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조선업계가 올해 ESG 닻을 올리고 힘차게 항해에 나섰다.

특히 업계를 대표하는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모두 2021년에 이어 지난해 목표 수주량을 초과하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 조선 3사 역시 코로나 펜데믹으로 치닫던 2020년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전년 대비 11% 감소한  835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 그쳤다.

하지만 뜻밖에 일이 벌어졌다. 해외 물동량이 급격히 늘어난 해운업계가 '코로나 특수'를 누리면서 조선업계도 덩달아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 

코로나 3년 사이 흑자 전환까지는 못했지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을 겪어온 조선업계는 도리어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뉴스락>은 코로나 전후 조선업황을 되짚어보면서, 업계 대표 3사의 올해 전략과 전망을 살펴본다.

뉴스락 특별기획 코로나를 이겨내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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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불황 K조선, 코로나시기 활로 열렸다... 한국조선해양 분기 연속 흑자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왼쪽부터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글로벌금융위기 이래 장기간 불황 늪에 빠진 조선업계는 도리어 코로나 시기에 활로를 찾았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클라크슨리서치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수주 실적은 2018년 135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2019년 1007만CGT, 2020년 828만CGT으로 하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1년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1764CGT, 2022년에는 1559만CGT를 수주하면서 K조선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선종별 발주량에서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부문의 수주가 눈에 띈다.

고부가가치 선박의 전세계 발주량 2079만CGT(270척) 중 절반 이상인 1198만CGT(149척)을 차지했고 친환경 선박에서도 전세계 발주량 2606만CGT 중 1312만CGT를 수주하면서 1위에 올랐다.

이같은 쾌거에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요소들이 중첩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장기 불황 기간 급격히 떨어진 발주량에 따라 노후 선박이 많았다는 것과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한 물동량 증가에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렸던 것도 크다.

아울러 같은시기(2020년)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선주들은 노후 선박을 친환경으로 교체했어야만 했던 배경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친환경 선박 발주 비중은 2021년 32%에서 2022년 62%로 급증했다.

또한 지난해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대두됨에 따라 LNG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발주량이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다만 조선산업 특성상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수주호황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는 올해부터로 전망된다.

조선 3사 최근 5개년도 실적. 자료=금융감독원 및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다만 그동안의 장기 불황의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까지는 힘겨워 보인다. 

<뉴스락>이 조선업계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최근 5개년 실적을 취합해 본 결과, 이들 3사의 총 영업손실 무려 8조1128억원에 달한다.

먼저 한국조선해양(대표 가삼현, 009540)은 지난해 연간 매출 17조 3020억원, 영업손실 4813억원을 기록했다.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3분기와 4분기에 영업이익 1171억원, 1888억원을 남기며 불황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특히 직전년도 영업손실 1조3848억원에서 지난해 3556억원으로 1조 이상 적자규모를 줄였다.

대우조선해양(대표 박두선, 042660)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 4조8602억원, 영업손실 1조61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2021년과 지난해 영업손실의 합이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대표 정진택, 010140)은 8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 5조9947억원 영업손실 8544억원을 기록해 직전년도 대비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적자폭은 4500억원 가량 줄였다.

조선업계에서는 그간의 영업손실 원인으로 ‘저가 수주’를 0순위로 꼽는다. 

특히 올해 초 CES 2023에 참석한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은 “권오갑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예전에 업계가 정말 힘든 때가 있었다. 정부가 세금으로 돈을 넣어준 회사가 시장에 나가 저가수주를 하니 우리도 그 가격을 따라가야 하고 그게 너무 힘들다. 정부 세금과 싸우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권 회장이 정 사장에 말한 그 회사는 최근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이다.

그간 국책은행의 지원을 받아 연명했던 대우조선해양이 한화 품에 들어가면서 저가수주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5월을 제외하고 매월 수주 계약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12월 인수 작업이 본격화한 뒤 수주 발표가 끊겼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의 저가수주를 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관측하고 있다.

벼랑 끝에서 서서 허리띠 졸라맨 조선업계... 인원감축·유상증자 등 재무개선 총력

조선3사 기능직 직원 수 추이, 신조선가지수, 전세계 발주 및 국내 수주실적. 자료=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및 클락크슨리서치 [뉴스락]
조선3사 기능직 직원 수 추이, 신조선가지수, 전세계 발주 및 국내 수주실적. 자료=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및 클락크슨리서치 [뉴스락 편집]

조선업계는 절망과도 같았던 긴 시간을 버텨내는데 온힘을 쏟아야만 했다. 불황에 따른 인원감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 3사의 기능직들은 대폭 감소했다.

