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침울한 주택건설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 건설현장의 잇단 안전사고 발생 등으로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 건축 공법인 '모듈러 건축'이 부상하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건축물의 전부 혹은 일부를 공장 등 현장 이외의 장소에서 제작해 현장으로 반입 후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난 , 긴 공사기간, 친환경 등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모듈러 건축 공법을 통한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400조원에 달한다. 

이에  국내 주택건설 시장에서도 최근 GS건설, 삼성물산 등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모듈러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과 비교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뉴스락>은  국내 주택건설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 중인 '모듈러 건축'의 현주소를 조명해본다.

 [뉴스락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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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는 옛말...모듈러, 주택건설시장 다크호스로 부상

자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뉴스락 편집]
자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 [뉴스락 편집]

최근 주택건설시장이 순살아파트 사태, 현장 사망사고 등 연이은 비보로 싸늘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탈현장건축 기법인 모듈러건축이 국내 주택시장에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건축공법은 현장에서 거푸집을 설치하고 철근을 조립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철근·콘크리트 방식(RC)으로 이루어져 왔다. 

현장 작업을 필두로 이루어지는 국내 건설공사의 특성상  ▲높은 산재사고율 ▲전문인력부족 ▲인력고령화 ▲공사민원 ▲공사지연 ▲유해물질배출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산업재해 중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한다. 

매년 발생하는 인명사고에도 건설기업은 이렇다 할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듈러 건축은 주요 구조물과 설비, 마감재 등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레고블럭을 맞추듯 현장에서 조립하는 혁신적인 건축 기법이다. 

대부분의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는 기존 RC 방식과 달리 모듈러 건축은 최대 80%를 공장에서 사전제작하여 약 40%에 달하는 공사기간의 단축과 품질의 균일화가 가능하다. 

또한 생산의 자동화 및 간소화로 비숙련인원들도 생산에 참여할 수 있어 업계의 난제 중 하나인 인력난과 안전사고의 위험에서도 획기적인 대응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양대학교가 천안두정 공동주택 직접공사비용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RC공법대비 모듈러공법의 노무비가 약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C공법 시 노무비는 3억5,243만원인 것에 비해 모듈러공법은 2억8,660만원으로 확연히 낮아진 수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자재의 재활용이 가능해 탄소 감축으로 친환경적 성질을 띄는 것은 물론 소음이나 분진 발생이 적어 공사민원 대응에도 효과적이다. 

기존 공법대비 약 30%의 탄소 절감 효과로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400조 성장 앞둔 해외 시장...국내는 아직 걸음마 수준

국내외 시장 규모 및 사례 [뉴스락 편집]
국내외 시장 규모 및 사례 [뉴스락 편집]

이미 해외에서는 주택 건설계의 히든카드로 떠오른 모듈러 주택에 사활을 걸고 빠른 성장을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모듈러 건설 시장 규모는 전년도 기준 약 193조 원으로 2032년까지 약 373조 원 규모로의 성장이 예측된다.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해외는 모듈러 주택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여 왔다. 각 정부는 건축기준 완화, 행정절차 간소화, 감리·설계 간소화, 지원금 지급 등 혜택을 제공하고 소비자 인식 개선을 통해 모듈러 주택의 보편화를 이뤄냈다. 

미국은 2018년 모듈러 건축물에 공제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모듈러 주택에 한해 펀드 및 저금리 형태의 대출 혜택을 구축해 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홍콩은 모듈러 통합 건축 프로젝트에 사전승인제도를 도입해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연면적의 최대 16% 까지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싱가포르와 캐나다는 모듈러 주택 자금 지원 등의 혜택으로 업계의 시장 활동 동력에 기여했다. 

일본 역시 고배대지진을 계기로 모듈러 주택의 내진 성능이 강조되면서 시장의 빠른 성장세로 전체 주택 시장의 10~15%가 모듈러 공법으로 공급돼 있다.

