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유업계의 이단아 매일유업이 최근 10년 사이 다양한 변화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

현 2대 오너 김정완 회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김복용 회장이 2006년 별세하면서 가업을 물려받았다.

김 회장은 가업을 물려받자마자 그 이듬해  신성장동력사업의 일환으로 '외식 사업'과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존 유가제품 제조·판매 등으로만해서는 성장성에 한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매일유업은 이태리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커피전문점 ‘폴 바셋’, 유아동 전문 제품기업 ‘제로투세븐’, 와인 수입사 ‘레뱅드매일’ 등 다양한 사업확장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외도를 한 지 10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본업의 발목을 잡는 사업들로 전락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업인 유가공 사업에서도 경쟁자들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를 위해 과감한 행보를 보였던 10년 전 매일유업의 전략은 다소 부담스러운 나비효과로 되돌아 온 셈.

◇ 외도 10년만에 늘어나는 건 미운오리새끼 뿐 

김 회장의 신성장동력사업 중 가장 직접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사업은 유아동 의류 및 제품 전문기업 제로투세븐이다.

제로투세븐은 의류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도 안돼 2009년 매출 9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다. 

상승 곡선을 달릴 줄로만 알았던 제로투세븐은 의류전문브랜드의 유아동 시장 진입과 매년 낮아지는 출산율로 인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끝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6년에는 모기업 매일유업에서 215억 6420만원 규모의 대규모 채무보증까지 섰지만, 이미 좁아진 유아동 제품 시장 속에서 가격경쟁까지 심화돼 제로투세븐은 이후에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의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699억7290만원보다 약 311억 하락한 1388억2860만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55억8057만원보다 약 7억 하락한 48억7439만원이다.

미운 오리새끼는 제로투세븐 뿐만 아니다. 오래전부터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와인 전문업체 레뱅드매일 역시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레뱅드매일은 2014년 말 완전 자본잠식 상태(자본총계 마이너스 5000만원)에 빠졌다. 부채비율이 1023.8%(자본총계 7억원)이던 전년보다 재무구조가 더 나빠졌다. 적자가 누적된 탓이다.

김 회장은 와인사업에 뛰어들 당시 “와인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하고 치즈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며 직접 대표 역할까지 자처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최근 몇 년간 와인시장이 위축되면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레뱅드매일의 2016년 매출액은 138억원으로 업계 평균 335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더욱이 레뱅드매일의 매출액증가율을 업계 평균과 비교해보면 이 회사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업계 평균이 2014년 7.3%, 2015년 7.6%, 2016년 8.2%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데에 반해, 레뱅드매일은 2014년 19.7%, 2015년 6.3%, 2016년 1.9%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레뱅드매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최근 몇 년간 시장침체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1~2년 사이 새롭게 론칭한 유명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재도약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 '풀 바셋' 덕에 업계 1위 올랐지만...빛좋은 개살구에 불과?

문어발 외도 속 한줄기 빛도 있다.  커피사업 ‘폴 바셋’ 만큼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이 회사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통합 및 계열사 정리를 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폴 바셋의 시작은 제로투세븐과 달리 순탄치 않았다. 2009년 론칭해 2010년 매출은 단 15억원이었으며 2011년까지 매장 수는 2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3년 석재원 대표가 부임한 뒤의 폴 바셋은 달라졌다.

석 대표의 폴 바셋은 캡슐커피를 생산하면서 도약하더니 2014년 매출액 285억을 달성했다.

시장 경쟁이 심화됐던 2015년에는 가격을 낮추고 매장을 늘리는 등 공격적인 사업전략으로 매출액 484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폴 바셋의 체인점 수는 106개이며 지난해 매출액은 654억원으로 집계돼 3년 전의 매출액보다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폴 바셋 이외에도 엠즈푸드시스템을 합병인수한 엠즈씨드의 ‘더 키친 살바토레’,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 제이드’ 등의 활약 덕분에, 매일유업은 창사 48년 만에 라이벌 서울우유를 꺾고 업계 1위(2016년 기준)가 됐으며 지난해 상반기 역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비교 불가라고 입을 모은다. 2016년 매일유업의 총 매출은 1조6347억원, 서울우유는 1조 6037억원으로 매일유업이 수치상으론 조금 앞섰지만 본업인 유가공 사업 매출의 경우 서울우유가 1조3941억원, 매일유업이 1조530억원이다.

사실상 유업계의 최강자는 여전히 서울우유인 셈.

2016년 우유 시장 점유율은 서울우유가 35.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남양유업이 15.2%, 매일유업이 14.9%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역시 매일유업의 매출은 8053억원, 서울우유는 7873억원이지만 매일유업의 유가공 사업 매출액은 전체의 22% 수준인 약 1790억원인 반면, 서울우유의 유가공 사업 매출 비율액은 전체의 85% 수준인 약 6692억원이다.

이처럼 매일유업이 유가공 사업에서 약세를 보이는 이유에는 사업다각화의 허점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 중에는 “매일유업이 국내 유가공 업체 중 중국 등 해외 진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했었기 때문에 특히 사드 문제 발생 당시 그만큼 타격도 가장 컸다”고 진단한다.

국내 기업들의 분유 수출액 중 중국 시장 의 비중은 80%가 넘는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흰 우유(살균유) 600톤을 중국에 수출하며 중국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약 1년 후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국내 유가공 업계들이 타격을 입게 됐고 이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펼쳤던 매일유업에 자연히 더 큰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매일유업이 외도와 해외로 눈을 달린 사이 서울우유는 일부 유가공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는 등 국내 시장에 주력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근래 사드 문제로 부진했었으나 회복세에 있으며 봄이 된 만큼 다양한 신제품 출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본업인 유가공 사업에 소활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화 잘 되는 우유, 장기보관이 가능한 우유 등 신기술·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등 유가공 사업을 소홀히 생각한 적이 없다”며 “아직도 매일유업 수익의 가장 큰 비중은 우유이며 최근에는 흰 우유의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강조했다.

◇ "외도사업, 3세 경영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

매일유업의 외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월에는 계열사 크리스탈 제이드를 앞세워 중국 북방지역 요리를 제공하는 ‘베이미엔(BEI MIAN)’을 현대 킨텍스점에 론칭했다.

이 달 초에는 근감소증을 연구하는 ‘사코페니아(Sarcopenia) 연구소’를 설립해 고령사회 진입 등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영유아에 집중했던 기존 뉴트리션 사업을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매일유업이 외도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시대 흐름 속 시장 판도를 리더해 가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한다. 

재계 한 전문가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유가공 업체들로선 본업에만 집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매일유업은 이러한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능동적 대처를 통한 시장 판도를 이끌어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한편으로는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기업 기초 공사를 다지는 작업으로도 분석된다"며 "김정완 회장의 아들이 신세계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등, 현재 매일유업의 외도 사업과도 무관치 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경영권 승계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려우나 사업다각화는 전연령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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