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재계 16위의 부영그룹이 오너 부재 속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부영은 기존 건설사들이 꺼리던 임대주택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그룹의 모태 부영주택은 30여 년간 임대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 그동안 사업지 기준 총 247곳, 가구 수로는 20만3천여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2017년 말 기준)했다. 2017년 기준 건설사 도급순위 12위에 랭크돼 있다.  

최근에는 호텔, 오피스, 리조트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세종대로 사옥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빌딩,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 등을 줄줄이 매입하며 세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잘나갈 줄로만 알았던 부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룹의 창업주인 이중근 회장이 임대사업 관련 혐의를 비롯 정경유착 의혹 등 무려 12개 혐의를 받으며 지난 2월 전격 구속된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국세청 사정당국이 전방위 압박 수사를 펼치고 있는데 '재벌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부영을 단두대에 올려세울 태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4300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를 받고 있다. 

◆ 이 회장 구속으로 타격 입은 부영주택, 오너 부재 속 공정위 저격까지

앞서 2004년 횡령죄로 구속돼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처분을 받고 풀려났던 이 회장은 최근 구속수사 과정에서 2004년 당시 횡령금으로 취득한 차명 주식을 피해 회사에 양도, 피해 변제했다고 재판부를 속인 뒤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가중 처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의 12개 혐의 중 핵심 혐의는 부영주택의 주력사업과 관련 있는 임대주택법 위반(임대주택 분양가를 조작해 폭리를 취한 혐의)이다.

이 회장은 부영주택 등 부영그룹 계열사들이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임대 아파트를 분양 전환하면서 실제 들어간 공사비보다 높은 국토교통부 고시 표준건축비로 가격을 매겨 1조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타 업체에 비해 2.5배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으로 ‘독점기업의 횡포’라는 지적을 받아온 부영주택이 이 회장의 임대주택법 위반 혐의와, 지난해 개정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임대료 인상 횡포 막기 위해 임대료 인상 신고제도 도입)’으로 주력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화살마저 부영을 향하고 있어 긴장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상조 위원장은 부영을 포함한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대기업집단 제재 대상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의 소유구조, 내부거래, 지배구조 등의 개선 내용을 6개월 단위로 발표하고 정밀한 검증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이 회장과 부인 나길순씨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숨긴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부영그룹 5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하고 3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부영 설립 당시부터 자신의 금융거래 정지 등을 이유로 본인 소유의 주식을 동생과 매제 등 친족이나 계열회사 현직 임원 등에게 명의신탁 했다.

이후 부강주택관리, 광영토건, 신록개발, 남광건설산업 순으로 다른 계열회사를 설립하면서도 본인 소유의 주식을 친족 및 계열회사 임원 등에게 명의신탁 해왔다.

이 회장의 부인 또한 1998년 부영엔터테인먼트(당시 대화기건)를 설립하면서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같은 방식으로 명의신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부영 관계자는 “공정위의 처분은 새로운 법위반 행위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난해 7월 이중근 회장 고발한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건과 사실상 동일한 행위내용을 법조항을 달리하고 처벌대상을 5개 계열사로 해 재차 고발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 '구정권 특혜설' 부영주택, 끊을 수 없는 정경유착의 고리

일각에서는 부영이 그동안 정치권과 연관돼 각종 혜택을 받아왔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현 민주평화당)과 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5·10년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에 대해 총 60개 업체에 7조8142억원의 주택도시기금 대출을 승인했다.

이중 부영주택은 주택기금 전체 지원액의 49.2%인 3조8453억원을 지원받았다. 부영주택 다음으로 대출을 많이 받은 업체는 부영 계열사인 동광주택으로 총 4062억원(5.2%)의 대출금을 지원받았다.

두 곳이 지원받은 금액을 합하면 절반이 넘는 54%에 달하는 셈. 3순위였던 중흥산업개발이 1971억원(2.5%), 4순위 영무건설은 1777억원(2.3%)을 지원받았으니 사실상 그동안의 주택도시기금은 부영주택의 독식이었다.

정 의원은 “임대주택 및 국민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부영주택의 특성상 주택도시기금 대출 지원을 많이 받을 수는 있지만, 과도한 대출 지원을 받는 것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택지와 기금을 특정기업 배불리기로 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013년과 2015년 각각 1조원이 넘는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은 데에 이어,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는 6조2000억원대의 선분양 보증액을 받아 박근혜 정부와의 유착관계 의혹이 제기됐다. 부영주택의 지난 10년간 선분양 보증액은 6조5000억원대였다.

