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반복이다. 매년 국내 건설사들은 입찰담합 적발로 수모를 겪는다.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맞고 관계자들까지 구속 되도 달라지는 게 없다. 오너와 CEO가 나서서 고개까지 숙였건만 도돌이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새해가 밝자 국내 9개 건설사의 ‘짬짬이’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4일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콘크리트 도로 유지보수공사 입찰에서 낙찰 예정사, 투찰가격, 물량배분 등을 담합한 건설사에게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과징금 총 68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시계방향)YTN, TV조선 등 방송일부 화면 캡처.

◇ "우리도 할말은 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공기관 발주 공사는 이익이 크지 않은데, 여기서 서로 출혈 경쟁을 벌이다가는 적자를 보기 일쑤"라며 "당장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수주실적을 유지하려면 입찰에서 발을 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담합은 건설사가 택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전략이라는 논리다.

물론 이런 건설사들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적자를 본다면 굳이 공공기관 발주 사업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수주실적을 관리하는 건 건설사의 선택이다. 불법을 자행한 게 정당화되진 않는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건설사의 자정 노력에만 기댈 수도 없다고도 지적했다.

입찰 과정에서 담합이 이뤄질 수 없도록 제도적 및 후속 법적 조치 등 더욱 강화된 시스템이 마련됐다면 애초부터 담합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되레 담합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개발 속도를 높이려 여러 공구를 동시에 발주한 게 대표적이다. 

이때 일부 건설사 독점을 막으려 1개 건설사가 1공구만 맡도록 규정했다. 결국 건설사들이 공구마다 공사를 나눠 갖는 빌미를 제공했다. 담합이 적발된 ‘4대강 사업’ ‘경인운하 사업’ ‘호남고속철도’ 등이 이런 유형이다.

최저가낙찰제도 문제였다. 이 제도는 발주처가 책정한 예정 공사비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낙찰 받는 방식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수익률이 낮아진다. 마진을 맞추기 위해서는 경쟁을 피하고 담합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최저가에 맞추다 보니 ‘쥐어짜기 식’의 하도급 관행도 빈번히 벌어졌다.

◇ "정부, 당근과 채찍 정책으로 담합 근절"

2015년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가격, 공사수행능력, 고용·공정거래·건설안전 실적 등 사회적 책임을 종합평가해서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인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제도 도입 1년 반 동안 종심제의 낙찰률이 다시 하락한 게 증거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81.6%로 출발했던 종심제 낙찰률은 2016년 하반기 80.4%, 2017년 7월까지 79.2%로 계속해서 떨어졌다. 어느덧 최저낙찰제 시기 수준(75%)에 근접했다. 

입찰금액이 여전히 낙찰자 선정기준의 1순위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의 실책이다. ‘시공기간 단축’ ‘예산 축소’ 등의 이유로 건설사들의 경쟁의 폭을 좁힌 셈이라서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결국 담합 해결을 위한 묘안은 공사수행능력과 입찰금액 모두에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심사제도를 보완강화해 마련하는 것이며, 건설사에 이익을 보장하되, 하도급 업체와 상생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독려와 감시 를 적절히 병행하는 정책을 펼쳐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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