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건설사 도급순위 23위(2017년 기준)인 신세계건설(대표 윤명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기자본을 훌쩍 뛰어넘는 채무보증계약을 하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세계건설은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총 1조390억원(18건)의 건설 관련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했다.

이중 중도금 보증액은 2135억원이며 지난해만 11건, 올해도 벌써 6건의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했다. 퍼시픽제4호전문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1538억), 고양피에프브이(1420억), ㈜선재(570억) 등이다.

이는 자기자본 1280억원의 신세계건설 규모에 비해 약 10배에 달하는 채무보증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공사를 중심으로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신세계건설이 본격적으로 자체 건설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신세계건설이 신세계그룹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는 ‘통합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오너 경영 속 내부거래 규제 타격...뒤늦은 홀로서기 

신세계건설은 오너 체재 속 공격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

현재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는 이마트(32.4%)이며 2대주주 역시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과 오너 일가(10.3%)다. 이마트 최대주주 역시 이 회장과 특수관계자(28.06%)이므로 사실상 오너 경영 체제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신세계건설은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 공사를 도맡아오며 성장했다. 2015년 전체 매출 1조856억원의 81.74%인 8874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으며, 2016년에는 전체 매출 1조1832억원 중 82.27%를 차지하는 1조1798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각종 정부 규제로 소폭 하락한 1조644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여전히 내부거래의 비중은 70% 이상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체제 하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규제대상 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신세계건설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사활을 걸고 선보인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및 아울렛 사업 역시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임대업자 형식의 복합쇼핑몰·아울렛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게 되면서 제재를 받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스타필드’ 확장사업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문제, 지역경제 생태계 파괴 등을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 시점과 맞물려 신세계건설의 건설 관련 채무보증계약 체결은 더욱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신세계건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각종 제재 등으로 기존에 이어오던 오너 경영이 불투명해지자 본격적으로 건설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자사는 ‘사업영역 혁신 및 성과 창출’을 목표로 그동안 수익의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신세계그룹 비중을 낮추고 외부 수주 비율을 높이려 하고 있다”며 “건설 관련 채무보증계약도 이러한 목표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공격적 채무보증계약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느 사업에나 리스크는 존재한다”며 “본격 투자를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 언급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내부거래의 의심을 받아오던 신세계건설이 자체생존으로 전략을 변경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자체 주택공법이나 노하우가 빈약한 신세계건설이 뒤늦게 국내 건설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건설은 과거 대형 할인점 건축공법과 바닥 미장 및 강화재 마감공사 공법을 개발한 바 있지만 자체 주택공법은 따로 없으며, 건설·주택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매우 낮아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세계건설이 향후 과거 CJ건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독자생존 실패시 그룹 통합설도 '모락모락' 

CJ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자회사 줄이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열사를 자회사에서 제외하거나 계열사 간 합병으로 덩치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룹의 자회사였던 CJ건설은 과거 계열사 물량과 도급공사 위주 사업 방식에서 탈피하고 2016년부터 부동산컨설팅·자산관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대형건설사의 시장점유, 경기 침체, 사업다각화 실패 등의 이유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달 초 CJ대한통운에 흡수합병 됐다.

이후 ‘CJ대한통운 건설부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물류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베르디움’ 브랜드로 유명한 호반건설 역시 지난 2월 자회사인 ‘호반하우징’과 ‘HB토건’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호반건설의 계열사 호반건설주택도 시행사 역할을 해온 손자회사 스카이건설을 같은 달 흡수합병 했다.

국내 건설사업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자리 잡고 있던 기업들조차 일감 몰아주기 의혹 해소와 함께 ‘선택과 집중’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 신세계건설이 쉽사리 자리 잡지 못하고 그룹 및 여타 계열사에 통합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신세계건설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 필요"

신세계건설이 건설사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려면 약 1조원대 규모의 채무보증계약들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돼야 하는 것이 우선순위로 보인다.

한 해 매출총액과 맞먹는 규모의 채무보증계약을 체결한 이상, 해당 사업 실패시 손실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3년 신길음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 관련 75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섰다가 이를 대신 갚은 적이 있다.

건설사업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만큼 자체 주택공법과 상품성을 띈 브랜드를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은 현재 오피스텔 브랜드 ‘쉐라톤’이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타 기업의 포스코더샵, 호반베르디움 등의 사례처럼 신세계건설만의 자체 주택공법으로 인한 차별화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올 5월 울산 학성동에 뉴스테이(공공지원민간임대) 형태로 첫 모델하우스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9월 경기도 하남에도 주택사업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내부거래 중심 건설사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신세계건설. 

수년 동안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에게 고배당 실시를 통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신세계건설이 변화에 성공할 수 있게 될지, 일각에서 제기된 흡수합병의 길을 걷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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