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이 사실상 확정됐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해외매각 절대불가 라는 노선을 이어가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과 대립했지만 지난 1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해외매각에 최종 동의했다.

금호타이어는 해외매각으로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돌연 태도를 바꾼것에 대해 “법정관리 만은 피하자”라는 인식이 조합원 내에 강하게 스며든 것이 원인이라 판단한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먹튀 논란은 여전하다. 해외자본이 우리나라 기업의 지분을 인수 후 차익을 만들거나 기술력을 빼내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호타이어 더블스타 매각 확정…산은, “단독경영 보장 및 한국시장 가치 유지”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은 온갖 잡음을 낳았다. 앞서 산은의 더블스타 매각 결정에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부가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금호타이어 정상화에 가장 큰 요점은 중국시장 정상화”라며 “모든 걸 고려해봤을 때 더블스타가 제일 적합하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에 해외매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수 의지를 지닌 국내 업체가 있음에도 산은이 더블스타와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국내 타이어 업체인 타이어뱅크가 돌연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소문만 무성한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산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금호타이어 인수금액과 타이어뱅크의 자본상태를 고려해봤을때 현실성이 없다”며 “채권단 쪽에 먼저 알리지도 않았다”고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산은과 노조의 입장차이는 극명했다. 산은은 자율협약 종료일인 지난달 30일, 노사 자구안을 내놓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노조는 자율협약 종료일에 3차 총파업을 예고해 잡음이 예상됐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금호타이어 사측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설득까지 더해진 탓일까. 노조는 결국 해외매각에 동의했다.

먹튀 논란은 노조만의 우려는 아니다. 언론과 여론 또한 먹튀 논란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에 산은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먹튀 논란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한국의 완성차 시장이 있는 한 먹튀는 없다”고 말했다.

◇헐값 매입, 차익 남기고 철수…외한은행·론스타

지난 2003년, 카드대란으로 외한은행의 경영이 악화되자 당시 대주주였던 독일의 코메르츠방크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외한은행을 매각했다. 외한은행은 당시 상반기에 1446억의 적자를 낼 만큼 휘청이고 있었다.

2005년 11월, 하나금융과 국민은행이 외한은행 인수전에 뛰어든다. 론스타가 애초에 외한은행을 경영할 계획이 없었다는게 드러나면서 외한은행 헐값매각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금감원은 외한은행 매각에 관련한 사항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론스타는 2007년 6월, 지분 13.7%를 매각한데 이어 3개월 후에는 HSBC와 51.05%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가 외한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결국 론스타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외한은행 지분 51%를 2조 1548억에 인수해 2012년 하나금융에 3조 9156억에 매각한다. 1조 800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긴 셈이다. 뿐만 아니라 론스타는 외한은행의 배당금을 포함해 총 4조 66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차익 남기는 것 넘어 경영권 간섭까지…KT&G·칼아이칸

KT&G는 2006년 당시 외국인 지분율이 62.1%에 달했다. 이에 비해 당시 최대주주였던 중소기업은행의 지분은 5.9%로 외국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당시 적대적 M&A의 전문 기업사냥꾼 칼아이칸의 다음 사냥감이 KT&G라는 소문이 돌아 논란이 일었다. 칼아이칸은 미국의 투자자로 당시 기업사냥꾼으로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칼아이칸은 2006년 KT&G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그는 우량 자회사인 인삼공사의 기업공개(IPO), 자사주 매입 후 소각물량 확대, 배당성향 증가 등의 요구를 하며 경영에 간섭했다.

또한 부동산 매각 등 무리한 요구를 일삼던 칼아이칸은 결국 KT&G 주식을 매각해 1500억원의 이익을 남기고 ‘먹튀’했다. 반면 KT&G는 경영에 간섭하던 칼아이칸을 방어하기 위해 2조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다.

◇총수 사임까지 요구…SK·소버린

지난 2003년, 최태원 SK 회장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수사결과 1조 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 SK의 주가는 폭락한다.

이를 틈타 모나코 국적의 자산운용 회사 소버린은 자회사인 크레스트 증권의 계좌로 SK의 지분을 매입해 2003년 4월에는 최대주주(12.39%)로 올라선다. 반면 당시 SK그룹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0.83%에 불과했다.

크레스트 측은 당시 지분 취득 목적을 ‘수익창출’이라고만 밝힐 뿐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적대적 M&A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바닥 친 SK의 주가를 끌어올려 다시 매각해 차익을 노린다는 분석 또한 존재했다.

이후 소버린은 최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등 경영참여의 뜻을 표명한다. 적대적 M&A의 시작이었다.

또한 기업지배 개선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SK를 압박했으며 정기 주총에서의 표대결도 불사했다. 소버린은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의 사임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대결에서 패한 후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 투자’로 변경한다. 매각을 암시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소버린은 2005년 SK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2003년 매입 당시의 금액 대비 1조원의 차액을 남긴다.

앞선 사례들을 포함 해외자본이 국내에 투입되면서 국내기업에 대한 사냥이 줄기자게 이루어지고 있다. 노조와 여론의 먹튀 우려에도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결정 난 금호타이어가 제2의 쌍용차와 같은 길을 걷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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