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19로 유독 춥게 느껴졌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3월, 재계를 넘어 전(全) 산업에서 이달 가장 큰 행사인 정기주주총회에 대비에 분주하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뚫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정부 정책, 포스트 코로나 등을 대비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그 어느 해보다 복잡한 주총 준비 과정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은 지난해 주식 열풍을 이끈 이른바 ‘동학 개미’들의 대대적인 참여와 비대면(온라인) 중계, 전자투표제도 도입 등으로 이전과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여 관심을 모은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재계 10대 그룹은 올해 정기주총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뉴스락>이 상·하편으로 나눠 미리 짚어봤다.

지난해 주요 기업 주주총회 모습. 사진 각 사 제공
지난해 주요 기업 주주총회 모습. 사진 각 사 제공
◆ ‘총수 부재’ 삼성전자, 17일 주총에 쏠린 215만 동학개미의 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뉴스락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 뉴스락 DB.

재계 1위 삼성전자는 3월 17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2기 정기주총을 진행한다.

이번 주총에선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함께 임기 만료를 앞둔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장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박병국·김종훈 사외이사 재선임 건이 상정된다.

감사위원이 되는 김선욱 사외이사 재선임 건은 별도로 상정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결산 배당 보통주 354원에 특별 배당금을 더해 주당 1932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배당 총액은 13조1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 매출 237조원, 영업이익 36조원을 기록하며 2019년 대비 각각 3%, 8.23% 증가했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에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등 주요 임원 3인방은 능력을 인정받아 유임됐다. 실적 상승을 지켜본 주주들로서도 재선임에 이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바뀐 상법 개정안에 따라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와 별도 분리 선출해야 하고 이때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 3%씩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되지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이 최소 30%에서 최대 50%까지 확보돼 큰 이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수히 많은 소액주주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답변이 나올지 관심이 모인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재용 부회장은 5년간 취업제한 조치까지 받았다. 장기간 총수 부재에 따른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상황.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주는 지난해 말일 기준 215만4081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주주 중 개인 소액주주가 214만5317명으로 99.6%를 차지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사상 첫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주총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완전한 정의선 시대 현대차그룹, ESG·모빌리티 가속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현대자동차는 3월 24일 현대차 양재 사옥에서 제53기 정기주총을 진행한다. 사전 전자투표제와 온라인 중계를 진행한다.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함께 장재훈 국내사업본부장 사장, 서강현 재경본부장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하언태 생산담당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심달훈 우리조세파트너 대표와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지윤 부교수는 현대차 역대 첫 여성 사외이사로,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자본시장법 개정안(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음)에 부합함과 동시에 현대차 미래먹거리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과 관련해 심도있는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의 명칭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변경하는 안건도 상정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의지를 담은 확대된 의미다.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변경·시행되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투명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기존 투명경영위원회 역할에 더해 ESG 관련 정책과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추가로 갖게 될 예정이다.

기아는 현대차보다 이틀 앞선 3월 22일 제77기 정기주총을 진행한다. 최준영 기아 각자대표이사 부사장 사내이사 재선임, 한철수 법무법인 화우 고문 사외이사 재선임 건과 함께, 조화순 연세대학교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조화순 교수 선임 건이 의결되면 기아 역시 역대 첫 여성 사외이사를 맞게 된다.

한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3월 24일 현대차와 동시에 열리는 현대모비스 정기주총에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사내이사 임기 만료는 2022년 3월이지만, 사실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주도하에 그룹이 경영되고 있어 남은 임기를 유지하지 않고 미리 물러나 완전한 정의선 체제를 굳히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주총서 제기될 우려점은 존재한다. 지난해 신차·전기차 효과로 코로나19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영업이익 2조7813억원, 전년比 22.9%↓)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차는, 코나EV(일렉트릭) 화재 사고에 대한 대규모 리콜조치로 분주하다.

오는 29일 코나EV 8만여 대에 대한 리콜(배터리 교체)을 실시할 예정이나, 약 1조원에 달하는 비용(현대차 4255억원/LG에너지솔루션 9800억원)으로 인해 실적 타격과 동시에 명확한 원인규명이 되지 않아 이미지 손실이 불가피하다. 새 전기차 ‘아이오닉5’ 흥행 장기화를 위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밖에 ESG경영 가속에 따른 순환출자구조(총수-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해소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나,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문제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사측 답변에 관심이 모인다.

◆ ‘ESG 선도’ SK, SKT 중간지주 계획 초석 쌓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SK그룹의 지주사격인 SK(주)는 3월 29일 제30기 정기주총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밖에 주요 계열사 중 SK이노베이션·SK건설이 3월 26일 SK하이닉스가 3월 30일에 각각 주총을 진행한다.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과, 이찬근 SK(주)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통합 지주사 설립 이후로는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매일유업의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한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SK(주)는 지난해 8월 실시한 중간배당(주당 1000원)에 이어 주당 6000원의 기말배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주주들에게 지급될 배당금 총액은 전년 대비 약 1020억원 늘어난 3700억원 규모다.

