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본사 전경. 사진 CATL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CATL 본사 전경. 사진 CATL 홈페이지 캡쳐 [뉴스락]

[뉴스락]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사(社)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해 사실상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 모두가 촉각을 세우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일본, 독일, 미국, 프랑스에 이어 최근 한국에 5번째 해외 지사를 설립했다. 현대자동차 등 대형고객사를 제외한 중견·중소 전기차 기업 대상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CATL은 앞서 현대차가 올해 2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3차 물량에 배터리를 공급할 기업으로 SK온과 함께 선정돼, 3차 물량 약 9조원 중 절반 이상을 수주한 바 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CATL이 양면 전략을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CATL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지만, 한국시장에는 K-배터리 3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진입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CATL은 타 기업 대비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CATL이 생산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NCM·NCA)를 사용하는 한국기업의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무게가 더 나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배터리팩 기준 1kWh(킬로와트시)당 120~130달러(약 15만4000원) 수준으로, 한국기업 배터리 가격보다 약 40%나 싸다.

이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무게가 조금 더 나가더라도 안전하고 값싼 LFP 배터리에 대한 수요를 최근 높이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 1위 기업 테슬라의 모델3·모델Y, 메르세데스-벤츠의 EQA·EQB 등이 LFP 배터리 탑재를 선언했으며, 그 밖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LFP 배터리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CATL의 또다른 강점은 막강한 자금력이다.

CATL은 최근 중국에 상장된 민영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450억 위안(약 8조원) 유상증자에 나섰다. 배터리 생산라인 건설 및 R&D에 쓰일 목적인데, 이마저도 당초 10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에서 중국 정부의 제동으로 축소된 규모다.

CATL은 중국 푸젠, 광둥, 장쑤성에 신규 배터리 생산라인을 지어 연간 135GWh(기가와트시)의 생산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 생산 능력인 연간 106.4GWh의 2배를 뛰어넘는다.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저가형 LFP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여 향후 고가형 삼원계 배터리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북 오창 소재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뉴스락]
충북 오창 소재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뉴스락]

우리 기업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IPO(기업공개) 등 방법을 활용해 자금 확보 및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완성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2030년까지 총 4조원을 투입해 미국에 대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협약했다.

지난 7월말에는 현대차와 함께 인도네시아 정부와 손잡고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현지에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2023년 상반기 완공과 2024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글로벌 각국과 배터리 관련 협약을 맺어온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공모액만 최대 10조원, 기업가치를 약 80~100조원 사이로 보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장쑤성 옌청시와 3조원 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에는 미국 완성차기업 포드와 손잡고 현지에 총 13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3곳을 설립하기로 약속했다. SK온 역시 202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SDI 역시 중국, 헝가리 등 현지 공장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최근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진출에도 나섰다. 삼성SDI는 인력 양성 및 R&D 투자에 특히 집중하는 모양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의 국내 시장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던 일”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는 생산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LFP 배터리 개발 및 삼원계 배터리의 안전성을 하루빨리 확보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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