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금융경제팀 기자.
이성은 금융경제팀 기자.

[뉴스락] "관치 논란이 아니고 이건 관치죠."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금융업권를 에워싼 무거운 공기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부임 후 금융당국의 압박이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

금융권은 지난해 행해진 ‘금감원장과 금융권 수장들의 만남‘을 두고 ‘때가 되면 돌아오는 관행’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지난해 중순부터 진행된 만남은 관행이 아닌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예고와 경고장이었던 것이다.

관치는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 수장교체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BNK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은 새 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었으며, 예탁결제원도 사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논란이 일며 노조와의 갈등을 빚었다. 

관치는 금융지주 수장들의 선출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경영간섭으로까지 이어지며 그 수위를 높여갔다.

국내 대부분 은행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등 구설과 논란에 휩싸이자, 대통령이 직접나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발언하면서 금융권 숨통 조이기는 더욱 심해졌다.

지난 2월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이 금감원장은 4대 은행 순회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 금감원장이 은행에 방문한 날이면 해당 은행에서는 어김없이 ‘상생 금융’에 관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은행들만이 아니다. 

보험사들도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를 약 2%씩 인하했으며, 성과급 잔치 논란에 휩싸인 보험사들은 대출금리 일부를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융당국의 이같은 행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민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민심 달래기의 일환으로 당국이 '예대금리차 축소', '대출금리 인하' 등의 방법을 고안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법도 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시장 질서에 맞게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까지 당국이 강제, 강압적으로 이행시키려는 듯한 행태가 지속된다면 도리어 역효과를 불러일 킬 수 있다.

당국이 상생 금융에 앞장 서는 것은 좋지만, 무엇이든지 과유불급인 것이다.

애초부터 복지는 민간금융인 금융사의 몫이 아닐 뿐더러,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해 내놓은 상생금융 공약은 한낱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은 칼의 궁극적 기능이 남의 목숨을 거두거나 제압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칼의 '존재 자체'가 궁극적 기능이다. 

당국은 금융권 스스로 상생 금융의 길을 걷도록 계도해야겠다. 

저작권자 © 뉴스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