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황동진 기자] 요즘 코흘리개 애들도 브랜드를 따진다. 우픈(웃기고 슬픈) 우리 사회의 단면이지만, 브랜드는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최근에는 아파트 브랜드를 두고 소송까지 치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브랜드에 따라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국내 주요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는 지난 결과에서 1위를 차지했던 삼성물산을 제치고 현대건설이 수성을 차지했다. 연구소는 건설사 브랜드 24개의 빅데이터 561만개를 분석(1월26일~2월27일)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참여와 소통량 및 커뮤니티지표, 브랜드에 대한 긍․부정 비율을 측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브랜드평판 순위는 현대건설(브랜드 힐스테이트․평판지수 957), 삼성물산(래미안․778), GS건설(자이․655),대림산업(e편한세상․428), 대우건설(푸르지오․320), 포스코건설(더샵․273), 부영건설(사랑으로․253), 롯데건설(롯데캐슬․243), 서희건설(스타힐스․240), 현대산업개발(아이파크․233), SK건설(SK뷰․181), 한화건설(꿈에그린․151), 두산건설(두산위브․138), 호반건설(베르디움․104),동부건설(센트레빌․91), 계룡건설(리슈빌․91), 태영건설(데시앙․79), 금호건설(어울림․67) 순이었다.

그런데 이 평가 속에서 알고 보면 찜찜한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다.

표=한국기업평판연구소 제공.

기아차가 만든 그랜저를 현대차 명품 그랜저라고 할 수 있나

#1. 지난달 23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일대에 들어서는 삼송 3차 아이파크가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분양에 들어갔다. 모델하우스를 개관한지 불과 얼마되지 않아 2만1000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문자 A씨(일산 거주․37)는 “예전에 현대산업개발이 분양한 삼송1,2차가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고해서 우려를 했었는데, 지역 개발 호재와 명품 브랜드 후광때문인지 3차 분양에서는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렸다”며 “그런데 분양 카달로그를 자세히 살펴보니 삼송3차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게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인 아이앤콘스란 건설사에서 짓는 거였다. 기분이 찜찜했다”고 말했다. <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2. 모기업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효과를 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주택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흡수합병한 현대엠코의 브랜드 엠코타운 사용을 자제하고, 2011년부터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해오고 있다. 당시 말이 많았다.

○○힐스테이 분양자 B씨(도곡동 거주․45)는 “힐스테이트 하면 당연히 현대건설인 줄로만 알았다”며 “하지만 알고보니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브랜드만 사용하는 거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고, 감수를 받아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기아차가 만든 그랜저를 정말 현대차의 명품 그랜저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반문이 든다”고 말했다. <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사례에서처럼 이런 경우는 비단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아이앤콘스)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원래 주택 사업을 하지 않았다. 2011년 4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 한 후 기존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합병하면서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 내 공장 건설 시공 등을 전담해온 현대엠코도 엠코타운이란 브랜드로 주택 사업을 영위하기는 했지만, 뒤늦게 시작한 탓인지 인지도가 떨어졌다.

현대건설 측은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건설사들도 대부분 그러하다고 했다.

로열티 지급하면 무조건 사용 가능?

<뉴스락>이 주요 건설사들이 실제 그런지 확인해봤다. 상위 건설사 중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하떠이알앤씨), GS건설(지에스텍), 대림산업(삼호,고려개발), 부영(동광주택,광영토건,남광건설 등), 서희건설(칼라스퀘어), 현대산업개발(아이앤콘스), SK건설(비앤엠개발), 호반건설(호반건설주택,호반건설산업,호반베르디움,호반하우징 등), 계룡건설(성심개발, 빌라트주택,성심개발 등), 신세계건설(신세계투자개발), KCC건설((주)미래), 태영건설(에코시티개발) 등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괄호안은 모기업과 특수관계사인 계열사나 자회사명>

이 중 일부는 로열티를 지급하고 브랜드를 공동 사용하고 있는 것(로열티는 비공개)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삼호, 고려개발, 동광주택, 호반베르디움 등이 직접 시공에 참여하는 건설사로 모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시행, 컨설팅 및 설계, 철거 용역, 임대분양 등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DART)에 올라온 이들 기업의 각종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이나 남광건설처럼 M&A(기업 인수합병) 후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는 2000년 초반에 대부분 설립된 회사다.

로고=각 사 제공.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쓱싹’

이 당시 대형 건설사들이 따로 설계부터 시행, 시공, 분양까지 담당하는 자체 계열사(자회사)를 설립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금융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기존 ‘시행 따로’ ‘분양 따로’ ‘시공 따로’의 방식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턴키방식을 통해 수익 극대화를 꾀하며 동시에 민원 해결에도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이유는 또 있다. 이들 건설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오너형 기업이란 점과 설립된 계열사의 지분은 거의가 오너 일가(오너가 2~3세)가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수익 극대화는 동시에 오너 지배 강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건설, 부영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 실탄 마련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산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면서 현재 비판을 이어서 사고 있다. 또한, 현대건설의 하떠이알앤씨는 사업 실적이 전무하면서도 모기업 현대건설로부터 수백억원대 자금 대여를 받았으며, 현재 현대건설 소속 부장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사내이사가 현대건설 고문 등 역을 맡고 있어 베일에 쌓여있다.

호반건설 역시 오너가 자제 회사(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산업 등)에 일감몰아주고 회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수년째 사고 있다. 호반건설은 도급순위 15위다. 호반건설은 대형건설사와 입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항변하지만,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벌떼 입찰’을 통해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 건설사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역건설사 할당제’도 대형건설사들의 계열사(자회사) 설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각 지자체에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지역 건설사들의 자금경색으로 부도가 잇따르자 회생 방안으로 할당제도를 속속 도입하면서 대형건설사들의 지역 공사 참여가 원천봉쇄됐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지역에 주소를 두고 계열사(자회사)를 설립해 소규모 및 지역 입찰에 참여가 가능하게 됐다.

이를 두고서 경제시민단체는 “지역할당제가 필요한건 사실이지만 상당부분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현행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한 실효성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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