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2023년 정기 주주총회 계절이 저물었다.

기업들은 3년만에 돌아온 현장 정기주주총회를 분주히 준비하는 한편, 비대면 기조를 유지하며 전자투표를 병행하기도 했다.

금융권도 수장 교체, 행동주의 펀드와의 표대결 등 뜨거운 주주총회를 보낸 업권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대표를 유임해 정적인 주주총회를 보낸 업권도 있다. 

<뉴스락>이 2023년 금융권 정기 주주총회를 돌아본다. 

금융지주, 새 인물 선임에 진땀...사외 이사진은 유임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지난달 23일 열렸다. 사진=이성은 기자 [뉴스락]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지난달 23일 열렸다. 사진=이성은 기자 [뉴스락]

임기만료 등 새 수장 찾기에 나선 금융지주들은 모두 이번 주주총회에서 선임에 성공했다.

전임 회장의 용퇴 등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개입이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관치논란도 일었지만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는 금융지주 전체를 이끌 리더를 필두로 혁신 금융에 나선다는 포부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3일 진옥동 회장 선임을 의결했다. 신한금융지주 주식의 7.6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표를 던진다고 예고해 주주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진옥동 회장 대표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견을 낸 것에 이어 무난히 주주총회에서 선임안이 통과됐고,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진옥동 회장 대표이사가 정식으로 선임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4일 관치금융 논란을 딛고 임종룡 회장이 선임됐다. 주주총회 직전까지도 금융지주 회장으로 부적격하다는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기도 했으나, 국민연금의 찬성 등으로 이변 없이 우리금융을 이끌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정식 임기 시작 전부터 경영방향을 반영해 조직구조를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하는 등 임종룡호 가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BNK금융지주도 빈대인 회장을 선임했다.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있었으나 내부 출신의 빈대인 회장이 최종 후보로 내정되면서 논란이 사그라 들었다. 

사외이사진의 신임과 연임도 이어졌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의 책임론이 유난히 도드라졌다. 지난해 일어났던 각종 횡령 등 내부 시스템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는 주주들의 의견과 금융당국의 돈잔치 비판이 주주총회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의 신임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3인의 사외이사 유임건에 대해서 모두 통과시켰다. 이번 주총을 거치며 KB금융의 사외이사 7명 중 여성 사외이사가 3명으로 늘었다. 이로써 KB금융지주의 여성사외이사 비율은 42%를 넘겨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지게 됐다.

그러나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주주 제안 방식으로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안건은 올해도 부결돼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수포로 돌아갔다.

금융당국의 돈잔치 지적은 배당에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분기별로 배당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정관변경안을 가결했다. 

한편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활동도 2023년 주총의 관전포인트로 꼽혔다. 

JB금융지주는 지난달 30일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의 대결에서 승기를 거머쥐었다. JB금융은 보통주 주당 715원의 배당안건을, 얼라인은 보통주 주당 900원 배당안을 제안했다. 주당 185원의 차이가 있는 두 안건 중 77% 찬성으로 JB금융의 안건이 통과됐다.

 

증권사, 깜깜이 배당 개선...실적악화에 배당금은 감소

지난 2021년과는 사뭇 다른 지난해의 성적 하락에 일부 증권사는 책임을 대표에게 물었다. 지난 3월 주주총회가 시작되자 하나증권, 토스증권 등 증권사들은 새 수장 선임으로 실적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하나증권은 강성묵 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고, △DB금융투자는 곽봉석 전 DB금융투자 부사장, △ 다올투자증권은 황준호 전 다올저축은행 대표이사, △ 한화투자증권은 한두희 전 한화자산운용 대표, △ IBK투자증권은 서정학 전 IBK저축은행장, △ 토스증권은 김승연 전 틱톡 동남아시아 비즈니스솔루션 제너럴 매니저를 각 사 대표로 선임했다.

수장교체를 마친 증권사들과는 달리 연임을 의결한 증권사도 있다.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SK증권은 기존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고 기존의 경영 기조를 이어가 안정적인 시장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깜깜이 배당도 개선됐다.  금융당국의 배당절차 개선 권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투자자들은 최종 배당액이 결정되기 전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배당 규모를 알지 못하고 투자해왔다. 그러나 올해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먼저 결정하고 주주를 확정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키며 배당절차가 바뀌게 됐다. 

다만 배당절차는 개선됐으나 올해 배당금은 지난해 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대체적으로 감소됐다. 

미래에셋증권은 배당금의 33.3%,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3.3%, 키움증권은 14.2%, NH투자증권은 33.3%, 삼성증권은 55.2%를 감소시킨 액수로 배당금을 확정했다. 1위를 달성한 메리츠증권만 배당금을 35% 늘렸다. 

카드사, 조용한 주주총회...사외이사 대부분 재선임

지난해 여성 사외이사 증원과 90년생 사외이사 추천 등으로 들썩였던 카드사 주총이 올해는 다소 조용하게 지나갔다. 올해 전업 카드사는 대부분의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연임하고, 안정적인 경영방침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5개 전업카드사 중 KB국민카드 2명, 하나카드 2명, 신한카드 1명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제외하고는 임기만료 사외이사가 모두 재선임됐다. 

KB국민카드는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과 이종은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으며, 하나카드는 조승호 대주회계법인 대표이사, 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신한카드는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을 선임했다. 

이 중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고위 관료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금융당국과 정계와의 연결고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한편 우리카드는 지난달 3일 주주총회에서 박완식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신임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보험사, 변화보다는 안정추구

보험업계에서는 수장들의 연임이 이어졌다. IFRS17 도입과 금리상승 등 외부요인이 변화된 만큼 내부는 안정적인 경영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여승주 대표를 재선임했다.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조용일 현대해상 부회장, 이성재 현대해상 사장의 연임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돼 자리를 지켰다. 

연임한 대표가 있는 반면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도 있었다. 삼성생명은 전영묵 대표 연임안에 이어 박종문 자산운용부문장 사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의결했다. 2인 사장 체제로 전환해 재무안전성 제고와 글로벌 투자 부문 강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이외에도 한화손해보험이 나채범 대표를 선임했으며 KDB생명은 임승태 대표를 수장으로 정했다. DB손해보험은 정종표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다양성도 눈에 띄었다. 

삼성화재는 김소영 전 대법관과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 박성연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신규 선임한 것에 이어 두번째 여성사외이사 선임으로 삼성화재의 사외이사 성비는 같게 됐다.

이례적으로 경쟁사의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경우도 있다. NH농협생명은 정재욱 전 KDB생명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주주총회 방식에서의 변화의 불씨도 보였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업계 최초로 전자투표와 서면투표를 진행해 소액주주 권리 제고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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