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특별기획 ① 리니언시 제도, 빛과 그림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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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특별기획 ① 리니언시 제도, 빛과 그림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도 있다
국내 도입 20년...고발 면제·과징금 경감 등 혜택에 순기능 발휘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신고에 도입…‘사무장병원’ 적발에도 추진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8.03.08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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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관대함과 자비를 뜻하는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제재 감면)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을 넘었다. 지난 1997년 첫 도입된 이 제도는 담합 사건 등을 단속하기 위해 등장했다. 초창기만해도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해줄 수 있다’는 단순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례가 늘고 사건 자체도 복잡해지면서 현재는 2순위 신고자 과징금 50% 감경과 1순위 신고자 고발 면제 등으로 혜택이 강력해졌다. 적발이 어려운 사건에 적합한 제도로 인식돼 부동산 실거래가 단속에 이용되고 있으며 일명 ‘사무장병원’ 단속에도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담합 주도자가 제재를 감경받아 단순 가담자만 ‘뒤통수’를 맞는 부작용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뉴스락>이 리니언시 제도에 대한 명과 암을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리니언시 제도는 불공정한 담합행위를 한 기업 중 선착순 자백 기업에 대해 과징금을 면제 또는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므로써 카르텔 사건을 비교적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같이 범행을 저지른 업체 중 하나가 언제든 사건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당국에 제보할 수 있다는 공포심과 불신감을 심어주는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와 맥이 닿아 있다. 

주로 다수가 가담하고 피해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단서를 추적하기 찾기 어려운 교묘한 사건에 많이 적용된다.

◇ 도입 20년...적발키 어려운 담합 사건 적발에 유용

리니언시 제도는 지난 1978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미국은 담합사건 조사에 연방수사국(FBI)이 동원되고 도청도 허용될 정도로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리니언시를 활용해 부과된 벌금이 전체 담합사건 벌금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대한 규정은 공정거래법 22조 2항에 나와 있다. 여기에는 ‘부당한 공동행위의 사실을 자진신고한 자나 증거제공 등의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한 자에 대해 시정조치나 과징금 처분, 검찰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 12월에는 없었다가 7차 개정이 이뤄진 1996년 12월 ‘신고자에 대한 면책’ 조항이 신설되면서 등장했다.

당초에는 담합 주도자나 강요자의 경우 자진신고를 해도 감면대상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최초 신고자는 검찰 고발도 피할 수 있으며 2차 신고자도 과징금이 50% 감면된다.국내에서 리니언시가 활용된 대표 사례는 라면·LPG값 담합과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4개 라면회사들이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 걸쳐 라면 가격을 교환을 통해 공동으로 인상했다며 지난 2012년 3월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삼양식품에 대한 과징금 120억원은 면제됐다. 삼양식품이 이 담합을 자진신고한 탓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담합을 신고한 보상이었다.

공정위는 앞선 2009년에도 자진신고자를 활용해 LPG가격 담합을 적발해냈다.

공정거래위는 그해 12월 E1과 SK가스, GS칼텍스, SK에너지,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LPG 수입·공급업체들의 담합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들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여간 LPG 판매가격을 담합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6689억원이다.

그러나 SK에너지는 자진신고자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1602억원의 과징금을 100% 전액 면제받았다. SK가스도 1987억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2순위 자진신고자로 인정돼 당초 부과액의 절반만 납부했다. 각각 1894억원과 558억원을 부과받은 E1, GS켈텍스와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호남고속철도 입찰 담합도 자진신고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 사건은 국내 건설업계 담합사건 중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4355억원)으로 기록됐다.

공정위는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을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한다고 지난 2014년 7월 밝혔다.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는 길이 184.5㎞의 철도망을 구축하는 국책공사로 사업비는 8조3500억원에 달한다.

이들 회사는 대형 건설사들끼리 모여 정한 룰대로 낙찰자와 들러리 참가업체를 정했으며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담합은 지난 2009년 발생해 공정위가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삼성물산의 신고로 발각됐다. 삼성물산은 고발을 피한 것은 물론 836억원의 과징금도 면제받았다.

◇ 리니언시 순기능 부각...다양한 분야로 도입 확대 

이처럼 리니언시 제도의 순기능이 나타나자 담합이 아니 다른 분야에서도 이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부터 실거래가 허위신고 자진신고자 과태료 감면제 도입했다.

거래당사자가 허위신고 사실을 관청 조사 전에 자진신고할 경우 과태료를 100% 전액 면제받고 조사 개시 후에라도 증거자료 제출 등을 통해 협력하면 과태료 절반을 감경해주는 내용이다.

매도자의 강요에 못 이겨 비자발적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가 지자체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부과받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도입 6개월 뒤인 지난해 6월 말까지 자진신고 접수 건수는 161건이었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불법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는 데에도 리니언시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해 3월 사무장병원의 근본적 근절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병원 또는 병원을 개설한 자가 자진신고할 경우 부당이득 징수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자진신고시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는 기업들의 담합사건을 조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영을 해오고 있으며, 담합 기업들의 약 80%를 이 제도로 적발하고 있다는 게 윤 의원의 설명이었다.

다만 이 법안은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이 “사무장병원에 대해 처분 면제나 감경을 논하는 것은 아직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힘들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혀 처리가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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