기능직 직원 수 추이를 보면 2021년 6만 명으로 2015년 14만 명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유상증자 등의 재무개선을 위한 노력도 있었다.

기업별로 보면,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약 936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앞서 2018년에도 유상증자를 통해 1조23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개선에 힘쓴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2015년 한도대출 형태로 4조 2000억원을 지원받았다. 2016년에도 유상증자와 영구채 인수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2조 9000억원 자금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도 재무개선을 위한 증자와 재고처리에 나섰다.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재고 5기를 약 1조 3000억원에 매각했다. 또 2021년에는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 3조 1505억에서 6301억 원으로 80% 감소시키고, 유상증자를 통해 1조2825억원을 확보했다.

앞서 2016년과 2018년에도 각각 약 1조1000억원, 1조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바 있다.

ESG 닻 올리고 출항 준비...기술 개발 총력

왼쪽부터 지난 2021년 한국조선해양-KR선급 ‘수소선박 안전규정’ 개발 MOU, 대우조선해양 DSME 로터 세일 시스템 개발, 삼성중공업-블룸에너지 전지연료 추진선 MOU. 사진=각 사 제공 [뉴스락]

장기간 ‘불황 터널’을 지나면서도 조선사들은 기술 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K조선이 세계 1위로 있을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놓지 않았다.

특히 ESG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하면서 친환경 기술이 미래성장동력과 맞물린 키포인트가 됐다.

HD현대는 2021년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하며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중장기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ESG위원회를 설치해 친황경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같은 해 한국조선해양이 두산퓨어셀과 업무협약을 맺고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 중이다. 또한

자회사 현대미포조선은 탈탄소시대에 발맞춰 미국 마셜아일랜드 기국과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도 하고 있다.

앞서 2020년에는 현대미포조선과 한국조선해양이 액화수소운반선과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서를 획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친환경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다.

2020년 6월 영국 로이드선급, 글로벌 엔진메이커 만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암모니아 추진선박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컨테이너선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오는 2025년까지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2021년에는 초대형원유운반선과 LNG운반선에 적용 가능한 풍력을 동력으로 하는 친환경 선박 기술 ‘DSME 로터 세일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는 이 시스템이 IMO이 제시하는 에너지효율지수(에너지 절감 평가 척도) 기준 5% 이상의 연료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도 따른 전지·암모니아·수소 친환경 연료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블룸에너지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5년 연료전지 추진선 상용화를 위한 기술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에 연료전지 적용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기본설계 승인을 받았다.

또한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독일 선박 엔진 제조사 MAN, 영국 선급 로이드 등과 함께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암모니아 추진선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뉴스락>에 “IMO의 환경규제에 따라 친환경 선박이 부상하고 있다”며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기 때문에 경쟁국들보다 미래먹거리 선점에서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선결과제 ‘인력난’...그래도 올해 전망은 ‘맑음’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회의실에서 조선업계 인력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회의실에서 조선업계 인력현안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선결과제로 ‘인력난’을 꼽는다. 지난 호황기에 비해 기능직 인력이 반 이하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물 들어왔지만 노 저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에서도 지원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선박 자체가 힘든 노동을 동반하고 저임금·이중 하청구조 등 고용체질 개선부터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3년치의 수주곳간에 따라 올해 실적 전망은 맑다.

특히 조선 3사도 올해 매출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전부 상향 공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은 조선·해양 부문 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매출 가이던스로 지난해 대비 각각 30%, 29%, 13% 성장 할 것으로 봤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매출 대비 두배에 가까운 9조4127억원을 제시했다. 특히 장기간 적자에 시달렸던 삼성중공업은 올해 약 2000억원의 흑자전환을 전망했다.

증권가도 올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선박의 대량 인도로 올해부터는 국내 조선사들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방산업인 해운업이 둔화됨에 따라 신조선 발주량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수주 둔화에도 2025년까지의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선별 수주를 통한 선가 경쟁력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도 컨테이너 운임 하락과 중고선가의 하락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발주량이 줄 수도 있지만, 카타르 프로젝트 잔여물량과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등 발주여력이 충분해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발주량이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에너지 대란에 따른 해양설비 가동률 상승세에 맞춰 해양플랜트 수주도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고효율 상선과 해양플랜트 수주가 활성화 할 것”이라며 “조선 3사의 올해 매출 성장률은 20~30% 달하고, 연간 기준 모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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