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우리나라 총인구 5127만명 중 약 3000만명 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대한민국 전체 주택 1669만호 중 아파트 수는 1003만호로 60.1%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우리나라 주거 환경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아파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근래 경북·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면서 건물의 안전성 및 내구성에 대한 중요도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등장해 급성장하며 60년이 채 되지 않는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아파트는 허술한 내진설계, 부실공사, 각종 규제의 실효성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방송일부화면 캡쳐

◇ 경주·포항 지진 등 우리나라도 더이상 지진 무풍지대  

지난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8)과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5.4)을 포함, 숱한 여진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지진 안전국가가 아님을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층이 기둥으로만 지탱돼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들에서 많은 균열이 생기면서 해당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이 화두에 올랐다.

필로티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은 특히 소형아파트와 빌라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6층 이상 아파트의 경우 1988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 돼가며 내진설계의 기반을 다졌지만, 소형아파트와 빌라 등 소규모 주택은 2015년부터 지어지는 3층 이상 모든 건축물에 대해서만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내진설계 의무가 없어 지진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수 밖에 없다.

건축과정에서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부실공사 역시 지진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앞서 경주와 포항에서 당시 지진의 피해를 입은 필로티 건물들의 기둥을 살펴보면 기둥 내 철근의 배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거나 아예 철근의 수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콘크리트의 두께는 비정상적으로 두껍게 하면서 기둥 중심부에 얇은 철근을 사용하여 전체 두께만 규정에 맞춘 경우도 볼 수 있다.

◇ 지진에 대한 대비...내진설계만이 답이다?

그렇다면 내진설계가 돼있다는 아파트들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 

김태완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진설계뿐만 아니라 기초공사 및 지반의 문제, 외장재 문제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포항 지진 당시 심한 균열과 흔들림을 보였던 북구 흥해읍의 D아파트는 지반의 흔들림으로 인해 기울어진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기초공사와 내진설계가 정확히 시행되었다면 규모 6.0까지 지탱할 수 있는 건축법 규정상 건물이 쉽게 기울어질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내진설계를 잘 하더라도 기초공사에 대한 감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외장재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피해는 사실 지진 자체의 피해보다는 외장재 탈락 및 낙하에 의한 사례가 가장 많았으며, 지난해 6월과 12월에 각각 발생한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와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알루미늄 복합패널 등 불에 연소되기 쉬운 외장재를 사용해 그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점에서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국토부는 뒤늦게 지난해 말, 내진설계뿐만 아니라 외장재에 대한 규정을 따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현재까지 검토 진행 중이다.

◇ 수많은 관련 법규 개정...핵심은 이론이 아닌 실천

지난 2년 동안 크고 작은 지진 및 기타 자연재해를 겪어오며 지자체와 정부는 건축법에 관한 규정을 수차례에 걸쳐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건축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모든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포함한 신축 건물,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m²의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되며 착공신고 시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택 내진설계 예산 증가, 내진설계 시 각종 혜택 제공 등 다양한 추가 대책이 함께 제시되었지만 내진설계 시 현장을 감리하는 인력이 확충되지 않은 채 법부터 먼저 시행되었다는 점은 우선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개정되는 건축법에는 법 개정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한 방안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건물들에서 특히 많은 건물붕괴 피해사례가 발생한 과거의 사례들을 볼 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 충분하다. 

자칫 하다가는 ‘속 빈 강정’ 같은 법률로 남게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 같은 데서 나타난다.

이에 지자체에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미 건설된 건물에 대한 보완에 나서고 있다. 경기 수원시는 주차장 조례 일부 개정안을 시행해 지하주차장 건설을 유도하거나 필로티 건축물 양성을 억제하고 있으며, 충청남도는 내진보강 시 건물주들에게 취득세 및 재산세 감면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필로티 건물을 설계 시공할 때 건축사 대신 건축구조기술사가 확인하고 내진설계 건축심의 절차를 거쳐야 착공을 허가하는 등 근본적인 시공감리와 내진성능을 강화함과 동시에, 이미 건설된 취약 건물에 대해서는 예산을 책정해 내진감리를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 "확실한 대책 설립 통해 건축물 문제 재발 방지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대책 마련 논의가 오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규제를 통해 법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태완 교수는 “신속해야 하면서도 명확한 조치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지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취약 건물부터 우선순위를 두어 신속하게 보강을 해야겠지만 내진설계뿐만 아니라 기초공사 및 안전검사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는 종합적 실태 점검이 되어야 하며 앞으로 생겨날 건물들에 대한 철저한 시공감리 역시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부의 거시적 개정방안과 지자체의 미시적 개정방안이 혼용되어 실효성을 띄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건축법의 뜨거운 감자인 내진설계는 일부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지진으로 인해 일깨워진 우리의 경각심을 통해 추가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기초공사부터 마무리공사까지 철저한 감리가 이루어져 또 다른 자연재해 및 재난사고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잘못을 알고도 또 다시 방지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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