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우리 산업계를 갉아먹는 좀벌레, 담합 비리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효성 공익제보자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진 효성과 현대중공업의 한국수력원자력 변압기 입찰 담합 비리 의혹은 우리 산업계에 뿌리깊게 박힌 담합 비리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효성중공업 전 영업전략팀 차장 출신인 김민규씨는 "회사의 지시에 의해 담합을 주도 했지만, 나 자신은 늘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사안이 담합 비리보다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 재갱신 인증도 받지 않은 제품이 원자력발전소에  납품돼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일부 언론에 제보하기 몇해전에 이미 한수원 등 관계기관에 이같은 내용을 제보했지만, 역시나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고 한탄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김씨 제보를 토대로 내사 진행 중이다. 

<뉴스락>은 '효성 변압기 담합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민규 전 차장을 지난 14일 서울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 인근 카페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김 전 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효성에서 해고 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아직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다.

효성에서 해고되기까지의 과정은.

2014년 10월 21일 임직원협박, 명예훼손 등의 죄목으로 사업부에서 징계가 내려오고 10.22일 정직이 내려졌다. 그날 한수원 입찰담당 최 모 차장에게 담합 건에 대해 제보를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최 모 차장이 11월 18일 제보내용을 효성으로 돌려보냈다. 

실제 정직은 2014년 12월부터 당했다. 효성에서는 2015년 11월 26일 고객사 협박 및 명예실추 등을 이유로 나를 해고시켰다.

2015년 해고 후 2018년 언론제보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3년동안 다른 곳에 제보를 하진 않았나.

한수원 입찰담당 최 모 차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한수원 내부에서 알아서 처리해주리라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효성으로 다시 제보내용을 돌려보낸 것을 나중에 알게됐다. 그래서 2017년 8월 산자부 국민신문고에 제보를 했다. 그러나 산자부에서는 한수원 내부조사를 요구했다. 이 부분은 조금 불만스럽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A의원과 얘기 중에 있다.

담합, 접대 등의 자리에 직접 있었나, 사다리타기와 가위바위보 등으로 물량을 나눠가진게 정말인가.

직접 자리에 있었다. 이미 일부 언론 보도된 '행주산성 회동'에서도 효성 안 모 상무의 수행비서형식으로 따라갔다. 나를 포함 김 모 부장, 한 모 차장 등이 동행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손 모 부장이 나왔다. 손 부장은 현중에서 한수원과 한전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사다리타기의 사다리도 내가 직접 그렸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폐기가 쉬운 냅킨에다가 물량 등을 적곤 했다. 

LS산전이 들러리를 섰다는 것은 단독응찰이 불가한 특징 때문이었다. 단독응찰을 할 경우 자동으로 유찰된다. LS산전을 입찰에 참여하게 한 것도 내가 직접 LS산전 김 모 과장을 끌어들인 것이다. 

영업사원은 계약서와 숫자로 말한다. 계약서가 인성이다. 

현대중공업과의 담합도 회사 측에서 수주를 무조건 따오라는 지시와 강압에 내가 주도했다. 언론에 보도됐던 2011년 2월 행주산성에서의 회동에서 약 4000억 가량의 입찰물량 중 현대중공업이 약 2100억, 효성이 약 2080억씩 나눠가졌다.

담합이 이루어진 정황과 방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내가 처음으로 목격한 것은 2011년 행주산성 회동부터이다. 2010년 여름 즈음 현대중공업이 신울진 1,2 호기를 약 1300억에 따냈다. 이것도 미리 이야기가 된 부분이었다. 

2011년 회동은 작년에 현대중공업이 따냈으니 올해는 효성의 차례이다 라고 확인받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삼척과 UAE 등을 포함 8~9개 총 4100~4200억 가량의 물량을 효성과 현대중공업이 절반씩 나눠가지기로 한 것이다.

