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모른다고 말하면 모르는 일이 되는 것일까.

이성은 금융경제팀 기자
이성은 금융경제팀 기자

지난 11월 중순, 검찰이 7개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 KB손해보험 등 손보사가 LH 보험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이뤄진 압수수색은 공정위의 검찰 고발에 따른 수사 과정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이 담합을 하면서 두 계약건의 낙찰금액은 각각 직전 해 대비 4.3배, 2.5배 상승했고 설계가 대비 투찰률도 통합 입찰 실시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공정위는 7개 손해보험사와 공기업인스컨설팅 등에 총 17억 6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더라도 손보사들이 고의적으로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2400만원을 부과받은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담합을 주도한 KB손보 2억 8400만원을 비롯해 7개 손보사에 각각 2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손보사 담합 건을 취재하며 90년대 노래 한 소절이 머리에 떠올랐다. "몰라 알 수가 없어" 90년대 후반을 풍미한 유명 가수의 노랫 가사다. 

2022년이 저무는 시기에 뜬금없이 발매 20년도 더 지난 노래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취재 과정에서 대부분의 관련 손보사가 해당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각 손보사의 입장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답변은 "저희는 아는 것이 없으니 담합 주도사에 물어보세요"였다.

손보사들은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잘 모르고 담합에 참여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고 "그저 개인과 부서의 일탈로 보고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답변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개인과 부서가 잘 모르고 저지른 일탈로 보고 있고, 이미 시간이 꽤 흐른 사안이라 별로 신경 쓰고 있지 않다"라고 할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이 믿을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 일반적인 상품이 아닌, 힘들고 아픈 상황이 닥쳐오면 힘이 돼 줄 것이라는 믿음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수많은 매체에서 신뢰를 강조하며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보험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의 담합이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으로 지출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객이 그들을 신뢰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저희야 모르죠"라고 말해 끝나는 일이 아니다. 주도하지 않았더라도 손보사들은 담합의 주체다.

손보사들은 반성과 쇄신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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