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다.'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태도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슬그머니 얼버무린다는 뜻이다.

지난 23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주주총회가 동시에 열렸다. 주총을 앞두고 가장 논란이 많았던 두 금융지주인만큼 안건 통과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결과가 주목됐다. 하지만 두 회장은 순탄히 연임에 성공했다.

윤 회장과 김 회장은 모두 채용비리를 포함,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의혹들로 인해 주총에서의 잡음은 예상된 바였다.

앞서 금융노조뿐만 아니라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이 두 회장의 연임에 반대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참여연대는 소액주주 의결권을 받아 하나금융지주 주총에 참석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채용비리 등 인사문제를 일으켰다”,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는 노조의 말에 두 회장은 식상한 답을 내놓았다. “조사중이니 결과를 두고보자”는 대답이었다.

예상했던 반응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직에 대해 사임의사를 표했다면 주총까지 올 필요도 없었다.

KB금융지주 주총에 취재 차 참여했던 기자는 한 주주의 발언을 듣고 매우 놀랐다. 한 주주는 “자신은 본인에게 떨어지는 배당금만 관심이 있을 뿐 안건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지난해 실적이 좋았으니 회장님 및 경영진에 감사하고 좋게 넘어가자”는 뜻을 내비쳤다.

누구를 위한 주총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실적만 좋다면 회장이 안고있는 리스크 따위는 저버려도 된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우리나라 주주총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지주 주총에서 김 회장 연임에 대한 표결 결과는 85대15. 이 압도적 결과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노조와 시민단체의 실락같은 기대에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사법당국이 두 회장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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