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올해 국내 정유사들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공급 불안정이 생기며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했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정제마진도 상승시킨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유 재고의 가치가 널뛰기하는 덕에 정유업계만 홀로 미소 짓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드러내놓고 마음 편하게 웃을 수도 없다.  

코로나 펜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악재 속에서  세계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날로 커져감에 따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횡재세’의 도입 움직임은 정유사들은 입술이 바짝 마른다. 

<뉴스락>은 GS칼텍스, SK에너지,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 한 해를 돌아본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후세인 알 카타니 S-OIL 대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정유 4사 올해 역대급 실적... SK에너지 415%↑급등

 

정유 4사 2022년 3분기 누적 실적.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뉴스락편집]

16일 <뉴스락>이 정유 4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취합해 본 결과, 올해 정유 4사의 3분기 누적 매출 140조653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85.9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조6288억 원으로 193.6% 상승했다.  

업계에서 4분기 실적도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어 정유업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남기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GS칼텍스가 3분기 누적 매출 43조 8267억 원, 영업이익 4조30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8.47%, 185.96% 늘었다.

SK에너지의 실적이 4사 중 전년 동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 38조6485억 원, 영업이익 3조2554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08.37%, 415.75% 성장했다.

S-OIL은 누적 매출 31조 8520억 원, 영업이익 3조5666억 원으로 집계됐고,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6.13%, 103.8% 증가했다.

S-OIL의 경우 4사 중 증가폭이 가장 낮았지만, 4사 중 가장 낮은 원가율(87%) 등을 감안했을때 정제마진율이 4사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낮은 원가율에 따라 3분기 누적실적의 영업이익률도 가장 높은 11%로 나타났다.

이는 모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와의 프리미엄 혜택을 톡톡히 본 것으로 추정된다.

S-OIL은 원유 전량을 아람코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판매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했던 시기에도 타사에 비해 타격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동기 대비 실적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누적 매출 26조3264억 원, 영업이익 2조7769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79.56%, 영업이익은 226.12%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누계 내수 연료시장 점유율 부분에서는 SK에너지 28.4%, S-OIL 23.6%, 현대오일뱅크 23.1%, GS칼텍스 22.7%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각 사의 주유소 수는 SK에너지 2906개(26.5%), 현대오일뱅크 2351개(21.4%), GS칼텍스 2162개(19.7%), 에쓰오일 2132개(19.5%), 기타 1418개(12.9%)다.

실적잔치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정유사... ‘횡재세’ 비상

유럽 횡재세 도입 현황. 자료=로이터 통신 및 하나금융연구소 [뉴스락편집]

횡재세(windfall tax, 초과이윤세)는 자유로운 시장 경쟁 속에서 벌어들인 기업의 정당한 이익이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이익(횡재 이익)에 대한 세금을 말한다.

횡재세의 도입은 정부 세수를 늘릴 수 있으나, 해당하는 산업의 불확실성 확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업의 소비자 고통 분담이라는 선한 취지에도 이중과세와 반시장 논리 등 도입을 두고 설왕설래다.

정유산업의 횡재세는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사태(외부요인)로 인해 유가가 상승해 정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으니, 초과이익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유엔과 IMF에서도 횡재세 도입을 권고사항으로 발표했고,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9월 임시 횡재세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횡재세를 거둬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독일과 핀란드는 횡재세 부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고, 영국을 비롯한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등 유럽 전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횡재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횡재세가 전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며, 특히 선진국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거나 시행하는 움직임에 한국에서도 법안이 가시화되고 있어 정유사들이 입술이 바짝 마른다.  

국내의 경우 지난 6월부터 횡재세 도입이 정치권에 입방아에 오르면서 8월 2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한국판 횡재세’ 법안 발의를 추진해 한 달 여 만인 9월 1일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특히 지난 14일 진보당 울산시당에서 고금리로 인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금융권에 대해 비판하며 횡재세 도입에 목소리를 높여, 국내에서도 다시 횡재세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에서는 횡재세 도입을 두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코로나 때 막대한 손실을 볼 때는 나몰라라 하더니, 돈을 잘 버니 세금을 더 내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유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이유로 기업에 비정상적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정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경제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는 데만 관심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횡재세 도입을 발의한 용혜인 의원은 “정유사의 횡재세 반대는 유가상승의 고통으로 허덕이는 국민들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면서 “손실에 대해서는 다음 해 법인세에서 공재해주는 제도가 이미 있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유로운 시장 경쟁 속에서 벌어들인 기업의 정당한 이익이 아닌 이외에 대한 부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에도 정유사들은 횡재세 도입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 주주, 소비자,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대 속에서 자신들만의 이익을 좇는 모습은 자칫 그동안 쌓아 올린 ESG이미지를 깎아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의 횡재세 도입의 경우, 과세대상과 표준, 세율 등이 논란의 소지가 있고 국내 실정에도 맞지 않아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미 2008년 정유업계 호황기에 횡재세 부과가 논의 됐던 바 있지만 당시 기금 출연으로 대신했던 것을 근거로 이번에도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친환경' ESG경영 바람 '솔솔'... 정유업계 탈(脫)정유 움직임 