그것보다 최우선은 2011년 신울진 1,2호기를 수주해오는 것이었다. 결국 2011년 5~6월 즈음 1200억원에 따냈다. 현대중공업과 다 이야기가 된 부분이다. 2015년 해고되기 까지 약 20여건의 담합을 주도했지만 2011년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안 모 상무의 지시와 강압으로 한수원 측에 발주를 이끌어내기 위해 영업을 했고 이 과정에서 입찰가를 현대중공업, LS산전과의 담합을 통해 맞췄다. 일반변압기는 입찰공고가 공시가 아닌 급격히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이를 먼저 보고 준비하는 것이 임자이다. 효성이 먼저 입찰공고를 보고 10억짜리를 수주하기로 했다면 현대중공업과 LS산전은 들러리를 서고 민간시장에서 10억 정도의 물량확보를 약속받았다.

예를들면 한수원 입찰에서는 LS산전이 들러리를 서고 효성이 수주하고 민간시장 입찰에서는 효성이 들러리를 서고 LS산전이 수주하는 방식이다.

담합 지시와 보고의 최종결제라인은 누구인가.

안 모 상무다. 나같은 직원은 담당 임원까지만 알 수 있다. 그 위로는 어디까지 보고와 결제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입찰과 계약은 대표이사 명의로 이루어진다. 

작게는 몇억, 크게는 몇천억까지 이루어지는데 대표이사의 승인이 없었겠는가. 결제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구두승인은 있어야 말이 된다. 

아마 대표이사의 결제까지는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이 든다.

한수원과 변압기 입찰가를 높이는 유착비리를 통해 본래 납품가 보다 높게 납품되어 생긴 차익이 효성그룹 최고경영진(효성 조현준 회장 등)에게 흘러갔다고 생각하는가. 

작게는 몇억 크게는 몇천억까지 왔다갔다 한다. 기업의 특성상 당연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조 회장 개인의 이익은 모르겠으나 분명 윗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갔을 것이다.

품질인증을 받지 않은 변압기를 납품했다고 주장하는데, 애초에 유착비리로 인해 효성으로 낙찰기업이 정해져 있었기에 품질인증을 등한시 한것인가.

아니다. 품질인증은 입찰필수조건이다. 품질인증을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인증과정의 문제라 볼 수있다. 경북 울진 한울 원전에서 2013년 1차 납품 이후 2014년 11월 2차 납품 과정에서 품질인증 갱신기간을 놓쳤다. 이는 운전면허 갱신과 같다. 무면허로 운전한 것과 다름이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2013년에 창원공장에서 긴급대책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창원에는 1공장, 2공장, 4공장이 있는데 2공장에서는 몰드 변압기만 생산하고 4공장에서는 차단기만 생산한다. 한수원 측에 2013년 납품 한 것은 2공장에서 생산 된 몰드 변압기다. 

그러나 효성 측에서는 납품된 물품 자체가 4공장에서 생산 된 저압차단기라고 해명하고 있다. 2013년 10월 당시 4공장에서 생산된 차단기는 품질인증을 거쳤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3년 애초에 납품된 물건을 몰드 변압기에서 차단기로 바꿔버린 셈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내부고발을 지시했을수도 있다는 일각에서의 합리적 의심이 있다. 조 전 부사장과 본인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있는가.

조현준 전 부사장은 단지 모셨던 상사일 뿐이다. 2009년 부터 조 부사장이 윤리, 정도 경영 방침을 내새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다. 이때부터 추구하는 뜻이 같았던 거 같다. 자기 형을 상대로 고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뜻이 비슷해 나선 것이다. 

조 전 부사장에게 지시를 받은일은 없다. 조 회장이 검찰조사를 받은 시기와 담합 내부고발의 시기가 일치하는 것은 단지 시기적인 우연일 뿐이다. 조 전 부사장과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다.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쟁점은 담합이 개인적인 담합이었나 회사의 지시가 있었나 이다. 회사 차원에서 담합이 이뤄졌다는 증거는 있는가

담합의 특성 상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문자메세지보단 전화통화로 내용을 주고 받는다. 그러나 증거는 가지고 있다. 

공정위에 원본을 제출한 상태이다. 현재로선 자료를 기자님께 드릴 순 없다. 공정위에서 수사방해의 여지가 있다고 해 어디에도 자료를 주면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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