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산업건설팀 기자.
이윤석 산업건설팀 기자.

[뉴스락] "사업은 망해도 괜찮아, 하지만 신용은 잃으면 그걸로 끝이야!"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이 남긴 수많은 어록 중 하나다.

이 말을 내뱉은 정 회장의 삶은 정직과 신뢰로 대변된다.

한낱 쌀 가게 청년에서 굴지의 현대그룹이라는 틀을 만들 수 있었던 건 그의 신용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상품에 있어서의 신뢰, 금융거래에 있어서의 신뢰, 공사의 질에 있어서도 신뢰, 그 밖에 모든 부문에 걸친 신용의 총합체로 오늘날의 현대그룹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그가 일생을 바쳐 쌓아올린 현대가 신뢰의 금자탑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현대차 직영·대리점 소속 영업사원들의 판매사기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현대차 관계자는 "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며 계약서상 개인 계좌에 입금하지 말라는 항목을 명시해 뒀기 때문에 결국 고객 책임이라고 했다.

강 건너 불구경인 태도였다. 

앞서 2012년에도 판매사기 사건은 있었다. 10년이 흐르는 동안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과연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현대그룹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공사기간이 연장돼 입주연기가 벌어진 부천, 고양 지역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 잇따라 시공사 현대건설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입주를 앞두고 실시한 사전점검이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소통을 하지 않는다”며 “입주날이 지난 지금도 대책없이 최선을 다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현대차판매사기 피해자들과 현대건설 입주예정자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바로 '신뢰의 아이콘 현대의 배신'이다. "예전 현대가 아니다"라고 혀를 내두른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레몬시장으로 취급받으며 신뢰를 잃어버린 중고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지만, 지금의 현대에게 과연 신뢰가 있는 지 의문이 든다. 

최근 현대차는 출고 전 하자 수리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수소차 넥쏘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수소차를 현대의 미래로 판단해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의선 회장에겐 할아버지 정주영 회장의 '도전' 정신은 있지만, '신용'은 글쎄다. 

'현대,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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