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지난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인근 삽교호를 잇는 배수관에서 기름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과 인주면 어업계 소속 주민 등은 지난달 16일, 충남 아산 인주면에 위치한 현대차 아산공장 우수관로로 추정되는 배수관로에서 다량의 기름이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 아산공장은 “경운기 사고로 인한 유출”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대차와 주민들의 협상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좁혀지고 있지 않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인주면 어업계, “기름의 종류, 양을 보아 현대차 일 수 밖에 없어”

환경연합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현대차 아산공장 정문에서 300M 떨어진 곳 유역으로 추정되는 곳에 검은 기름띠가 하천에 떠내려 가는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름띠는 환경단체가 의뢰해 분석한 결과 차량의 마모를 막는 윤활유로 밝혀졌으며 유출량은 2000ML에서 35000ML 정도로 추정됐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분석기관에 의뢰한 기름은 극히 일부이며 더 많은 양이 유출됐을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이정도 양의 윤활유를 사용하는 곳은 대기업, 즉 현대차 아산공장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환경부 지자체에 제보를 준비중이다”라고 밝혔다.

인주면 어업계 소속 관계자는 “아산시청에서 국과수 의뢰 결과, 절삭유라고 결과가 나왔다”라며 “절삭유를 쓰는 곳은 인근에 현대자동차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진실된 사죄와 사후 재발방지 대책을 바란다”고 말했다.

환경연합은 1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현대자동차는 아산공장 기름유출 사고 은폐 중단하고 책임있는 사과와 함께 투명하게 진실을 밝혀라’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을 벌였다.

현재도 인주면 어업계 소속 어민들은 현대차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현대차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농성 중이다.

사진1=천막에 붙어있는 문구들. 사진2=현대차가 주장하는 경운기 사고 지점. 사진3=삽교호로 이어지는 우수관로 시작점.

◇현대차 아산공장, “주민 측 일방적 주장”, “다 지난 일..취재를 왜 진행하냐”

이에 현대차 아산공장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1996년 완공한 공장으로 근로자 4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문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문방저수지가 위치하고 서쪽으로는 삽교천이 위치한다. 축구장 243배 크기인 53만평 규모로 이루어진 인근에서 가장 큰 공장이다.

또한 일일 5000톤의 폐수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 폐수 무방류 시스템과 3중 침출수 차단 설비를 갖춘 폐기물 매립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아산공장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주민의 경운기와 승용차의 추돌사고로 경운기의 기름이 유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장 법무팀에서 경운기 운전자를 찾아 다 조사가 마무리 된 상태”라며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근거없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회사 측에 5억을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론에 보도된 현대차 아산공장 측의 “일반 가정집, 식당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는 해명에 대해서도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이미 다 조사가 완료된 것으로 아산시청에도 의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연 “다 지난 일을 가지고 뭘 취재를 하려고 그럽니까”라며 “(취재해서)뭐 덕 볼게 있습니까”라는 식의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 처음 아닌 기름유출..."너무 오래된 자료라서 찾아봐야" 

환경연합은 “현대차 아산공장에서의 기름 유출이 한 두번이 아니다 라며 지난 20년 주민들은 끊임없이 피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성명문을 통해 “지난 20년간 수차례 오염물질을 배출하여 지역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라며 “우리가 눈 감아준 적이 얼마나 많은가”라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2004년 대량의 폐유 유출 사건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당시 현대차 아산공장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자녀취업 등 어민과 마을주민들에게 피해보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2004년 당시 어민들의 (현대차)자녀취업 등 몇가지 합의를 봤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당시 구두로만 합의를 봐서 정확한 문서가 남아있지 않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너무 오래되서 자료를 찾아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산시, “국과수 분석결과 자료로 검찰 고발 준비 중”

현대차 아산공장 기름유출 논란은 한달 째 이어지고 있다.

<뉴스락> 현장 취재 결과 아산시에서 국과수 분석결과 자료를 확보, 검찰에 고발을 준비중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아산시청 관계자는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진전이 없다”라며 “국과수 결과를 토대로 검찰 고발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결과 현대차와 연루된 점이 드러난다면 현대차는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처벌이 아닌 ‘미안하다’라는 간단한 한마디 일 수도 있다.

◇근절되지 않은 산업재해..."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도 책임져야"

사진=e-나라지표 제공

산업현장에서 발발하는 재해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만 크게 근절되고 있지는 않다. 산업재해는 자연과 인간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어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우리산업의 어두운 면이다.

기업들의 공장이 지방에 건설되면서 지역사회와의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재해 등에 대한 위험요소에서 오는 갈등이다. 지역민들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주장하며 대기업으로써의 책임감 있는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름유출 사고는  물과 섞이지 않는 기름의 특성 상,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갈 경우 생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 북서쪽 바다에서 홍콩유조선과 삼성중공업 해상기중기가 충돌해 벌어진 이른 바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비롯해 2014년 전남 여수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의 원유운반선이 송유관에 충돌하여 원유가 유출된 사건 등이 대표적인 기름유출 사례이다.

당시 담당 직원이나 해당 기업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다는 자료와 기사는 어디에도 없다. 사후 처벌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취재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연락을 해봐도 “담당자를 연결해주겠다”라며 전화를 돌리기 바빴다.

결국 당시 담당자 처벌 등 사후대응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사후대응에 관련 법안은 차차 마련되고 있다. 2017년에는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처벌 등을 포함한 산안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 재계 전문가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관련 법안도 점차 마련되고 있고 재해도 매해 줄어들고 있다”며 “사전관리와 사후 처벌 또한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재해의 원인은 보통 노후설비인데 이 부분에 대한 해결이 미진하다”라며 “노후설비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산업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후설비에 대한 관리와 사후책임이 사업주에게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주에게만 관리 및 사후책임이 있는 것이 사업주에겐 부담이다”라며 “관리, 감독의 의무가 정부와 지자체에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동영상은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에서 제공했으며, 촬영은 이 단체 소속 회원이 지난달 16일 현대차 아산공장 인근에 위치한 삽교호로 이어지는 우수관로 시작점 근처에서 촬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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