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현대중공업은 범현대가 기업 중 지주사 전환이 가장 빨리 이루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지펴진 재벌개혁 바람에 부응하는 행보로 보였다.

지난달 30일 현대로보틱스의 사명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변경하며 지주사 체제 1년을 자축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지주로의 사명 변경은 현대로보틱스가 현대중공업의 지주사라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대중공업의 행보는 문재인 정부의 고용안정 정책과 어긋난다.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고용안정 정책에 있어 두얼굴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 정책에 따른 지주사 체제 1년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기업들에게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며 대기업들을 압박해왔다.

현대중공업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르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월 인적분할을 시행해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로 나뉘었고 5월에는 한국거래소 재상장에 성공했다.

지배구조 개선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현대오일뱅크의 상장과 순환출자 구조 해선을 위한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처리의 과제만 해결하면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거나 100% 보유해야만 한다. 현재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은 42%. 다시말해 보유한 42%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나머지 58%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지분 매각과 나머지 지분 매입 모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시가총액은 2조원이 넘을것으로 보여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의 나머지 지분을 매입하는데는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 매각도 녹록치 않다. 

수주부진이 국내 조선 업계를 덮친 만큼 현대미포조선의 지분을 매입할 마땅한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안정 정책에 역행…노조 반발에도 2년만에 희망퇴직 단행

앞서 지주사 전환으로 재벌개혁 정책에 순풍을 탔던 현대중공업은 고용안정 정책에 있어서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현대중공업은 16일부터 29일까지 10년 이상의 사무직과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만 55세 이상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정년 선택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단행하는 희망퇴직의 규모는 2400여명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자들에게 통상임금 기준 최대 20개월 치의 임금과 자녀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기정년 희망자들에게는 동일한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60세까지의 근속 포상금 등 정년퇴직에 준하는 처우를 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서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35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최근 4년 간 세번째 구조조정으로 노조 및 지역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희망퇴직의 원인으로는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불황과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부진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2014년 아랍에메티르 나스르 해양 원유생산설비 수주 이후 4년 가까이 수주가 전무한 실정이다.

실적악화 또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37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목표매출 또한 전년대비 1조 8000억원 줄어든 13조 6000억원으로 책정했다.

노조는 이에 전체 조합원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노조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임단협 합의에서 노사가 힘을 합쳐 고용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합의했지만 돌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명백한 합의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16일, 울산 본사에서 정리해고 규탄집회와 함께 쟁의발생 등 결의를 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희망퇴직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노사간 충돌이 예상된다.

◇정기선 부회장, 현대중공업지주 3대 주주 올라…실적 악화에도 승계작업은 진행 중

이러한 실적악화에도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착착 진행 중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은 3000억원을 이용해 현대중공업의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현 현대중공업지주)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정 부사장은 KCC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 지분 5.1%를 3540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정 부사장은 정 이사장(28.5%)과 국민연금(8.5%)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랐다.

정 부사장은 매입대금 3540억원 중 3000억원을 정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를 상속세 절감을 노린 것으로 해석하며 정 부사장으로의 경영 승계작업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수주부진과 경영악화를 이유로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4년간 세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도 현대중공업 오너 일가는 3000억원이라는 증여를 통해 승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눈총이 따갑다.

지난 2015년, 2016년에 걸쳐 이미 3500여명이 회사를 떠난 가운데 16일 시행되는 희망퇴직의 규모는 2400여명. 

총 6000여명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오너 일가들은 증여를 통한 지분매입으로 경영 승계는 물론 지배력을 굳히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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