왼쪽부터 GS칼텍스 MFC 전경, SK에너지 울산 공장 전경, S-OIL'샤힌프로젝트' 계약체결, 현대케미칼 공장 준공식. 사진=각사 제공 [뉴스락]
왼쪽부터 GS칼텍스 MFC 전경, SK에너지 울산 공장 전경, S-OIL'샤힌프로젝트' 계약체결, 현대케미칼 HPC공장 준공식. 사진=각사 제공 [뉴스락]

ESG경영 바람은 정유업계에도 불고 있다. 

기후위기 등이 세계 공통의 아젠다로 떠오르고, 원유를 이용한 산업 특성상 ‘환경 오염’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친환경’에 몰두한다.

특히 S-OIL을 비롯한 GS칼텍스의 모기업인 GS, SK에너지의 모기업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의 모기업 HD현대까지 올해 한국ESG기준원의 ESG등급평가에서 모두 종합 'A'등급을 받으면서 ESG경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이에 정유 4사는 탄소중립에 시대에 따른 탈(脫)정유 움직임에 분주하다. '친환경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것이 정유사들의 공통의 목표다.

GS칼텍스는 지난 11월 11일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전남 여수공장 인근에 올레핀 생산시설(MFC) 구축에 나섰다. 시설에서는 연간 에틸렌 75만t, 폴리에틸렌 50만t, 열분해가솔린 41만t, 프로필렌 41만t, 혼합C4유분 24만t 규모의 케파(생산능력)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소재와 폐배터리 재활용 등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약 20조원을 배터리·소재 부문에 투자할 방침이다. 또한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오는 울산·미포 국가산업단지에 저탄소 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S-OIL은 '석유에서 화학으로(Oil to Chemicals)' 슬로건 아래 탈정유를 추진 중이다

지난 11월 17일 9조258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 분야 '샤힌 프로젝트'를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따라 오는 2026년까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화학제품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인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연간 최대 320만t 생산할 계획이다.

전체 매출 중 석유화학 비중을 지난해 17%에서 2030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에너지·소재 사업을 위한 플랫폼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부문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재활용 폐자원을 원료로 활용한다. 특히 롯데케미칼과의 함께 설립한 현대케미칼은 지난 10월 HPC공장을 준공하고 석유화학분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크게 올레핀족과 방향족 분야로 나뉘는데, 그동안 방향족 제품만 생산했으나 HPC프로젝트를 통해 올레핀 분야까지 넓힌 것이다. 공장에서는 연간 약 115만t 규모의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향후 2차전지 소재와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화학 소재를 중심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정제마진 강세 지속... 실적 '맑음'

하나금융연구소 '2023 일반 산업 전망' 캡처. [뉴스락]

올해 정유업계의 사상 최대의 실적은 국제유가 상승을 비롯해 석유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에 주목해야 한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2023년 산업전망’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이후 정제마진이 급등한 원인으로 글로벌 정제설비들이 폐쇄함에 따라 공급은 감소하고, 여기에 더해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도 같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또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2021~2022년보다 에너지대란 전인 2019년이 더 석유제품 수요가 높았다. 이에 따라 올해의 정제마진의 급등은 수요상승에 따른 것이 아닌 공급 감소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12월부터 중국에서 다시 휘발유, 등경유 등 석유제품 수출 물량을 높이고 있고, 줄어들었던 글로벌 정제설비도 올해 105만 b/d에서 내년 155만b/d로 증설될 전망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월 코로나19로 중국 내수가 부진하면서 쌓였던 석유제품 재고를 수출할 계획”이라며 “중국발 정제마진 약세에 대비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소도 정제마진 하락 전망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견이지만, 실적에서는 여전히 ‘호황’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정제마진의 경우 올해 13.2달러/배럴에서 8.5달러/배럴로 하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해 재고평가이익도 기대할 수 없다.

다만 정제마진이 하락한다 해도 손익분기점인 4~5달러/배럴은 여전히 상회하기 때문에 올해실적보다는 축소되겠으나 여전히 높은 8%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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