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성희롱 행위 근절 운동 ‘미투(Me too)’가 전세계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서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이윤택씨를 시작으로 배우 조민기씨와 조재현씨의 성추행 혐의가 차례로 드러났다.

5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의 폭로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이에 안 전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고 충남도지사직을 사퇴했다.

이러한 미투 열풍 속에 재계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산업과 금융을 막론하고 재계의 미투운동은 지속되고 있다.

◇ 상사가 부하직원에게…회장님이라서, 본부장님이라서

지난달 직장인 익명 게시판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여직원 추행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글쓴이는 박 회장이 여승무원들에게 “몇기냐”, “결혼은 했냐” 등의 인사말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유도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관리자들도 “회장님이 팔을 벌리면 달려가 안겨라” 등의 교육을 해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1층 로비에 본사 여직원들을 도열시키고 껴안거나 손을 주무르는 등의 신체접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호아시아나의 가을 연례 행사 ‘플라자 앤 바자회’도 도마에 올랐다. 이 행사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직원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등 장기자랑에 동원된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블라인드에 올라온 내용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아직까지 그룹차원의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에는 외식 프렌차이즈 롯데리아에서도 점장이 여직원을 상습 성추행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여직원이 언론에 제공한 CCTV화면에는 매장 사무실에서 점장A씨가 여직원 B씨의 발을 주무르고 입을 맞추는 등의 행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에 해당 A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귀는 사이”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A씨를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검찰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다.

인테리어 전문 기업 한샘 또한 여직원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샘 신입 여직원 A씨는 지난해 1월 회식 이후 직원교육을 담당하는 남자 동료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수사에 착수하자 한샘은 2월 24일 B씨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해고를 의결했다.

이틀 뒤 B씨가 재심을 청구하자 한샘은 2차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가 B씨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한 점 등을 고려해 해고 조치를 철회하는 동시에 타부서로 인사이동 됐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인사팀장 C씨에게 재차 성희롱을 당했으며, 오히려 피해자인 자신이 감봉과 풍기문란 징계를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 방배경찰서는 A씨 성폭행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의 이유로 불기소의견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에이블씨엔씨 역시 성추행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있다.

2일,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브랜드 ‘어퓨’ 본부장의 성추행 논란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초기대응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식혀지지 않고 있다.

어퓨 여직원 A씨는 ‘블라인드’에 본부장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A씨에 따르면 한 본부장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끌어안는가 하면 공식 면접 전 술자리 사전 면접을 갖는 등 추행을 일삼아 왔다고 주장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어퓨 뿐 아니라 주력 브랜드인 ‘미샤’ 불매운동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본 건에 대해 내부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자체 내부조사를 진행 중이다”라며 “그동안 규정에 맞게 성추행 교육을 사내에서 진행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본 건이 해결된 이후에 재발방지 등의 대책 등을 수립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성폭행 피해사실 제보했더니 돌아오는건 마녀사냥?

르노삼성자동차㈜는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여직원에 대한 부당징계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피해 여직원 A씨가 지난 2013년 3월 상사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회사 측에 신고하자 회사 측은 A씨가 관련 증언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강제 설문을 요구했다고 주장, ‘견책처분’을 내리는 등 부당징계를 내렸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직원에게 인사나 직무에 있어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에 수원지검공안부(부장검사 한정화)는 6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르노삼성자동차㈜ 법인과 B씨 등 회사 소속 임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뉴스락>은 취재를 위해 르노삼성자동차㈜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최근 기사회생한 STX 역시 성추행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TX 법무감사팀에서 해외소송 업무를담당하던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B씨에게 사직을 종용했고 가해자는 퇴사했다.

B씨는 A씨에게 “나 말고 다른 남자는 모두 위험하니 멀리하라”고 말했으며 피해자가 다른 직원들과 성적으로 친말한 관계인듯 몰아가며 ‘행실’을 지적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했고 노동청에서는 성희롱 사실을 인정,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B씨가 A씨를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고소하며 양 측간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조사결과 A씨는 명예훼손과 무조괴의 혐의를 벗었고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은 B씨에게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B씨가 제3자로부터 들은 말을 전달한 것이니 성희롱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인사팀장이 실제로 술자리를 요구하는 등 근거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A씨는 명예훼손의 혐의를 벗고 B씨에게 배상금을 받게됐지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 판례는 법원이 신체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됐다.

◇남 일 아닌 금융권

금융권 역시 성추행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채용비리 혐의로 압수수색 등 당국의 수사를 받고있는 KEB 하나은행은 작년 8월, 성추행 가해자를 해외지점장으로 재채용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2013년 부하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은행 감찰을 받던 KEB하나은행 간부 A씨가 퇴사 후 재입사했다. A씨는 입사 후 해외지점장으로 발령났다.

당시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성추행 가해자 재채용, 책임자 처벌하고 근본적인 대책 수립하라”고 추궁했다.

또한 “성추행의 정황이 충분했는데도 묵인하고 넘어간 것이라면 은행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가해자가 퇴직 후 타 계열사(하나저축은행)에 입사했다가 다시 재채용되는 ‘경력 세탁’ 정황까지 의심된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윗선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과정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은행 측은 “A씨가 퇴직 전 실적이 좋아 계약직으로 채용한 것”이라며 일축했다.

매년 적자를 이어가던 현대라이프생명은 작년 11월, 몰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현대라이프생명 영업부 소속 과장 A씨는 서울 여의도 인근 식당 여자화장실에 몰라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현대라이프생명 영업부 소속 과장 A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한 촬영) 혐의로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현대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 연락처를 남기시면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증권계에서는 삼성증권이 업계최초로 합류했다.

지난달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사내 게시판 ‘행복마루’에 익명의 제보자가 과거 부서 회식자리에서의 성추행을 고발했다.

제보자는 2011년 당시 지점장이었던 A씨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의 볼에 입을 맞추거나 끌어안는 등의 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 삼성증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게시글에 나온 제보자와 지점장 모두 누군지 파악이 안된 상태”라며 “글 내용으로 보아 제보자가 피해를 직접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해당 지점장은 현재 퇴직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관행?…“인식, 제도 모두 개선되야”

미투 운동 속 성추행 사건을 짚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수직적 구조 내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추행을 가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사회의 남성중심적인 면과 직장 내 수직적인 구조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류혜진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대외홍보팀장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미투 운동 전에도 성추행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라며 “그 노력이 하나로 모아져 지금의 미투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적인 추행이 폭력이 아닌 관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인식개선과 확실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존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내 제보 기구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사고과, 부당해고 등의 불이익으로 제보자를 고립시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기관의 특별신고센터를 만드는 등 제도적 개선이 차차 이루어지고 있으며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논란으로 정계에서도 미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운데 국회에서 성범죄 근절을 위해 법안 발의가 이루어졌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윤택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윤택 방지법’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의 형량을 상향 조정해 가해자에 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제도이다.

이언주 의원은 “우리 사회 뿌리 깊게 내린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나 ‘권력형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이윤택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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