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사임했다. KEB하나은행 채용 청탁 비리를 극구 부인하던 중 돌연 사임한지라 의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원장이 사임하면서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직무 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금감원 특별검사단은 예정대로 최 원장과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를 면밀히 진행할 예정이다.

◇ 정면돌파에서 돌연 사임으로…최 원장의 태세 전환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대학 동기의 아들을 A씨에 대해 채용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당시 서류 심사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지만 최종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원장은 이에 대해 정면돌파를 고집했다.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고 본인이 연루된 점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악화됐다. 정치권 내에서의 비판 성명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금감원장을 경질하라’ 등의 청원이 올라왔다.

결국 최 원장은 성명문을 통해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라며 사임을 표했다.

◇사임으로 총대 멘 최 원장?…금융권 향후 동향은?

일각에서는 최 원장의 사임이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이른 바 ‘꼬리 자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 원장이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모든 걸 끌어안고 책임을 지며 사임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꼬리자르기 사임에도 금융권은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당시 최 원장은 ‘하나은행 내부 VIP 추천 제도’에 따라 대학 동기의 아들의 이름을 해당 임원에게 건넸다. 일각에서는 이를 ‘부당한 압력’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부당한 압력’을 채용비리의 주된 원인으로 적용할 경우 은행권 전반에 파장이 일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 대부분이 회장과 사외이사 등 경영진의 친인척과 지인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비난여론 또한 거세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은행 채용비리 전 은행권으로 확대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채용비리 전반에 대한 개혁의지가 강하다"라며 "채용비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적폐청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나은행에서 나온 사례들(VIP 추천 제도 등)을 바탕으로 채용비리가 적발된 타 은행에 같은 제도가 있었냐고 조사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타 은행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감원, 최 원장 체제 당시 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 부당대출 건 부실조사 논란

하나은행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적극지원했던 ‘아이카이스트’에 부당대출을 한 의혹을 받고있다.

아이카이스트는 국정농단의 중심,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동생이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회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창조경제 모델 1호’라고 언급해 이목을 끌었다.

노조 측은 당시 “아이카이스트에 대출해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하나은행이 약 8억 5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라고 주장했다.

하나은행은 2015년 외한은행을 통합하고 KEB하나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후 초대 은행장으로 함영주 행장을 선출했다. 2015년 9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 행장이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정민회씨가 아이카이스트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 "아이카이스트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문 후 금전거래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하나금융지주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대전 둔산지점을 통해 아이카이스트에 2015년 10월과 11월, 그리고 2016년 7월 3차례에 걸쳐 19억2000만원을 대출해줬다. 당시 대출 승인 사유였던 아이카이스트의 100조원 규모 알자지라 수출 건은 실제로 이행되지 않았다.

논란이 이어지던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최흥식 원장은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의혹만 가지고 감사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금감원은 5일, 배포자료를 통해 "취급 절차 및 심사 과정 등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며 부당대출 압력 여부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고 결론지었다.

업계에서는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했다는 점이 부실조사 논란에 개연성을 더하는 부분이라 분석한다.

◇최 원장과 연루된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의 운명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태다.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후 금감원은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펼쳤다. 조사결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주요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속속 드러났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타 은행 보다 많은 13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하나은행은 2016년, 신입행원 공채에서 ‘글로벌 인재’ 전형을 만들어 사외이사를 통과시킨 의혹과 ‘SKY’ 대학 출신자의 점수를 높여 불합격자를 합격자로 조작한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고있다.

또한 지난 1월, 함 행장이 자사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금품과 계열사 임원직을 제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은행법,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함 행장을 검찰에 고소했다.

당시 <뉴스락> 취재결과,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기자회유 당시 녹취록 등을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 행장의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 행장이 국정감사 당시 위증을 했다는 혐의가 수면위로 올랐다.

지난달 전국금융노조는 “함 행장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한 것이 최순실 1심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라며 즉각 처벌을 요구했다.

노조는 당시 성명서를 통해 “거짓증언으로 국회 농락한 함영주 행장, 즉각 자진사퇴하라”라며 함 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국회 정무위에서도 함 행장에 대해 국정감사에서의 위증으로 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정무위 간사 이학영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고발)추진 중이다”라며 “계속해서 여·야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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