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최근 주주총회 자리에서 하청업체들과의 상생을 선포한 아모레퍼시픽이 약속과는 달리 여전히 갑질행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뉴스락>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익명을 요청한 아모레퍼시픽의 도급업체 A사 측은 지난 23일 <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내재화를 명목으로 월 매출 2000~2500만원의 소형 직영점을 개인매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며 “올 6월 안에 규모가 큰 직영매장 역시 100% 개인매장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A사는 직영매장을 관리하는 업체로 인원수급, 매장세팅, 교육 등을 담당하며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A사 측 주장대로 계열사 이니스프리를 4월1일자로 100% 개인매장으로 전환을 발표, 현재 자진퇴사신청자 수가 300여명에 달한다.

A사 관계자는 “도급법 시행 이후 본사-도급업체-직영매장 사이에서 본사가 직영매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게 되자 개인매장만을 두고 관리 하려는 것”이라며 “또 고객은 줄고 구매채널은 늘어가는 상황에서 중간과정과 인건비를 줄이려는 꼼수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 ‘임금’ 고정비 줄이고, 본사 수익은 챙기고?

2018년 최저시급이 상승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A사에게 급여 관련 수정안을 공지했다.

지난해 최저시급 6470원일 때에는 판매사원의 시급을 6900원대로 책정해 약 500원의 이윤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상승하면서 본사는 최저시급에 맞는 인건비만을 제공해 A사의 이익은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이다.

A사 관계자는 “최저시급에 맞춰주는 것까지야 따지고 보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갑자기 무리한 목표치(달성률)를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하도급계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본사는 A사에게 지난해 매출보다 3~5% 높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 실패시 지급하는 수수료 차감을 추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사드 문제로 인한 유커 급감 등 좋지 않은 현 시황 속에서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요구조건이라는 것이다.

◆ 대량판매의 압박…판매승인은 OK, 적발되면 오리발

A사는 실적을 강제로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본사는 암묵적으로 대량판매에 대한 압박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시장경제에 혼란을 준다며 근절의 대상이 된 대량판매 및 구매는 인터넷사업자·개인도매상 등 대량업자들이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불법으로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경쟁사업체를 배제하기 위한 부당한 염매 또는 고가 매입에 해당,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본사 입장에서는 큰 수익이 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놓기 힘든 유혹이다. 판매에 대한 압박은 고스란히 도급업체와 직영매장, 개인매장 점주들에게 돌아간다.

A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에서는 최대 30%까지 할인이 되는 기간이 있는데, 이 때 대량업자들이 50% 정도로 할인을 받아서 대량구매를 한다”며 “본사에서도 말로만 안 된다고 할 뿐 대량판매가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암묵적으로 실적 압박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량판매 행위가 적발되면 정작 본사는 오리발을 내밀고 점주에 책임을 전가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아모레퍼시픽 감사팀은 마트사업부 시스템을 감사하면서 대량판매 행위를 적발했다.

당시 책임은 전부 A사와 개인점주들에게 돌아갔다. 마트사업부는 이러한 행위를 묵시적으로 승인하고도 몰랐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직영매장은 도급업체가 전부 벌금을 대신 물고, 개인매장 점주들은 혼자 감당해야 했다”며 “본사가 점주들에게 형사 고발을 빌미로 수수료 차감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판매압박을 주면서 잘못은 같이 하고 책임은 도급업체와 점주들만 진다”며 “최종 판매확인 및 승인 자체를 본사에서 하는데 대량판매를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A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본사 마트사업부 고위 임원은 “사고가 발생하면 본사 직원을 살려야 하니까 개인횡령으로 처리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 직원복지 제도도 목표달성의 수단일 뿐

대량판매 실적 강요는 직원복지를 위한 제도인 ‘지니러브데이’에서도 나타난다.

아모레퍼시픽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1인 한도 200만원 내까지 할인율을 제공하는 지니러브데이 제도가 있다.

하지만 본사는 이마저도 목표치 달성의 도구로 삼았다. 한도를 채우지 않은 직원의 리스트를 뽑아 “왜 한도를 다 안 채우냐”며 압박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주변인 선물을 다 챙겨도 30~40만원어치 구매하면 많이 하는 것”이라며 “200만원을 채우라고 하는 것은 개개인에 대한 실적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 회식 결제 부담 등 갑질 심각…성희롱까지 서슴없이 

'1가지 술로 1차만 9시까지 진행한다'는 아모레퍼시픽의 119 회식 문화도 하청사들의 피눈물로 회식이 이뤄지고 있다.

9시 이후의 회식 결제 부담은 고스란히 하청업자들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본사 주최의 회식이지만 119 회식 문화 때문에 담당자가 9시 이후에 법인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니 자연스레 매번 우리가 결제를 하게 된다”며 “회식비를 해피펀드(도급업체와 현장사원들 간의 회식비 카드)로 돌려주긴 하지만 본래 목적이 상실된 듯하다”라고 말했다.

평소 회의 때도 갑질은 이어진다.

관계자는 “회의 때 본사 담당자가 ‘쟤는 예쁘니까 고객이 많은 매장에 세워놔라’, ‘쟤는 뚱뚱해서 땀 흘리는 게 육수 흐르는 것 같더라’ 등 인격 모독적인 발언, 성희롱적인 발언을 쉽게 일삼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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