해외의 강세를 이어 모듈러 사업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도 모듈러 건물 해외 수주,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주택의 시공 등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 일환으로 삼성물산이 2021년 모듈러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 1월 사우디아리비아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 mou를 체결, 사우디 현지 모듈러 주택 제작시설을 설립·운영에 돌입하는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포스코건설은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청담 뮤토'를 시작으로 '가양동 행복주택', '옹진 백령 공공실버주택', '신내 컴팩트시티 공공주택' 등을 시공했다.  

또한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포스코 A&C를 통해 416가구 규모의 국내 최대 모듈러 주택인 '세종시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GS건설은 모듈러 전문 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 점유율 3%를 목표로 국내 모듈러 단독주택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또한 조이는 작업 없이 접합 가능한 원터치형 '퀵 커넥터'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해외 모듈러 전문 기업인 폴란드 단우드, 영국 엘리먼츠를 인수하는 등 모듈러 공법을 주택 핵심사업 중 하나로 삼고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2년부터 관련 연구개발에 힘을 쏟으며 건설 신기술 1건, 특허 11건을 획득하고 국내 최고 13층 높이의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의 시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건설업의 제조업화, 모듈화로의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모듈러 사업에 진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향후 민간 모듈러 주택 시장 확장에 대비해 고층화, 평면 다양화 등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모듈러 주택뿐만 아니라 건축, 플랜트 등 건설산업 전반에서의 OSC(Off-Site Construction)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듈러 주택의 성장판 막는 규제..."로드맵 제시 필요"

지난 6월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전략 포럼이 개최됐다. 한준호 의원실 제공 [뉴스락]

국내 업계가 기술력을 발전 시키고 해외 모듈러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과는 반대로  400조 규모의 성장을 앞두고 있는 해외에 비해 국내의 모듈러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1,757억 원에 그치는 미미한 시장 장악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모듈러 시장의 아름다운 환상이 아닌 명암을 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는 건축법에 따라 내화시간이 3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내진내화 규정이 모듈러의 고층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언급되며 기준 완화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희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규정 완화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내화 기준완화는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며 “내화 기준 조정 보다는 성능과 제도 개선을 통해 충족해야 한다” 고 말했다.

박희대 연구위원은 국내 모듈러 시장의 비활성화 요인으로 먼저 제도의 문제를 꼽았다.

국내의 경우 공사 발주시 전기,정보통신,소방 부분에서 분리 발주를 의무화하게 돼있다.

분리 발주는 모듈러 건축이 지닌 장점을 크게 떨어트린다. 

분리 발주 건들을 제외한 부분을 선설치하고 분리 발주 건의 후작업을 시작하면 공정간섭, 설계 변경, 품질의 비균일화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국내는 모듈러의 수요가 적기 때문에 공장 생산 설비의 증가가 어렵다.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아 단가가 높게 책정돼 높은 공사비가 투입된다. 

모듈러 건축에 대한 인식을 시장에 주지 못해 소비자들이 낯선 시각을 가지고 있어 넓은 분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도 시장 비활성화에 대한 요인으로 꼽힌다.

박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신기술이 도입됐을 때 정부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모듈러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건축기준 완화,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과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영국의 경우 국내와 비슷한 상황에서 관련 업체들이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시설확장, 연구개발 등 공공기관의 발주 물량에 대한 장기적 제시가 있었다. 국내 역시 공공 발주 기관을 필두로 장기적인 로드맵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모듈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계도 팔을 걷어부쳤다. ·

지난 6월 국회에서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전략 포럼'이 개최되며 국내 모듈러 시장의 현황과 비전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고 제도적 한계 극복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정부도 공사비 산정 기준 개선 및 용적률과 높이 제한 완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 제도적 지원의 고려를 통해 2030년까지 공업화주택의 공공발주 물량을 3000호로 확대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현재는 수요가 적고 원가적인 문제가 뒤따라 사업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용적률 향상,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과 같은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환경이 갖춰지면 모듈러 주택의 인식과 사업성은 개선 될 것이다"며 "공공사업 발주물량에서도 모듈러 공법 적용에 의무비율을 책정하는 등의 제도 변화가 도입될 시 민간기업의 활발한 시장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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