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차 늘면서 보험업계 여직원 수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정부와 보험사의 각종 여성·육아 정책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직원 수와 근속연수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 여성의 평균 급여액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인다. 

이는 보험업계에서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임원급 고위직 비율 또한 낮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금융권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보험업계조차 유리천장은 두껍기만하다. <뉴스락>이 통계를 통해 보험업계의 유리천장을 들여다봤다. 

[뉴스락 편집 / 허정은 기자]
◇보험업계, 여직원 비율 절반에 육박...여성 비정규직, 7부 능선 넘어

보험업계 남녀 직원 비율이 비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보험사 14곳의 총 직원수는 4만622명(비정규직 포함)으로 이중 여직원이 49.51%로 절반에 달한다.

보험사별로 지난 3년간 여직원 평균 비율을 보면 한화손해보험이 57.17%로 가장 많다.

여직원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사에는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생명보험사 2곳과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4곳으로 총 6곳으로 나타났다. 

여직원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텔레마케터(TM), 영업사원 등 비정규직이 여전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사 14곳의 지난 3년간 정규직 여직원 평균 비율은 46.89%이지만 비정규직은 71.69%로 절반을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보험업계의 비정규직은 대부분 콜센터 직원”이라며 “콜센터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업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력운용 형태”라고 말했다.

◇여성 평균 근속 연수, 18년 넘는 곳도 있어...남녀직원 연봉 격차 ‘여전’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는 정부에서 법적으로 보장하는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난임휴직, 임신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여성·육아 정책을 잘 따르는 것은 물론, 자사만의 출산과 육아를 위한 복지정책을 추가적으로 시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여직원들의 임신, 출산, 육아를 돕는 ‘맘스패키지 제도’를 시행 중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맘스패키지 제도’는 여직원이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 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태아검진휴가, 임신 출산 키트 등을 제공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여직원이 임신 중임을 나타낼 수 있도록 자리에 핑크색 표식을 하고 핑크색 사원증 목걸이를 제공한다.

삼성화재 모유 수유 및 임산부의 휴식 등을 위해 사내에 모성보호 공간을 마련해 운영 중이며, 직장 어린이집의 경우 여직원의 자녀를 우선으로 선발한다. 또한, 출산 시 여직원에게 복지 포인트 등을 지급하고 육아 휴직 복직자를 지원하는 ‘가족사랑지원금 제도’도 시행 중이다.

현대해상은 육아 수당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취학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복지 카드 포인트를 더 챙겨준다. 또한,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3곳에 직장 어린이집과 사옥 내 여직원 휴게실이 있다.

이러한 정부와 보험사의 여성 복지정책에 따라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보험사 경우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남직원보다 보다 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보험사 13곳의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018년 10년 4개월, 2019년 10년 9개월에서 7개월 더 늘어 지난해에는 11년 4개월을 기록했다.

보험사별로 지난 3년간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한화생명이 18년 8개월로 가장 길다.

다음으로 삼성생명이 15년, 교보생명 13년 9개월, NH농협생명 12년 9개월 순이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여직원 평균 급여액도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사 13곳의 지난 3년간 여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2018년 4253만원, 2019년 442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33만원 증가한 4553만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별로 지난 3년간 여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을 보면 NH농협생명이 6033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메리츠화재가 5251만원, 교보생명 5166만원, 신한생명 4966만원 순이다.

하지만 모든 보험사의 여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이 전직원 1인 평균 급여액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남직원과 여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의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DB손해보험이 4020만원으로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신한생명이 3867만원, 메리츠화재 3671만원, 삼성화재 3628만원 순이다.

자료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 허정은 기자]
◇여성 임원, 3년 연속 증가세...4.27%에 불과해 유리천장 부수긴 역부족

여성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여성 임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험사 14곳의 지난 3년간 여성 임원 평균 비율은 2018년 2.51%에서 2019년 2.87%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를 기록했다.

보험사별로 보면 미래에셋생명이 9.30%로 가장 높고 삼성화재가 9.09%, 현대해상 8.33%, 신한생명 7.69%로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인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여성 관리자 인력 육성을 위해 오래전부터 여성 팀장, 여성 지점장 등 발탁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그중 역량이 뛰어난 관리자를 임원으로 선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여성 임원이 늘어나게 된 배경은 다양성 강화 및 능력 위주 인사 철학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 임원 수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유리천장을 깨기엔 역부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험사 14곳의 임원 562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4.27%인 2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삼성화재가 5명으로 가장 많고 △미래에셋생명과 현대해상이 4명 △한화생명 3명 △삼성생명·교보생명·메리츠화재 2명 △신한생명·롯데손해보험 1명 순이다.

