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초 발생한 이라크 반정부 시위로 (10월말 기준) 220여명이 사망하고 35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가 수도 바그다드를 넘어 남쪽까지 확산됨에 따라 사상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KBS 방송화면 캡쳐
지난 10월초 발생한 이라크 반정부 시위로 (10월말 기준) 220여명이 사망하고 35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가 수도 바그다드를 넘어 남쪽까지 확산됨에 따라 사상자는 더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KBS 방송화면 캡쳐

[뉴스락] 지난 10월초 발생한 이라크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이라크 내전 당시 중단됐다 재개된 바 있는 한화건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공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신도시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한화건설과 이라크 국가토지위원회가 101억 달러(약 12조원)에 맺은 계약으로, 당시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로 화제가 됐다.

이라크 내에서도 최초의 신도시 건설로 기대를 모았다. 10만80가구의 주택과 294개의 교육시설을 비롯한 병원, 경찰서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해 경기도 분당시 급 신도시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순탄하게 진행 중이던 공사는 2014년 예상치 못한 이라크 내전으로 인해 차질을 빚었다.

2014년 6월, 이라크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IS’는 제2도시 모술을 공격해 북부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내전 사태가 길어지자 우리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협회에 공문을 보내 모술 등 이라크 반정부 무장세력 점령지와 인근에 주재하는 건설사에 ‘즉시 철수해 아르빌 등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당시 이라크에 진출해 있던 국내 건설사 20개 중 위험지역에는 12개의 건설사가 있었다.

한화건설이 공정 중이던 비스마야 지역은 당장의 위험지역에는 해당되지 않았으나, 수도 바그다드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가 존재했다.

현지 정보망을 통해 대피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조금씩 공정을 진행해오던 한화건설은 결국 약 2년간 공정을 중단하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중동 저가 프로젝트 손실, 비스마야 공정을 포함한 장기 미회수 채권 등 영향으로 3000억원 이상 누적 적자가 쌓였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였던 비스마야 공정 중단은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등 직접 현지를 돌며 발로 뛴 결과 2018년 재개된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 사진 한화건설 제공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 사진 한화건설 제공

오랜 공사미수금 문제가 해결되자 한화건설은 다시 호조를 맞았다. 지난해 비스마야 공정으로 6억4500만 달러(약 7210억원)의 공사대금을 수금했고, 지난해 말 기준 총 공사대금 101억 달러(약 12조원) 중 38.4%에 해당하는 38억8800만 달러(약 4조3464억원)를 누적 수금했다. 이는 지난 2017년 미수금 전액과 지난해 공사대금을 합친 부분이다.

공정률 역시 지난 8월 기준 40%를 돌파해 현재는 절반에 가까운 공정률을 기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적 호조로 4년 만에 다시 국내 신용평가사 2곳으로부터 직전 BBB+에서 A-로 신용등급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0월초부터 이라크 내 반정부 시위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라크 자국민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바그다드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실업난, 전기·수도 등 공공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고 기득권 부패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 두 달 만인 12월 1일 기준 최소 420명이 숨졌으며 1만7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수도권 밖인 남부 도시 나시리야, 수도 바그다드 인근 티그리스강 교역 등 각지에서 진압 병력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해 최소 45명이 숨지는 등 사태가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라크 내 이란 영사관이 불에 타 인접 국가인 이란은 이라크와의 메흐란 국경을 폐쇄한 상태다.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취임 1년 2개월 만인 지난달 29일 사퇴했다.

이처럼 시위가 확산되는 양상으로 인해 시위 초기 공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국내 건설사들 역시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당초 2019년 완공이 목표였지만 이미 공정이 한 번 중단됐던 한화건설의 경우, 또다시 공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당초 예상흐름과 어긋나 손실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국내 파견 직원들의 신변안전을 우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현재 비스마야 공사현장에는 한화 직원 300명과 협력사 직원 1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한화건설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공사현장 바로 인근에서 일어난 사고는 없고, 바그다드 도심지나 남쪽 도시에서 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번 사업은 일반적인 사업이 아니라 이라크 국민주택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지 군대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공사를 진행 중에 있으며, 2014년 IS 사태 당시에도 현지 병력의 도움을 받아 사고가 없었던 만큼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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