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협력해서 한다면 훨씬 쉽다는 뜻을 가진 속담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맹본부의 ‘갑질’이 만연해지고 이에 따른 분쟁이 급증함에 따라 서울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인 가맹사업거래 조사권 위임·분담을 추진키로 했다.

당초 공정위가 전부 수행해오던 일을 좀 더 원활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지자체와 맞들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중앙 정부와 공조를 통해 법집행 실효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도 현실적 법 개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한 협력이 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는 시공사 대림산업의 설계부터 시공, 관리까지 총체적 부실공사가 불러온 사고였다.

국토교통부는 조사위원회를 구성, 이듬해인 올 1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시공사 대림산업을 검찰에 고발함과 동시에 행정처분을 위해 해당 건설사가 소재한 지자체인 서울시에 공문을 발송했다.

사고 발생 9개월, 서울시의 행정처분 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지자체 절차에 따라 대림산업의 의견을 듣고 있다. 구체적 위반 사항까지 제시한 국토부도 별다른 방법은 없다. 행정처분권을 지자체에 위임해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는 국토부의 방식대로 조사를 했지만, 서울시도 지자체의 방식과 절차대로 조사를 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와 지자체 입장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복되는 절차를 거치는 사이, 시공사였던 대림산업은 여전히 활발한 수주를 하며 영업 중이다.

다시 가맹사업거래 조사권 분담 이야기로 넘어와, 서울시와 공정위는 올해 안으로 법 개정을 통해 가맹사업거래 조사권과 처분권을 공유 또는 분담해줄 것을 지속 건의키로 했다.

현재 공정위 측은 업무 ‘분담’ 쪽에, 지자체들은 업무 ‘공유’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법 집행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양측이 모든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각각 보유하되 상대적으로 빈도가 잦은 과태료 부과·시정권고 등 권한은 지자체에게, 과징금을 포함한 모든 처분은 공정위에게 맡기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적절한 역할 나눔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두 단어의 의미를 간과한 결과,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 이후 9개월간의 처벌 공백이 생겼다.

백지장이라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맞들지 않는다면 혼자 드는 것만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대로 협력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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