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락] 이재용 부회장이 353일 만에 풀려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변화에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소극적인 행보에 지배구조 개선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와 공정위 압박에 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산적하다. 금산분리에 따른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매각 등 순탄치 않은 작업들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의 금융계열사 3인방은 갈길 먼 이재용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금융 트로이카는 하나같이 악재와 말썽, 구설에 휩싸여 있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 삼성증권, 업계 최초 미투 대열 합류 이어 배당사고까지...집단 소송 가능성도 제기

삼성증권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미투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에 따르면 2월 22일 삼성증권 사내 게시판 ‘행복마루’에 한 익명의 제보자가 과거 부서 회식 자리에서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게시글의 내용은 사내 직원 친목도모를 위한 ‘크로스미팅’이라는 행사에서 벌어진 성추행에 관한 내용이다.

제보자는 2011년 당시 지점장이었던 A씨가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의 볼에 입을 맞추거나 끌어안는 등 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제보자는 “대기업에서도 여전히 여성 비하 문화가 남아있는 것 같다”며 “친목을 위한 자리가 누군가에겐 악몽이 된 자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증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게시글에 나온 제보자와 지점장이 모두 누군지 파악이 안 된 상태”라며 “해당 지점장은 현재 퇴직한 상태”라고 말했다.

두달여가 흐른 시점에도 상황은 별반 진전된 것이 없어 보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글을 남긴 제보자가 게시글을 올린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파악 중이진 않다”며 “게시글에 해당 지점장은 퇴직한 지점장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미투 대열 합류에 이어 삼성증권은 '유령 주식' 사태를 일으키며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발표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20분 경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5% 이상 하락한 3만7600원에 거래됐다. 또한 삼성증권 창구로 500만주 이상의 물량이 몰리면서 거래량이 4배 이상 증가했다.

당시 갑작스러운 변동으로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정적 변동성 완동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으며 VI 발동 당시 주가는 30%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주가급락의 원인은 배당 착오. 본래 1주당 1000원의 우리사주를 배당해야 하지만 실무자의 기입 실수로 1000주가 배당됐다. 다시말해 삼성증권의 주가가 1000배로 뛰게 된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우리사주를 보유한 조합원들 일부가 해당 주식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모럴해저드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삼성증권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실함을 여실히 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1등 증권사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다. 

사고 전날 최종결재까지 모두 마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사고 당일에도 상황 인지 후 임직원 계좌에 주문정지가 이루어지기까지 37분이 걸렸고 그 사이 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매도한 것이다.

때문에 단순한 배당사고가 아닌 주가조작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증권 정관상 삼성증권이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은 1억 2000만주로 이중 8900만주는 이미 팔린 상태로 삼성증권이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은 3000만주 가량이다.

이번 사태로 발행된 주식은 29억주. 정관상 발행 주식수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결국 '유령 주식'인 셈이다. 

때문인지 삼성증권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세간의 의심을 줄어들고 있지 않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삼성증권의 피해자 보상 계획에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삼성증권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자들을 모아 삼성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의 보상대책은 6일 이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 대한 보상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6일 당일 매도자들에게는 최고가격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힌 반면 9일 이후 매도했거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선 보상대책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삼성증권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진 않다”며 “9일 이후 매도자들에게는 주주가치 정립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 삼성생명, 삼성전자 지분 처리 안갯속인 가운데 자회사 직원 폭행 논란

삼성생명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현재까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할 뿐더러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말한데 이어 23일에는 “삼성생명 스스로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단일계열사에 대한 주식 보유액이 총 자산의 3%를 넘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 자산은 258조원으로 총 자산의 3%는 7조 7000억원 가량이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은 8.23%. 취득원가로 따지면 5600억원 수준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삼성생명에겐 골칫거리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보험사의 주식보유 제한기준을 은행, 증권, 저축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원가 평가로의 변경이다.

평가기준이 취득원가에서 시장원가로 변경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의 가치는 27조 2713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결국 삼성생명은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순환출자 고리로 엮여있는 전체적인 지배구조에서 20조원이라는 지분 매각이 지배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과거에 이루어졌어야 되는 부분이 지금에서야 수면위로 올라 늦은 감이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도 권고를 내린 만큼 이제는 삼성생명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으로부터 오는 그룹 내 후유증 또한 고려해야할 것”이라며 “그동안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기에 문제가 한꺼번에 닥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시작된 만큼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어떠한 방법이 시장과 기업의 요구에 상응할지 본격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배구조 개선의 키를 쥔 삼성생명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삼성생명 임원의 자회사 직원 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16년 6월 8일 한 회식자리에서 회사대표 옆자리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 임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삼성생명 자회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이는 대표가 자리를 떠난 후 발생한 일이며 당시 인사상 불이익이 두려워 이야기를 못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기지는커녕 수치심과 모멸감에 잠을 제대로 이룰수가 없다”며 “최근 관련사건이 사내에서 회자되자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불특정인에게 피해자를 오히려 비방하는 발언까지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삼성생명과 자회사 모두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지만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아 해결이 안되고 있다”며 “해당 사실은 사실무근이며 청원글에 언급된 상무 또한 매우 억울해한다”고 말했다.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삼성화재, 교통정책 참여 특혜 논란에 이어 고액 골프접대 구설

삼성화재는 교통정책 참여 특혜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찰 개혁위원회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민간보험사 삼성화재 소속 연구원들이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 포함된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는 차량 규정속도와 신호체계를 포함한 교통시설 전반에 대해 논의화 결정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차량과 관련한 상품과 연관돼 있는 만큼 경찰 개혁위는 이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삼성화재는 최소 10년 전부터 정부의 주요 교통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실제 경찰청이 2006년 발표한 새로운 차량 선팅 단속 기준이 삼성교통문화연구소가 2004년 발표한 선팅 관련 연구 보고서 내용을 참고했다고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소속 연구원들이 심사위원에 포함됐다고 해서 회사가 이득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의 의심을 줄어들지 않았다.

논란이 지속되자 경찰청 개혁위원회는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삼성화재 연구원들을 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배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혁위원들의 논의에 따라 삼성화재 관련자들을 심사위원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는 민간업체 심의위원이 아닌 정책 논의, 자문 역할 수준에서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잠식되는 듯 보였던 삼성화재를 둘러싼 논란은 골프접대로 인해 다시금 불거졌다.

유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대기업과 공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골프영업을 자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화재는 ‘관리장표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재계순위 20위 안에 드는 기업들과 고위 임원들을 관리하는 방안이 정리된 내부 문건을 통해 특별고객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연 2회 이상 골프, 연 2회 정도 저녁식사 등을 포함해 출신학교는 물론 부인 사망 시점 등 개인사 또한 기록돼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3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은 불법으로 명시돼 있다. 또한 고액 골프접대 비용은 일반 고객들이 납부하는 보험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직접 골프접대를 했던 삼성화재 직원은 주말과 휴일에 골프접대를 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달라며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고객에 따라 성향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고객의 성향에 맞춘 영업행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마케팅이나 영업의 한 방법일 뿐”이라며 “영업행위에 있어 계약이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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