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110억원대 뇌물 수수혐의와 350억원대 횡령 혐의로 끝내 기소됐다. 지난달 22일, 검찰에 구속된지 18일 만이다.

MB는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동안 줄곧 옥중조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9일, 검찰에 기소되며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재판장에 서는 네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1심 공판은 이르면 다음달 초중순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MB와 연루된 기업들 또한 긴장하고 있다.

◇ 삼성,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의혹…檢, “뇌물로 판단”

삼성은 MB의 의혹에 제일 먼저 수면위로 오른 기업이다. 사정당국은 MB가 실소유주라는 의심을 받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정황을 포착,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소송비 대납 정황을 뒷받침해주는 업무자료와 하드디스크 등을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MB 재직 당시, 다스가 BBK를 상대로 제기한 140억원대 소송을 진행하는데 있어 40억원 갸량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삼성이 MB에게 건넨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다스는 2009년, 삼성전자를 고객으로 둔 ‘에이킨검프’를 로펌으로 선임했고 2011년 BBK로 부터 140억원을 돌려받았다. 검찰은 ‘에이킨검프’에 삼성이 소송 비용을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16일 검찰은 이학수 전 부회장을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16시간의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서 정유라 승마 지원이 뇌물로 인정돼 유죄로 판결된 만큼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 또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차, 다스에 일감몰아주기?…소송비 대납부터 알짜 계열사 매도 의혹까지

삼성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현대차가 다스의 미국 소송비 중 10억원을 대납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와 다스는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다스가 현대차에 자동차 시트는 납품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해관계가 현대차와 MB의 커넥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또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의 사면도 정황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2008년,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불과 2개월 후인 8월에 MB에 의해 사면을 받았다.

현대차는 다스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MB 취임 첫해인 2008년 다스의 매출은 4540억원이었지만 2013년 다스의 매출은 1조원을 넘겼다.

이에 현대차는 “당시에는 현대·기아차의 전세계 물량이 급격히 신장되던 시기로 납품업체인 다스의 물량도 증가한 것”이라 반박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3월, 참여연대는 현대차가 MB에 알짜계열사를 매도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가 입수한 현대차와 다스의 현대엠시트 매각 계약서.사진=참여연대 제공

당시 참여연대는 현대차가 계열사 현대엠시트를 다스에 알짜계열사를 넘기려 했으며 이는 MB에게 주는 뇌물이라 주장했다.

현대엠시트는 2016년 기준, 45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현대차의 계열사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알짜 계열사를 일개 납품업체인 다스에 넘기려 한점을 지적하며 “이는 MB가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전제할 때 비로소 납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실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계약서로 참여연대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 前 사장님 도와줬다?…홍은프레닝에 분양 용역 제공

MB는 현대건설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MB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지난달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현대건설이 2010년, MB의 요구로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에 2억 6000만원 가량의 분양 용역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홍은프레닝은 다스와 마찬가지로 MB가 실소유주라고 의심되는 회사다.

검찰은 현대건설이 실제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홍은프레닝을 거래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지불한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MB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현대건설 통행세 의혹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MB는 조사에서 홍은프레닝 대표인 처남 김재정씨의 부인 권영미씨가 경제적 도움을 요청해 도우려 한적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대건설 고위 임원을 조사한 결과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홍은프레닝을 분양 용역업체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불법 자금을 지원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통행세를 MB의 요구에 의한 뇌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슬쩍 발을 빼는 형국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현대건설 주주총회에서 정 회장은 현대건설 등기임원을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등기임원 사임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시선과 MB의 수사로 목줄이 조여오자 법적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시선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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