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이렇게 모인걸 보니 감격이 가시질 않는다.”

박창진 사무장의 말이다.

지난 4일 대한항공 직원들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박 사무장은 집회에서 사회를 보던 중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집회 후에도 대한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직원들의 대화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애사심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라는 이름의 직원들은 대한항공 노조와는 별개로 활동한다. 노조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노조는 앞서 대한항공 본사에서 조 회장 사퇴 집회를 가졌지만 보여주기식 집회라는 의심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날 집회는 대한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 안에서 성사됐다. ‘관리자’를 비롯한 직원들 간 상의로 집회 장소와 시간, 벤데타 가면 등의 컨셉 등이 정해졌다.

벤데타 가면이라는 상징성과 우리나라에서 촛불이 가지는 의미가 더해져 이날 집회는 더욱 큰 의미를 가졌다. 벤데타 가면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정부의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에서의 촛불은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가면을 쓴 것은 저항의 의미도 있지만 신분이 노출돼 사측의 보복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 집회에 등장한 피켓에는 ‘사측의 보복으로부터 저희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기도 했다.

집회는 그야말로 ‘을들의 반란'이었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행태와 밀수, 관세포털 등 비리 혐의가 연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고름처럼 곪아있던 직원들의 불만과 인내가 집회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직원들의 자유발언은 거침없었고 일반 시민과 직원 가족들의 자유발언도 대한항공을 저격했다. 시민들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겪었을 회의감과 고통이 남일 같지 않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지난해 겨울 광화문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집회에 비해 규모는 현저히 작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뒤지지 않았다. 대한항공 ‘을’들의 촛불은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만큼 뜨거웠다.

대한항공의 고위 직원들뿐만 아니라 조 회장 일가도 분명 집회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노조가 오너일가의 프락치라는 의심이 걷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 회장 일가는 직원들 한명한명에 대해 손을 뻗치지 못했다.

조 회장 일가가 노조를 매도했다면 이 같은 집회는 왜 막지 못했을까. 기자가 생각하는 원인은 한 직원의 자유발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말은 “대한항공의 주인은 조 회장 일가가 아닌 직원들이다”라는 말이다.

‘을’들의 촛불로 광화문이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과 역대 처음으로 재벌기업 총수를 몰아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설레임으로 직원들은 2차, 3차 집회를 논의 중이다.

그동안 구렁이 담 넘듯 리스크를 회피해 온 조 회장 일가는 이번 촛불집회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한진 오너일가는 회사의 진정한 주인은 직원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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