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② 건설업계 뿌리깊은 담합]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천태만상 담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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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② 건설업계 뿌리깊은 담합]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천태만상 담합 사례
공공기관 발주 공사는 건설사들의 좋은 먹잇감?
  • 심성철 기자
  • 승인 2018.01.23 0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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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등 사정기관이 매년 건설업계 담합 사건을 조사하고,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도 담합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
 
 "관급 공사에서의 비리는 건설사에게만 과징금만 부과할것이 아니라 평가기관(위원)과 공공기관까지 모두 발본색원해야만이 근절될 수 있는데, 사정기관은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는 게 문제."
 
-담합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사진=(시계방향)YTN, TV조선 등 방송일부 화면 캡처.

[뉴스락]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 발주 공사에는 각종 비리가 등장한다. 

담합이 대표적이다. 건설사들이 공사 낙찰자를 미리 정해 놓고 투찰 금액을 짜거나 들러리 입찰을 하는 식이다. 

방법도 봉이 김선달이 울고 갈 정도로 기발, 기상천외하다.

184.5㎞의 철도망을 잇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 공사에는 이런 기상천외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2014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에서 3조5980억원 규모의 공사비를 담합해 나눠먹은 28개 건설사에 435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은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 ‘빅 7사’가 주도했다.

이들은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줄이고 각 건설사가 보다 쉽게 낙찰을 받도록 하자”고 뜻을 모았다. 빅7이 업체 규모와 철도시설 공사 경험을 고려해 이번 입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국내 건설사 21곳을 임의로 골라 A·B·C 세개 그룹으로 나눴다.

이어 빅7이 속한 A그룹에는 공구 5곳, 한진중공업 등 5개 건설사가 속한 B그룹에는 공구 4곳, C그룹 9개 업체에는 공구 4곳을 배정했다.

이때 사용된 방법이 '제비뽑기'.

공구를 배정받은 업체들은 투찰가를 다른 업체들에 미리 알려줬다. 높은 가격에 ‘들러리 입찰’을 해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제비뽑기에서 떨어진 업체라고 손해만 보는 건 아니다. 다음번 건설 공사에서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공사 지분을 나눠가졌다. 그 결과 건설사들은 77∼79%대의 낙찰률로 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

차량기지 건설공사의 낙찰자는 대림산업이었다. 이 회사가 낙찰에 성공한 이유는 공정한 경쟁에서 이겼기 때문이 아니다.

‘사다리타기’에서 승리한 결과다.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은 2010년 3월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사다리타기 추첨을 통해 대림산업을 낙찰자로 정했다.

3조5495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도 동일한 방법이 쓰였다. 대림산업·한양·대우건설·GS건설·현대건설·경남기업·한화건설·삼부토건·동아건설산업·SK건설 등 건설사 10곳은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 12건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제비뽑기 방식으로 입찰을 수주 받는 순번을 정했다.

공사를 낙찰 받은 업체는 물량을 수주 받지 못한 업체들과 공사물량을 배분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공사가 시작된다고 비리가 끝나는 건 아니다. 공법을 속여 수백억원을 탈취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2013년 발주한 총 1조2711억원 규모의 ‘수서발 고속철도 사업’에서 이런 비리가 드러났다.

성남시 분당구 일대 구간 공사의 구간을 맡은 두산건설의 현장소장은 값싼 화약 발파 공법으로 굴착을 시행하고도 고가의 슈퍼웨지 공법으로 굴착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제출해 약 182억원의 공사비를 편취했다.

슈퍼웨지 공법은 화약을 이용해 폭파하는 화약발파 공법과 달리 대형 드릴을 사용해 땅을 파는 방식이다. 화약발파 공법보다 진동과 소음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화약발파 공법보다 5∼6배 가량 비용이 들고 공사 진행 속도가 더디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일대 공사구간을 맡은 GS건설 현장소장도 같은 방식으로 공사비를 편취했다.

대형건설들뿐만 아니다. 중견·중소건설사들도 형님 건설사에 질새라 담합에 앞장(?)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콘크리트 도로 유지 보수 공사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사, 투찰 가격, 물량 배분을 담합한 9개 중견건설사들에게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이 중 8개사에게 과징금 총 68억 1700만원 부과와 함께 9개사 모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영토건, 남경건설, 대상이앤씨, 삼우아이엠씨 등 9개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콘크리트 도로 유지 보수 공사 입찰에서 2012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총 69건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전화 연락이나 대면 접촉 등을 통해 낙찰 예정사, 투찰가격, 낙찰 물량의 배분을 합의했다.

이들은 한국도로공사가 상용화 평가(2011년 도입)를 통과한 업체들에게 콘크리트 도로 유지 보수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2012년 9월부터 이들 업체들이 참여한 경쟁 입찰을 통해 도로 유지 보수 공사의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자, 입찰 참가사들은 경쟁의 회피를 통해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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