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환경부가 안전표시기준 법률 위반으로 판매 금지 및 회수 명령을 내린 제품들의 회수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혹은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19일 <뉴스락> 취재 결과 드러났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위해우려제품 1037개를 대상으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안전·표시 기준의 준수 여부를 조사했다.

총 45개 업체의 72개 제품이 위반했고, 환경부는 이중에서도 생활화학제품 34개 업체의 53개 제품에 대해 지난달 12일 판매금지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회수조치 한 달이 지난 시점임에도 실질적인 회수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회수율 파악은 되지 않고 있다.

사진=방송 일부 화면 캡처.

◇환경부, 회수현황 공개 어렵다…“국민안전보다 기업보호가 우선?”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0일 ‘회수 및 판매금지 생활화학제품 수거 관련 정보공개요청’이라는 제목으로 환경부에 회수현황 및 현재 회수율에 대한 정보공개요청을 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제3자의 비공개 요청’이라는 이유를 들어 해당 정보공개요청을 비공개 처리로 전환했다. 사실상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해당 요청은 정부공개청구 관련법에 따라 기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3자인 기업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정보 제출을 하겠다는 기업이 있으면 전달하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비공개 입장을 밝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회수조치가 진행 중인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환경부는 추후 집계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보공개요청을 했던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해당 답변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미 지난해 비슷한 사례로 환경부가 회수 운영지침 수립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 3종(스프레이형 방향제, 탈취제, 세정제)에 포함된 살생물질의 위해성 평가를 진행했고,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10개 기업의 18개 제품에 대해 수거권고 조치를 내렸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수거권고 조치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환경부는 제품수거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10개 기업 중 수거 실적이 있는 기업은 6개 기업이며 나머지 4개 기업은 수거 실적이 없다”고 답했다. 수거 실적이 있는 6개 기업의 경우에도 전체 회수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환경부는 제품 수거 공지를 해도 소비자가 불특정 다수여서 공지가 도달하지 못하는 점과 제품 소모 기간이 짧아 수거조치 이전에 이미 많은 제품이 소진되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업계에서 회수조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회수의 범위를 설정하지 못하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에 환경부는 세부운영지침이 부재해 기업과 행정기관이 사이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한 달 뒤인 8월까지 회수에 대한 운영지침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약속한 회수 운영지침 수립 예정일이 8개월 지난 현 시점에서 <뉴스락> 취재 결과 운영지침은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높은 회수율만이 유해물질 성분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판단해 운영지침을 수립하지 않았다”며 “내년에 실시될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과 동시에 문제 제품 회수조치 등 사후관리 지침을 수립하려 계획 중에 있다”고 답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운영지침은 계속 수립 예정이라 하고 회수현황은 제3자 미동의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이 안전관리현황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면서 “국민의 안전과 알권리보다 기업보호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됐던 피죤의 일부 스프레이 제품의 경우 대기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인지하고 있지만 그 외에 회수조치된 제품 중에는 대중들이 모르는 제품이 더 많다”며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PHMG가 함유돼 있었음에도 이를 없다고 표시한 피죤 제품에 대해 지난달 ‘표시광고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 민원 접수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PHMG 검출된 피죤-AK켐텍, 판매사-원료업체간 법적공방 돌입…“피해자 국민은 어디에?”

지난달 12일 환경부가 내린 제품 회수조치 중 피죤의 일부 스프레이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검출됐다.

피죤은 환경부 발표 즉시 자사 홈페이지에 ‘제품환불안내서’를 올리고 고객에게 사과하며 환불절차 조치를 취했다.

피죤은 “원료공급업체인 ‘AK켐텍’에서 공급받은 베타인(ASCO Betaine) 원료에서 위해우려성분이 검출된 것”이라며 “AK켐텍에 위해물질 검출 원인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환경부가 지정한 검사방식(FITI)이 아닌 방식을 통해 PHMG가 검출되지 않았음을 주장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AK켐텍은 피죤측 주장을 부정하며 “정부출연 연구기관(KIST) 분석에서 ‘미검출’, FITI와 동일한 분석기기를 사용하는 모대학 연구소로부터 ‘미검출’ 결과를 받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이후 FITI의 AK켐텍 현장점검 결과 베타인을 만드는 6종 원료 물질에서 PHMG가 검출됐고, AK켐텍 측은 “방식이 다르다”면서 “자체 시험결과를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피죤은 AK켐텍을 상대로 지난달 19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두 기업이 본격적인 법적공방에 돌입하면서 다툼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제품을 관리하는 곳은 피죤이었던 만큼 책임도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도 제품에 대한 피드백은 없고 원료업체와의 공방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사실상 피해자는 국민들인데 기업들은 책임전가로 바빠 보이고 정부는 해결책은 물론, 보완책조차 내놓고 있지 않다”면서 “문제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더 큰 일이 생기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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