각 계열사들은 이번 주총서 지난해 말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를 토대로 이사 선임을 확정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유정준 SK E&S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이에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정기주총 안건에서는 빠진 것으로 전해졌지만, 박정호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에 대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기존 상장 20%, 비상장 40%에서 각각 30%, 50%로 상향됐다.

이에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해,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고 SK텔레콤 투자부문과의 합병을 통해 기존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놓고 분할방식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SK건설은 친환경 기업 도약을 위해 지난해 10월 SK에코플랜트, SK임팩트, SK서클런스 등 3개 상호를 가등기 신청한 바 있다.

가등기 유효기간이 6개월이기에 이번 주총에서 상호 변경에 대한 안건이 상정될 확률이 높다. 3개 사명 중에선 SK에코플랜트가 유력시 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최근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등 ESG경영을 위한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정관 태평양 고문의 사외이사의 재선임 건 등이 상정돼 있다.

전 계열사에서 ESG경영 실천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권익 보호 활동들이 주요 초점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를 꾀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다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10일,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에 대한 미국 생산·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려, 주주들로부터 이와 관련된 질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행정부에 정부 차원의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 LG 총수 일가 계열분리, 여성 임원 등용…주총 통한 변화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3월 말 일제히 정기주총을 진행하는 LG그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비대면 참여를 종용하기 위해 13개 상장사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지주사 ㈜LG가 3월 26일, LG전자 3월 24일, LG디스플레이 3월 23일, LG유플러스·LG생활건강 3월 19일 등 주총 일정이 진행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의 숙부 구본준 LG 고문을 주축으로 한 계열분리를 안건으로 상정했다.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판토스 등 5개사에 대한 출자부문을 인적분할해 새로운 지주사인 ㈜LG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안건이다. 가결될 경우 오는 5월 출범한다.

LG신설지주는 LG상사 산하의 판토스를 손자회사로, 나머지 4개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또, LG전자는 전장사업 확대를 위해 VS사업본부의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관련 사업을 물적분할하고, 세계 자동차 부품 3위 기업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안건을 상정했다. 가결될 경우 오는 7월 출범하게 된다.

그간 상장사에 여성 등기임원이 한 명도 없었던 LG그룹 전반의 변화도 눈에 띈다. ㈜LG는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LG유플러스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를, LG전자, LG하우시스, 지투알은 각각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학과 교수,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비해 올해 5개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등 상장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로 ㈜LG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구광모 회장의 재선임 건도 상정돼 있다. 주도적으로 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만큼 재선임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주총을 직접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구 회장에게 LG전자의 MC사업부(스마트폰) 재편,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안전성 등 주주들의 각종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 “ESG 강화” 롯데 신동빈號, 인적 쇄신 본격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뉴스락 DB.

3월 26일 정기주총을 진행하는 롯데지주는 지난해 3월 선임한 곽수근 국제회계기준재단 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함에 따라 신규 사외이사를 선출해야 한다. 후보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지주사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계열사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주주 의결권 적극 행사를 장려토록 했다.

롯데제과는 3월 23일 주총을 열고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BU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50대 CEO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를 식품 분야 사령탑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로 김종준, 나건 이사 재선임 건과, 손문기 경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신규 선임 건을 산정하기로 했다.

3월 23일 주총을 진행하는 롯데푸드는 사내이사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이사 내정자와 류학희 롯데푸드 재경부문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고수찬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사외이사로 정윤화 단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롯데하이마트는 3월 19일 주총을 열고 사내이사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정부옥 롯데지주 HR혁신실장, 맹중오 롯데하이마트 상품본부장, 하영수 롯데하이마트 영업본부장 등 4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역시 3월 19일 주총을 진행하는 롯데정밀화학은 사내이사로 김우찬 롯데정밀화학 경영지원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안경현 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정부옥 롯데지주 HR혁신실장은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에 이어 롯데정밀화학의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선임될 예정이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이창수 행복공간 세무회계사무소 대표를 선임했다.

3월 23일 주총을 진행하는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재선임 건이 상정돼 있다. 앞서 2019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신동빈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어 올해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신 회장과 함께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사내이사 후보로 상정돼 있으며, 이훈기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을 중심으로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총서 ESG경영에 대한 질문과 함께 식품업계 온·오프라인 부문 강화 대안, 코로나19로 실적 타격을 입은 호텔롯데 회복 방안, 롯데케미칼 포트폴리오 친환경 전환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과제다. 아직 다수의 상장사가 주총 관련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지만, 롯데그룹엔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등 3개사에 여성 사외이사가 각 1명씩 총 3명만이 재직 중이다.

매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규 여성 임원 수를 늘리고 있지만 신 회장이 “2022년까지 여성 임원 60명, 여성 간부 30%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과 달리 현재 30명에 불과하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올해 말 인사에서 30여 명을 신규 채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임원 축소 기조를 보이고 있는 롯데그룹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른 여성 사외이사 채용에 어떻게 대비할지 주주들의 관심이 모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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