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코로나시기 활황을 누렸던 철강업계의 수혜도 끝이 보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이듬해 철강업계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1년 조강생산 합계는 7041만t으로 직전년도(6708만t) 대비 5% 증가했다. 오히려 코로나가 잠잠해져가는 지난해 생산량이 최근 5개년 생산량 중 바닥(6585만t)을 치고 있다. 

코로나특수를 누린 철강업계의 올해 전망도 어둡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전방산업의 수요 둔화에 따라 철강업계도 침체기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더불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한 ESG의 탈탄소 움직임에도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뉴스락>은 제철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코로나시기를 되짚어보고 올해 전략과 전망을 살펴본다.

뉴스락 특별기획 K산업 코로나를 이겨내다. [뉴스락 편집]

코로나 특수로 역대급 실적 남긴 제철사들... 실적 회귀 조짐

국내 철강 3사의 최근 5개년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자료=전자공시시스템 및 각 사 제공 [뉴스락 편집]

코로나가 심하게 요동치던 2021년 제철 3사의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했지만, 지난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있는 모양새다. 

<뉴스락>이 제철 3사의 최근 5개년도 실적을 취합해보니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실적이 급락하고 이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이 직전년도 대비 평균 30% 가량 하락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회장 최정우)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84조7502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1%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4조8500억원으로 47.5%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포스코 측은 “철강시황악화 및 냉천 범람에 따른 포항소 침수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대표 안동일)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7조3406억원, 영업이익 1조6166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19.6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95% 줄었다.

3사 중 동국제강(대표 장세욱)이 가장 하락폭이 적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조5111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17.6%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7434억으로 7.4% 감소했다.

3사 모두 매출은 증가세를 띄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코로나 전으로 회귀하는 조짐이 보였다. 이에 대해 3사는 “지난해 하반기 전방산업 수요 둔화에 따른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연간 평균 판매단가 상승으로 매출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 경영효율을 위한 공장정리... 탄소중립 '사활'

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 사진 각 사 제공 [뉴스락편집]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철강업계도 수익성 방어를 위한 공장 정리에 나섰다.

포스코는 25년만에 광양제철소 2EGL(전기아연도금 라인) 공장을 지난달 폐쇄했다. 2EGL은 가전제품 제작에 사용되는 컬러강판을 주로 생산하는데, 글로벌 가전 시장의 침체기와 대체 소재 증가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가동 중단했다.

또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의 제1후판공장도 폐쇄했다. 1972년 준공돼 노후화된 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져 복구보다는 문을 닫는 것을 선택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당진제철소 전기로 열연공장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열연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7월 중국 법인 DKSC의 지분 90%(약 970억원)를 매각했다. 앞서 2016년 완공한 브라질 CSP제철소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CSP제철소의 동국제강 지분은 30%(약 8416억원)으로, 브라질 경기 불황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 등 부진한 영업에 따른 결정이다.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대비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3사 모두 전기로를 늘리거나 연구 개발에 몰두한다. 통상 고로(용광로)를 이용한 공정에 비해 전기로 공정은 탄소 배출량이 4분의 1수준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키로 했다. 광양제철소에는 현재 고로만 5기 운영 중이다.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 1월 착공, 2026년 가동을 목표하고 있다.

또 포항제철소에도 2027년까지 전기로 1기를 신규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오는 2030년까지 저탄소 전기로 설비 ‘하이큐브(Hy-Cube)’를 구축한다. 하이큐브 전기로에 스크랩(고철),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산업부의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과제에 참여해 탄소배출 저감형 ‘하이퍼 전기로’의 연구를 2028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 통화에서 “철강산업 자체가 탄소배출량이 많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가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며 “특히 유럽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시행을 앞두고 있어 탄소배출량 줄이기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SG風에 웃지 못하는 철강업계... 올해 전망 '흐림'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한 기업간담회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월 13일 열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뉴스락]

세계 전역의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중립 추진 정책이 철강업계의 어깨를 짓누른다.

EU(유럽연합)이 지난달 EU의회 환경위에서 채택한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등 탄소를 배출하는 공정의 제품에 탄소비용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법안은 올해 10월부터 오는 2025년까지 전환 기간을 거친 후 2026년부터 실제 비용을 과금한다.

더불어 탄소를 줄이기 위한 철강사들의 노력이 결국은 비용증가로 이어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세계 2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의 CEO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작업이 철강가격을 약 10~20% 상승하는 결과를 야기시킬 것이라 내다봤다.

증권가를 비롯한 금융권에서도 철강업계의 전망이 좋지 못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국내 철강산업은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역성장을 점쳤다. 특히 건설 경기의 악화로 인한 수요 부진과 고환율과 고금리는 기업들의 재무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41조5941억원, 영업이익 1조34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2%, 영업이익은 69.2% 하락한 수치다. 

현대제철도 올해 상반기 매출 13조5721억원, 영업이익 6249억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5.5%, 58.9%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수요가 많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상반기 내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시된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봉쇄 조치가 내려졌던 지난해 목표인 5.5% 내외보다 하향된 역대 최저치다.

아울러 전기료 인상과 철광석 및 원료탄 등의 원자재 가격상승도 업계의 부담을 가중할 전망이다.

한국전력이 올해 1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해 철상사들의 부담이 연간 수백억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117.4달러에서 이달 129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원료탄은 톤당 294.5달러에서 톤당 366달러로 급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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