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포스코가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최종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지난 23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개최해 최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내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최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출할 예정이다.

최 사장은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그룹 내의 굵직한 직책을 맡아온 인사로 2014년에는 대우인터네셔널(현 포스코대우)에서 기획재무본부장을 맡아 그룹 내 ‘재무통’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최 사장에 대한 잡음은 여전하다.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비 엔지니어 출신의 회장이라는 것과 더불어 포스코의 핵심 부분인 철강 분야를 맡아본 적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아울러 구 정권과 연루된 적폐 청산도 최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 혹 떼려다 혹 붙인 ‘권오준 라인’ 의혹..."비리 덮어 줄 사람 고른것 아니냐"

포스코는 지난 2000년 9월 민영화된 이후로도 회장 인선에 대해 정치적 외풍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실제 권오준 전 회장이 지난 4월 건강 등의 이유로 사임의사를 밝힌 당시에도 정권 개입설이 불거진 바 있다.

때문에 포스코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경유착이라는 주홍글씨를 떼기 위해 이번 회장 인선에서는 외부에 철저한 비공개 방식으로 후보자를 추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또한 ‘밀실 인사’, ‘깜깜이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계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비공개로 진행 중인 인선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회장 선임을 중단하고 승계 카운슬을 해체하라는 주장이었다.

정부 실세가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력 후보군이 하나둘씩 제외되기 시작했다. 

이중 특히 현 정부 실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초·중학교 동창이자 이낙연 국무총리와 고등학교 동문인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의 선임이 유력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때문인지 김 전 사장은 결국 최종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갖은 잡음 끝에 최정우 사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됐지만 최 사장 또한 ‘권오준 라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 사장이 지난 2016년 권오준 체제에서 가치경영센터장을 역임하며 그룹 내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인물이기 때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권오준 전 회장이 비리를 덮어줄 사람을 고른 것 아니겠느냐”며 “포스코 최고 경영자 선출 과정이 투명하고 제도화돼 포스코 구성원들이 직접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 사장이 후보로 확정된 것에 대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권 전 회장 뿐만 아니라 포스코그룹 전체가 사정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철강 경험 전무…‘신사업 성과’, ‘트럼프 보호무역’ 실적에 관건

수많은 의혹과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최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사장이 철강 수요 부진으로 인해 2차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의견과 비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포피아’와는 차별화된 경영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최 사장은 “지난 50년 성공 역사를 바탕으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의 선임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최 사장이 포스코 내 주력 사업인 철강을맡은 적이 없다는 점에 업계에서는 최 사장을 이른바 ‘깜짝카드’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

최 사장의 눈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실적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철강 수요 부진이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신성장 사업의 육성으로 철강 부분의 부진을 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 또한 “철강 공급 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 철강업계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어 비철강 사업에서의 획기적인 도약이 시급하다”며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스코의 10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 리더십을 보유한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최 사장은 신사업들을 정상궤도에 올리고 투자금을 실적으로 바꿔 수익을 창출해 철강 수요의 부진을 돌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2차 전지에 사용되는 양극재의 핵심 소재 리튬 사업을 위해 8년간의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다.

그룹 내부의 내실을 다지는 것 또한 과제다. 지난 1월 포스코는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마쳤다고 밝혔지만 향후 성장을 위한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작업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고무적인 것은 최 사장이 구조조정 등의 경영쇄신과 신사업에 정통하다는 점이다. 최 사장이 앞서 단행된 구조조정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 조직 재정비와 관련해 충분히 역량을 발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또한 최 사장의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국내 철강 부분에 있어 관세를 피하긴 했지만 지난해 기준 70% 수준으로 수출물량이 묶여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최 사장이 이러한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원을 확보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쇄신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 후보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 과잉됐던 포스코그룹 투자사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철강 생산, 판매에서 탈피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그룹사들과의 시너지, 수요산업과의 시너지, 거래 중소기업과의 시너지 등 각 이해관계자들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정우 회장 후보는 지난 2월부터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신성장동력 사업 육성에 뛰어든 인물”이라며 “포스코켐텍은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와 프리미엄 침상코크스 등 탄소소재 사업에 진출하며 그룹 내 소재 분야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 '안전 사각지대' 오명 여전…차기 회장 골칫거리로 전락?

'살인 기업' 오명을 벗어나는 것도 최정우 사장이 회장 취임 후 풀어야할 당면 과제다. 

올 들어 포스코 현장에서 6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 1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냉각탑 교체작업을 진행 중인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이에 노조는 "살인기업 포스코는 죽음의 외주화를 당장 멈추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비난의 날을 세웠다.

노조는 "2013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무려 7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피해자 대부분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며 "포스코는 매번 안전사고 매뉴얼을 만들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사고로 포스코의 안전관리에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죽음의 외주화가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다. 올 상반기에만 포스코건설 시공현장에서 5건의 사고가 발생해 8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지난 3월 이영훈 사장이 포스코건설의 소방수로 투입됐지만 불은 더욱 지펴지는 모양새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노조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살인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8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해 내달 20일까지 전방위적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특별감독을 통해 특히 포스코 전국 현장 중에서도 사고위험이 높은 24곳의 현장을 대상으로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수칙 준수 여부, 안전보건교육 및 도급사업시 원청의 의무이행 여부 등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실태를 중점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포스코건설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특별감독 조치를 하게됐다”며 “엄정한 조사를 거친 후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사망사고 발생 감소를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이 과연 회장 취임 후에도 '살인기업 포스코' 낙인표를 떼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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