에 기본요금을 내고, 아파트 충전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한전이 일부 또 전기료를 받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

이런 것들이 민간사업자 유입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고 결국 비용 상승을 통해 소비자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환경부에서도 이러한 비용을 받는데 이 또한 세금이다. 다만, 환경부의 경우 정부가 해야 할 인큐베이터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충전기 사업을 완전 민간 분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 예산을 따로 편성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주도사업은 충전기 사업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전기차 충전 안내 시스템, 충전기 보수 사업 등 여러 곳에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경우, 민·관 구분없이 고장난 충전기를 수리해 입증하면 정부에서 돈을 지급하는 별도 예산이 있어 평소 고장비율이 매우 낮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지방에서 고장난 충전기가 매우 많다.

이를 정부가 고치려면 대응도 늦는데다 결국 또다시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민간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지금부터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 역시 손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간 협업이 잘 되지 않아 규제 샌드박스로 채택되는 것 자체가 까다롭고, 원활치 못한 원스톱 제도 등으로 규제 샌드박스 자체가 규제를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팀이 조성됐음에도 정작 부서간에는 교류나 소통이 없다. 이러한 구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전기차 시장이 더욱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대통령 직속 또는 조직 부서를 아예 새로 개편한 융합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를 포함한 교수진들이 옴부즈만 세미나 등을 통해 문제점 또는 해결방안을 많이 건의하고 있다.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에선 내연기관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융합 커리큘럼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김재민 기자 [뉴스락]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에선 내연기관차와 함께 하이브리드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융합 커리큘럼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김재민 기자 [뉴스락]

Q. 인력·교육과 관련한 인프라도 더딘 상태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단계에 있는 것인지.

생산 또는 정비 인력에 관한 문제는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심각한 레드오션(Red Ocean) 상태다. 이미 요즘 내연기관차부터 고장이 잘 나지 않고, A/S 보장 기간도 길어져 정비업체가 할 일이 줄어들어왔다.

이렇게 고장나지 않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절반도 되지 않는 전기차가 등장했는데, 기존 정비업자들이 기술력 부재로 손도 대지 못해 일자리 유지가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기존 일자리 대비 30~4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업종 전환 또는 융합형 교육이 시급한데, 사실 정부에서 진행하는 것은 거의 제로(zero)에 가깝다.

저를 포함한 교수진들이 3년 전에 산업통상자원부를 설득해 4개 대학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교재를 만들어 자동차 관련 교수진 교육부터 전부 해왔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또, 교육 부재와 함께 또 하나 심각한 것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이른바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자국 중심 정책 기조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 관련 강성 노조 이미지 등으로 인해 국내를 떠나는 외국 자본이 많아졌다. 최근 GM(제너럴모터스)에서 전기차 한국 생산은 없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렇게 될 경우 더 많은 생산·정비업계 종사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비업계 종사자만 20만명으로 추산되고, 부품 2,3차 업체까지 고려하면 정말 많은 인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

무수히 많은 인력의 생존 여부에 대해 단순히 ‘정부가 교육에 빨리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긴 무리가 있다. 정부가 기업에 좀 더 힘을 실어주면서 동시에 인력 교육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게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자체적으로 사내 인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Q. 결국 인프라 구축을 위해선 여러 집단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 사실 정부나 기업에서도 노력을 하고 있고 전기차 시장 자체도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멀리 바라봐야 한다.

좋은 해외 사례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문화적 감각이나 정책,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한국형 선진 인프라 모델이 필요한 것이고, 미래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정권이 바뀌더라도 일관된 정책을 유지함과 동시에 규제를 합리적인 선에서 풀어줄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나아가, 예비 전기차 오너가 될 소비자·국민과, 관련 업계 종사자 모두가 전기차 시대를 성숙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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