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헛물켜다’, ‘잘못짚다’

‘애쓴 보람 없이 헛일로 되다’, ‘짐작이나 예상을 잘못하다’의 뜻의 말이다.

지난달 28일, 주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법이 통과됐다. 한 사람이 한 사업장에서 1주에 근로하는 시간이 최대 52시간이 된 것이다.

2018년 7월, 대기업부터 시행하여 단계적으로 2022년까지는 3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노사합의에 따라 시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1월, 씰리침대에서 한국, 호주, 중국, 영국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원하는 시간보다 1시간 30분 가량을 못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대상국 중 수면부족수치는 가장 높았다.

이와 맞물려 생각해보면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어 보인다. 최근 젊은 층에서 트랜드화 되고 있는 이른 바 ‘저녁이 있는 삶’ 또한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은 결국 임금 감소로 이어진다.

9일,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감소비율은 정규직 10.5%(37만 3000원), 비정규직 17.3%(40만 3000원)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임금 감소폭이 더 크다.

특히 비정규직 내에서도 용역, 기간제 근로자의 감소 폭은 각각 22.1%(40만 1000원), 16.5%(41만 1000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용역, 기간제 근로자들은 저소득층에 속한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의 기쁨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리지진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에 묻고싶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저녁이 있는 삶’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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