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가 한 버스정류장에 게재된 LH 옥외광고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서울 대학가 한 버스정류장에 게재된 LH 옥외광고물.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뉴스락]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건 행복주택 옥외광고물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LH는 광고를 즉시 철거, 다시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1일, 12월을 맞아 서울 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정류장 등에 행복주택 신규 옥외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내용은 부모의 능력으로 집을 얻은 친구와, 부모의 도움없이 행복주택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두 친구의 메신저 대화다.

광고 내용을 살펴보면, 두 대화에서 친구 A는 “너는 좋겠다”라며 말문을 열고, B가 “뭐가?”라고 반문한다.

A는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며 소위 ‘금수저’인 B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B는 되려 “나는 니가 부럽다”라고 말하고, A가 “왜?”라고 반문하자 B는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변한다.

대화 밑에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家! 행복주택’이라는 표어와 함께 ‘대한민국 청년의 행복을 행복주택이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입돼 있다.

행복주택은 사회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직장 또는 학교가 가까운 곳에서 시세보다 낮게 임대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입주 대상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번 광고는 정책홍보에 대한 감수성 또는 정책대상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힘으로 집을 구해야 하는 친구가, 부모의 도움으로 집을 구한 친구를 오히려 부러워한다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다는 시각에서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정책을 만든 이들의 관점이 어떤지 알 것 같다”, “진짜 집 못 구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가슴 찢어지는 광고다”, “실제 행복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분들에게 매우 큰 실례다”, “어떻게 검토를 받고 통과를 해서 광고가 나오게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 거센 비판을 하고 있다.

논란이 가중되자 LH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서는 한편, 문제의 옥외광고물을 철거하고 다시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H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좋은 정책을 통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 누구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취지였으며 비하의 의도는 절대로 없었다”면서 “논란이 된 것을 어제(2일) 인지하고 바로 철거 조치에 착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이어 “오해를 유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향후 광고는 청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신중을 기해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