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금융경제팀 기자

[뉴스락] '빚투', '영끌' 청년들이 국가로부터 구제받는 것은 과연 마땅한가.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신속채무조정특례가 연일 화제다.

해당 프로그램은 신용평점이 하위 20%인 34세 이하 청년들에게 이자 삭감과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정책이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 부정적인 여론이 쏟아졌다. 빚을 내서 투자를 한 청년들을 구제해 주는 것은 투자 자기 책임 원칙에 어긋나며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일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하며 직접 진화에 나섰다.

김주현 위원장은 빚의 원금을 탕감해 준다는 것이 아니며 "부채 상환이 어려운 분들을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고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시작으로 대통령실과 류성걸 국민의힘 물가 및 민생안정특별위원장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하며 성난 국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따뜻한 마음으로 빚투족까지 품기에는 국민들은 너무나 힘든 국면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엔데믹 시기, 2030세대는 여느 때보다도 자산 불리기에 대한 관심을 뜨겁게 불태웠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가상화폐 거래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고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존 리 전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와 한 배를 탔다. 

이 과정에서 빚을 내 투자를 한다는 뜻의 '빚투', 영혼을 끌어모아 빚을 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인 '영끌족'이 나왔다. 

빚을 내 투자를 하지 않은 국민들은 가상화폐나 주식의 수익성이 좋은 것을 몰랐을까.

그들도 고수익 가능성을 알았지만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떠올리며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만 투자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 데이터를 보면 폐업, 실직 등 하위 20%에 속하게 된 이유가 다양하다. 물론 그중 빚투 청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들만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곧 '빚투', '영끌' 청년들까지도 조건에 부합하면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며 "내부 데이터를 확인하면 다양한 이유가 있다"라고 언급한 부분 또한 저신용 사유를 분류할 수 있었음을 시사한다.

금융당국이 빚투나 영끌 청년들이 진정으로 구제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제도적인 부분을 보완해 프로그램 수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의 역할을 다 하고자 국민을 보호하는 금융정책을 세운 것은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한탕주의를 내세운 청년들 대신 성실하게 살았지만 실패를 맛본 젊은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언제나 있어왔던 정책", "청년이 우리 경제의 미래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화가 난 국민들에겐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보편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책을 고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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