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아모르파티(amor fati)'라는 말이 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다. 우리말로는 ’운명애(運命愛)‘라고 번역을 하고 있다. 이는 운명의 필연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그것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환경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감사하며 사랑을 할 때 창의력이 발현된다는 의미이다. 또 그런 자세를 가질 때 인간은 만족감과 충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정신적 바탕이 되었을 때 내면 깊숙히 잠재되어 있던 창의성의 샘이 솟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주위 환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불만스러워할 때는 파괴력이 생기게 된다. 요즘 우리사회에 불미스런 많은 사건들이 빈발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차서 인지도 모른다.

그 사회가 안정화되고 선진화가 되려면 긍정적인 기운, 곧 아모르파티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사회에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충만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한결같이 창의력을 호소하지만 파괴력이 만연되어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사랑할 수 있는 아모르파티적 여유가 없어서이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지나친 물질주의와 경쟁주의에 내몰려서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병리현상일 수도 있다. 경제성장은 달성했지만 상대적으로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래에 되고 싶은 꿈을 물어봤더니 상징적으로 건물주인이 되는 것이 우세했다고 한다.

아직 순진하고 순박해야할 어린 아이들에게도 물질이 최고의 가치라는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는 반증이다. 그저 설문조사일 따름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기성세대들이 어릴 적에 가졌던 미래의 꿈이 대통령이니 과학자니 했던 것과는 천양지차다.

얼마 전, 스웨덴에 기반을 닦고 사는 교포가 한국을 방문해서 우리나라의 TV방송매체가 표피적이고 말초적인 예능프로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토로를 한 적이 있다. 대중매체가 갖는 엄청난 문화전파력이라는 관점에서 본 견해였다.

그러면서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경박한 TV 프로그램들이 잠재적으로 국민문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우려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사회문화체계를 정립하는 데 미디어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자아냈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곧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를 통해 어떠한 메시지가 전달되느냐 일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자 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대중문화의 흐름에 민감한 청소년들이나 일반 시청자들이 이러한 TV라는 미디어와 소통하며 무의식적으로 얻는 메시지는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갈수록 진화하는 미디어는 메시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미디어가 바로 브랜드가 되고 상품이 되는‘문화적 결정체(決定体)'가 되어 있다. 미디어가 바로 마케팅이자 마켓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더 시청자에게 파고들어갈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TV 미디어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사회가 전반적으로 채워지지 않은 욕구에 대한 불만감을 표출하게끔 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사회에 아모르파티 정신이 필요하다. 모두가 이기적 편향에서 벗어나 긍정의 감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말하자면 범사회적으로 ‘기분 일치 효과(mood congruence effect)’가 발휘되어야 한다. 즉, 모든 국민들이 기분이 좋아 모든 사물들이 긍정적으로 보이고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이 쉽게 떠올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사회는 '지족자부(知足者富), 지족상락(知足常樂)'의 긍정 행복 가치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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