이 회장은 K스포츠 관련 의혹도 받고 있다. 2016년 2월 공개된 회의록에 의하면 K스포츠재단 정현식 사무총장이 부영에게 70~80억원의 지원을 요청했고 이 회장은 그에 대한 대가로 당시 진행 중이었던 세무조사에 대한 편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지원은 재단 운영의 실세 최순실씨에 의해 무산됐고 이 회장은 당시 세무조사로 인한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최근 부영주택이 인수한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 역시 포스코 측의 정치권 인사 개입 논란과 동시에 부영주택이 공사비 3600억원의 건물을 3000억원에 매입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뉴스락> 취재에 의하면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매입가격뿐만 아니라 추가 조건까지 감안했을 때 부영주택이 가장 합당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금액 차이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 부실공사·갑질 논란마저…안팎으로 삐걱대는 부영

지난해 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주택이 광주 지역에서 131개 하도급업체에 하도급대금, 지연이자 등 5억2800만원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해 과징금 4억52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2016년에는 위례신도시에 공급한 ‘위례 사랑으로 부영’의 하자보수를 요구한 입주자대표에게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사기혐의로 형사고소를 했다.

특히 부영주택은 계약해지 철회를 원하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게 반성문을 쓸 것을 요구해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갑질 논란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골조공사 기준으로 50~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부영주택 동탄2신도시 6개 블록(70~75BL) 아파트 공사에는 6개 철콘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하도급사 대부분이 적자 시공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부영주택의 저가수주 유도와 불공정 특약을 적자의 원인으로 꼽았다.

철근콘크리트공사업 전문건설사인 B사는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영주택의 하도급사로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 공사에 참여했다가 백화점식 불법·불공정 갑질에 기성금 포함 약 40억원의 손해를 입고 부도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B사는 당초 해당 공사를 맡았던 A사가 부도나면서 지난해 4월 이를 승계했지만 같은 이유로 부도위기를 맞았다.

B사 관계자에 의하면 B사는 부영주택에게 내역서를 받지 못한 채 선시공에 들어가 시작부터 불필요한 비용을 떠맡았고 부영주택이 부담해야 할 감리에 대한 월례비 역시 떠맡았다.

관계자는 “추가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부영주택이 유보금으로 3억5000만원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영주택은 B사의 주장을 전면 부인함과 동시에 지난해 12월7일 B사와의 공사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C사에게 작업을 위임한 상태다.

시공단계에서 잡음이 많다보니 부실공사 논란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한 달간 부영주택이 시행·시공 중인 전국 12개 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을 특별점검해 164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같은 시기에 경기도가 실시한 특별 점검에서도 10개 아파트 단지에서 214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부영주택과 관련 업체에 부실시공에 따른 벌점 30점을 부여하고 2개 현장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

특히 철근을 기존 설계 계획보다 적게 넣어 시공하거나 안전 점검을 미루다 적발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경주시 현장에 대해서는 각각 영업정지 2개월, 1개월 처분을 해당 지자체에 요청했다.

안팎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부영주택이지만 회장 자리가 비어있어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이 이 회장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타격은 더욱 크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93.7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상 1인 경영 체제다. 부영주택 100%의 지분을 부영그룹이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계열사 역시 이 회장의 지분이 100%이거나 최소 90%를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10만원 단위까지 직접 챙긴다고 알려질 정도로 거의 모든 경영 현안을 챙겨왔다”고 말했다.

◆ 매출 하향곡선 추세…연이은 악재 속 돌파구는?

부영주택은 지난해 매출액 8981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매출액 1조5596억원, 영업이익 2060억원의 성과를 거둔 것과는 대비되는 기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영주택의 수익이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 것에는 이 회장 구속, 상업용부동산 매입 사업의 정경유착 의혹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며 “과거만큼 현재의 정부가 활발한 자금지원을 하지 않는 것도 임대주택사업 위축으로 연결돼 수익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악재 속 부영주택의 돌파구는 국토교통부가 올 상반기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대정책이다. 국교부는 지난해 말 주거복지 로드맵을 내놓고 공적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이 개정될 경우 정부는 5년 동안 연평균 13만 가구씩 모두 65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 가운데 공공부문이 직접 주도해 짓는 임대아파트(건설형 공공임대주택)는 해마다 7만 가구씩 모두 35만 가구 공급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해마다 약 6만 가구가량을 공급했던 점과 비교하면 건설형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은 5년 기준으로 약 5만 가구 많다. 임대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해온 부영주택으로서는 이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부영주택은 文 정부가 주관하는 공공임대주택 관련 정책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자율경영체제 등 오너 부재를 극복할 다양한 방안을 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영주택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기존의 장기적인 임대주택사업 계획과 정책변화에 따른 유동적 대응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총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현재 업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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