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문재인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가 각각 1년 남짓 남은 가운데 차기 대권 판도의 향방을 가를 가늠좌가 될 하반기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모인다.

공공주도 주택공급 및 무주택자·청년·신혼부부 등 서민 중심 보급 확대로 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는 중앙정부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는 오 시장이 이끄는 제1 지자체간의 같으면서도 다른 부동산 정책에 이목이 쏠린다.

공통적으론 주택 보급 확대, 투기 근절 및 부패 청산 등 과제를 안고 있다.

<뉴스락>이 문재인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 간 같으면서도 다른 하반기 부동산 정책을 비교·분석해봤다.

(좌) 문재인 대통령 (우)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사진 청와대, 서울시 홈페이지 [뉴스락 편집]
◆ 文 ‘취임 4주년’, “투기·부패 잡고 실수요자 중심 공공주도 기조 유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남은 1년의 부동산 정책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차단과 부패 청산을 강조하면서도 민간의 주택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며 변함없는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거시적으로 2.4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에 해당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주택공급대책이었던 2.4 대책은 서울 32만호, 전국 약 83만호의 주택을 2025년까지 지어 공급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으로, 재개발을 공공이 주도해 시간을 줄이고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풀 예정이다.

지난 3월 말 서울 4개구(금천·도봉·영등포·은평) 21곳을 선정해 2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신뢰가 떨어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대한 비난에 다소 기대감이 떨어졌던 만큼, 이번 담화를 계기로 하반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어 남은 1년간 최대한 많은 가구 수를 확보하려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담화에서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사실상 실수요자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을 언급했다.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규제돼 있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의 실수요자 기준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됨과 동시에, 금융위원회가 ‘빚투’ 방지를 위해 지난달 말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오는 7월부터 시행돼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LTV·DTI를 60%까지 올리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LTV 기준 투기과열지구는 40%, 조정대상지역은 50%가 적용되고 있는데, 무주택자에게 각 10%p씩 우대해주는 현행 제도에 10%p를 더 올려주는 것이다.

LTV 90% 공약을 내걸며 최근 당선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향으로 90%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대출 완화에 따른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금융권의 지적이 나오는 만큼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밖에 우대혜택 적용 주택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소득기준 연 8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공식 출범 후 현재 6억원으로 돼 있는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확대하는 방안을 20일 확정한 뒤 추후 양도세, 취득세, 등록세 등 무주택자 거래세에 대한 부담 완화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거나 10~11억원선에서 과세구간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폭넓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 확대 기조 속에서 과세 개편, 실수요자 혜택 확대 등 제도를 개편해 장기적으로 실용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는 1년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국민적 관심인 부동산 부패 청산에 총력을 기울여 떨어진 공공기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자료 서울시 클린업시스템 제공. [뉴스락 편집]
◆ 吳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의지 재확인, 집값 안정은 과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지난 17일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만 기존 계획 대비 시간은 좀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오 시장은 6년간 신규 지정이 없었던 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주택 보급 확대에 나서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용적률 인상, 용도변환 등 공약도 포함됐다.

이에 서울 강남과 목동, 여의도, 노원구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가 속한 지역의 집값이 기대심리로 인해 천정부지로 솟았고, 결국 지난달 21일 여의도, 압구정, 목동, 성수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규제가 일주일 뒤인 지난달 27일 시행되는 탓에 막바지 거래 폭등 흐름이 이어졌다. 압구정에선 5~6억원이 뛴 신고가 실거래가 나오기도 했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서초, 송파, 노원의 집값이 풍선효과로 인해 연일 상승하고 있어 단기 집값 상승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한 상황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이번 담화를 통해 부동산 투기 차단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고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에 힘을 싣는 상황에서, 민간 재개발·재건축 중심의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오 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임기지만 5년을 내다보고 ‘서울비전2030 위원회’를 출범해 움직이고 있으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 교란 행위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기부채납·소셜믹스 등 공공성 강화 단지에 혜택을 주는 등 재개발 규제 완화에 대한 대책도 조만간 내놓겠다”고 말해 의지를 드러냈다.