이들 보험사 14곳 중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등 생보사 2곳과 DB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손보사 2곳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다.

특히 DB손해보험의 경우 임원이 60명 가까이 되지만 이중 여성 임원은 없다.

24명의 여성 임원이 맡고 있는 직급을 보면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등의 직급은 없다. 전무가 있지만 대부분 상무나 이사급 정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4명의 여성 임원 중 상무가 16명으로 가장 많고 전무가 3명으로 가장 적었다.

전무에는 교보생명의 황미영 보험서비스지원실장과 허금주 신사업추진담당 직무대행 겸 신성장사업성검토TF장, 삼성화재의 남대희 기획실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보험 업무 특성상 보상이 주된 업무”라며 “해당 업무에 여직원 비율이 낮다 보니 승진률도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성 임원 숫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이 최근이다 보니 전무급 이상의 여성 임원은 드문 것 같다”며 “향후엔 능력 있는 여성 임원 숫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 임원, 왜 이렇게 안 늘까?...개인·기업·정부 변해야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 임원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남성 임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처럼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장애요인을 개인적 차원, 조직적 차원, 정부 차원 등 3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다.

먼저 개인적 차원으로는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휴직 등을 거치며 경력단절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은 857만8000명이며 이 중 39.86%인 342명은 취업을 하지 않았다.

연령별로 보면 경력단절여성의 46.1%(69만5000명)가 30대로 가장 많았다. 40대 38.5%(58만명), 50∼54세 8.9%(13만4000명), 15∼29세 6.4%(9만7000명) 순이다.

일을 그만둔 사유 1위는 42.5%(64만명)인 육아였다. 이 외에도 결혼이 27.5%(41만4000명), 임신·출산 21.3%(32만1000명), 가족돌봄 4.6%(6만9000명), 자녀교육 4.1%(6만2000명) 등이 경력단절의 이유로 꼽혔다.

조직적 차원에선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가부장적 인식이 여성 임원 탄생을 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작용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민간기업의 여성임원 확대를 위한 장기적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이 줄어드는 구조로, 여성은 교류의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저평가돼 결국 조직 내외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간 관리자로의 승진에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 내에서도 소수만이 차지할 수 있는 ‘임원’이라는 자리를 위해서는 능력 뿐 아니라 ‘정치력’과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을 핵심인재로 키우지 않는 남성 위주의 성차별적인 기업문화와 인력관리 방식도 문제로 작용한다.

‘민간기업의 여성임원 확대를 위한 장기적 정책방안 연구’에서 강민정·권소영 연구원은 “임원을 선발하는 인사권자의 대부분 남성”이라며 “여성조차도 남성 임원들이 자신을 동료나 후계자로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너 경영 체제이거나 업종 특성상 남성이 많은 기업의 경우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에 예전의 경제개발 시대의 시각을 가진 남성들이 많은데, 이들은 여성이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지 않거나 일한다 해도 최종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CEO의 인식수준은 기업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은 여성리더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민정, 권소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CEO에게 여성인력에 대한 인식과 여성리더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제하지 않고서 기업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CEO가 여성인력 육성에 관심 갖도록 인센티브·패널티 부여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연구원은 여성임원 확대를 위해 내부 승진을 하는 여성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등 정책적 압박으로 인해 외부에서 경력직으로 여성 임원을 고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방식의 여성 임원 확대는 연속성이 없는 등 부정적 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업은 여성이 임원의 자질을 갖춰 정당하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여성인력 활용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것은 정부 정책 및 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두 연구원은 그동안의 정부정책이 여성의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임원 비율을 기업을 평가하는 여러 지표에 반영하는 것을 제안했다.

기업이 여성을 채용하고 여성임원을 육성하는 것을 인재경영과 지속 가능경영의 차원으로 접근해 ‘비용’이 아닌 ‘경영성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미이행 사업장 명단공표제도 △대출이나 투자 등 기업의 중요한 경영 관련 항목에 여성인력 활용지표를 포함 등의 방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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