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을 코 앞에 두고 돌연 개선안을 철회했다.

지난 21일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 계약을 해제하고 29일 예정된 현대모비스의 임시 주총 철회를 공시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날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안의 핵심 부분으로 꼽히던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문제가 제기된 점은 다름아닌 합병 비율이다. 앞서 현대차는 모비스의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 한 후 글로비스와 합병키로 했다.

당초 추진했던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6대4 가량. 이에 앨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은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업계에서도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회사 규모 등을 고려해봤을때 합병 비율이 적절치 않으며 정몽구 회장 일가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점을 지적했고 현대차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있어 기업가치를 뻥튀기 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앨리엇을 비롯한 주주들은 이 비율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재용 부회장의 손을 들어줘 결국 합병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 모두 승계의 막바지 작업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승계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기업 합병에 있어서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재계 전반이 시끄러운 가운데 정 부회장은 주주와 시장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 개선을 예고했다. 국민연금 또한 당시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비난에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에는 난색을 표했다.

정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으로 교훈을 얻은 모양새다. 승계에 있어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책정했다는 시장의 지적에 정 부회장과 국민연금은 한발 물러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놀란가슴 쓸어내린 정 부회장과 현대차가 경영 승계가 아닌 주주들의 이익과 회사발전을 위해 합병 비율을 어떻게 개선할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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