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재계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위세한 사정당국의 압박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일감몰아주기와 복잡한 지분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정부와 사정당국의 요구에 재벌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재벌기업들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안이 주주와 시장의 요구가 아닌 오너일가에 유리한 개선안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공정위가 제시한 데드라인에 막차를 타며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이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기로 했다. 당초 현대차는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 매각과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으로 정 회장 부자→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현대제철로 이어지는 단순한 지배구조로의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해외 자문 기관과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이 회사규모에 맞지 않으며 정 회장 일가에 유일하게 책정되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

현대차는 공식 입장문 등을 발표하며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마저 분할합병에 난색을 표하며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갔다. 결국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철회하고 재검토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조현준 시대를 맞은 효성 또한 지주사 전환으로 시장의 부응에 응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효성은 지난 1일 이사회를 개최해 지주사와 4개의 사업회사로 재편했다. 효성은 오는 7월 13일 각 신설 사업회사의 상장을 마무리하고 지주사 전환 작업 또한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뒷말은 여전히 무성하다. 조현준 회장의 오너리스크는 물론이거니와 최근 오너일가들이 자사주를 매입해 지배력 강화를 꾀했다는 비난에 효성캐피탈 지분 처리의 문제까지 떠안고 있어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회장은 산적한 오너리스크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월 공정위가 조 회장을 총수일가 사익편취로 검찰에 고발해 이 또한 수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조 회장 일가는 자사주를 대거 매입해 지주사 시대를 준비했다. 2016년 13.52%였던 지분율은 현재 14.58%까지 끌어올린 상황. 이에 경영투명화를 강조했지만 결국엔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꾀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금산분리 원칙에 의한 효성캐피탈 지분 매각의 방안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효성캐피탈은 지분 97.5%를 효성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하게 미치는 회사다. 효성은 2년 내에 지분 매각을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의문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렇듯 재계 기업들이 속속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재벌개혁의 기조를 잠시 피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사정당국의 강압적인 요구에 재벌기업들이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고 분석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시장의 요구에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역효과 또한 존재한다”며 “등 떠밀리는 식의 지배구조 개선은 결국 정부의 요구에 역행하는 것과 다를 것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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