공약 추진이 더디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서울시 약 490개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있고, 지금 관심이 큰 대형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면서 늦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이지 약 90%는 예정대로 순항하고 있다”면서 “후보 시절 내건 연간 4만8000가구, 2025년까지 24만 가구(인허가 단계 기준) 공급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전체 재개발·재건축 조합 616곳 중 해산 및 청산된 78곳과 조합추진위원회 설립 전인 41곳을 제외하면 실제로 운영 중인 조합은 498곳으로 나타난다. 이는 프로그램별, 날짜별로 상이할 수 있다.

아울러 오 시장은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를 통해 주택건축본부(2급)는 주택정책실(1급)로 승격하고, 공공재생·도시활성화 등 도시재생실은 균형발전본부(2급)로 강등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에 중점을 두고 규제를 강화했던 고(故) 박원순 전(前) 서울시장과 달리, 주택공급 및 1인가구 등 주택 보급 핵심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이 민간과 연관돼 있어 집값 등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짙은 재개발 사업에 힘을 우선적으로 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짧은 임기이긴 하나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 집값을 잡으면서도 각 사업 개발을 영위할 수 있는 세부적인 계획안을 조만간 대책 발표에서 제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은 5월 3주(5.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23% 상승, 전세가격은 0.14% 상승했다고 밝혔다. 표 한국부동산원 제공
한국부동산원은 5월 3주(5.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23% 상승, 전세가격은 0.14% 상승했다고 밝혔다. 표 한국부동산원 제공
◆ “부패·투기 못 잡고는 정책도 없다” 악습 뿌리 뽑아야

같은 듯 조금씩 다른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는 부동산 부패 청산 및 시장 교란 행위 근절이라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투기 세력을 단기간에 억제하기 어려운 만큼, 임기 내 공공기관 부패 청산에 집중하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등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LH 사태를 계기로 발의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나 미공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위반시 7년 이하 징역, 제3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벌금은 최대 7000만원으로 정해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 각각 신임 인사를 통해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18일 “LH의 기능을 토지조성, 주택공급 등으로 분리해 지금처럼 막대한 권한을 몰아줘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해체 수순의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형욱 장관 역시 문 대통령으로부터 “국토부도 LH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발탁 배경을 들은 만큼, LH와 국토부 모두의 혁신을 통해 공공주거사업에 대한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다.

다만 여론은 전방위적 혁신이 필수임과 동시에, 과거 잘못을 일벌백계할 수 있는 올바른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최근 LH와 관련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LH 직원과 공무원, 친인척 등 25명의 미공개정보 활용 투자, 농지법 위반 의심 건과 기타 40여명의 농지법 위반 등 불법행위 의심 건을 확인해 합동 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에 이어 검찰 역시 최근 LH 본사 및 건축사무소 등 압수수색을 통해 LH 수사의 서막을 알렸다.

하지만 이 같은 대대적인 수사 대비 출범 두 달이 지난 합동 특수본은 현재까지 2320여 명을 수사해 14명을 구속하는 데 그친 상황.

이에 ‘셀프 수사’, ‘봐주기·축소 수사’ 등 곳곳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시장 역시 LH에 이어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불거지는 부동산 관련 부패 청산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SH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재개 의지를 천명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SH가 분양원가를 부풀려 14년간 3조1000억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해온 데 따른 것이다.

오 시장은 당선 이후 이와 관련된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아울러 SH 개발부서로 한정된 보안각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부패방지법 가중처벌조항에 근거해 부당이득의 2~3배를 환수하면 공기업 직원들의 국민을 배신하는 투기와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다만 일각에서 이 같은 감사가 박원순 전 시장 체제를 저격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정치적 대립 목적이 아닌 깨끗하고 투명한 감사를 통해 정부-서울시간 향후 ‘부동산 협치’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